6교시와 7교시 사이 쉬는시간, 잠시 오유를 눈팅했습니다.
베오베에 올라와있는 긴급한 속보들을 보는 순간 진심으로 눈 앞이 캄캄해졌고
7교시가 끝난 후, 담임 선생님이 종례하러 오시기까지
약 10분간의 시간동안 저걸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글씨도 괴발개발에 줄은 삐뚤빼뚤하고 문장이 그리 간결하지도, 임팩트 있는 문구를 잘 선정하지도 못했습니다.
종례가 끝나고 인사하기 위해 어수선히 일어서는 틈을 타 제 사물함 문에 이걸 붙였습니다. 게시판에 붙이고 싶었지만 뒷줄에 앉은 저에겐 너무 멀었고, 개인적인 것을 붙인다는게 꺼림칙해 제 사물함에 붙였습니다.
붙이고나선 의문이 들었습니다. 아니, 저 글을 쓰면서도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런다고 뭐가 달라질까?
학업 스트레스에 지쳐 어서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픈 마음만 한가득인,
친구들과 옹기종기 모여 게임, 학원, 공부, 연예인‥ 정치에는 관심도 없었던 아이들인데. 과연 달라질까?
달라졌습니다.
하굣길, 뒷문으로 가려면 꼭 지나야 하는 곳이 제 사물함의 위치였고
그곳에 붙어있는 A4용지 한 장은 여차저차 세 아이의 시선을 끌었습니다. 반에서 악동들이라 소문난 녀석들이.
긴 글은 읽기도 싫다며 8줄만 넘어가도 그래서 결론이 뭔데? 하고 5줄 요약을 부탁하던 아이들이
장난스럽던 모습 간데없이 정독을 하는 모습은 저에게 1차적인 충격을 주었고,
같은 반 아이들이 "야 오늘 ㅇㅇㅇ사물함에 뭐 붙어있던데? 검색어 좀 올려달라던가 뭐라던가."
라며 다른 반 아이들에게 전해주는 모습은 2차적인 충격을 주었습니다. 농담으로 여겨질까 걱정했는데 아니었나봅니다.
새삼 우리 반 아이들에게 애정이 느껴지더군요, ㅠㅠ
게다가 청소 감독하시다 그걸 본 담임선생님이 (정치 성향을 나타내어선 안되는 까닭인지) 묵묵히 제 어깨를 툭 치고 가시더군요.
내일 등교하고 나서는, 조금 더 화제가 될것임을 내심 기대해봅니다.
이런다고 뭐가 달라져? 하고 쫄지 마세요. 바뀝니다.
요약
1. 저거 내 사물함에 붙임
2. 애들 술렁임. 생전 저런거에 관심 없던 애들 진지해짐
3. 뭐든 행동으로 옮기면 바뀜. 쫄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