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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보고 왔습니다~ 스포 좀 들어있어요!!
게시물ID : movie_827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추워춥다구
추천 : 1
조회수 : 25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12/01 02:37:32
스포 다량 포함


 26년. 사실상 32년. 세상이 참 좋아졌다. 이런 영화도 다 개봉을 하고. 옛날 같았어봐. 시나리오 공개 하는 순간 끌려가서 너 빨갱이!+온갖 고문. 고문흔을 지우기 위해 불에 활활 태워 뼈는커녕 뼛가루나 한 줌 남으면 다행일 시체로 돌아오는 건 기본 옵션이고요, 고갱님. 

 뭐 다른 좋은 얘기는 또 좋은 분들이 해주셨을 테니까 저는 또 이런 구라나 한번 풀어보고 넘어가려 합니다.

 제가 이 영화에서 주목한 사람은 경호원입니다. 초반에 이름은 부를 수 없지만 사실 우리 모두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그 사람을 지키는 경호원이 짠, 하고 등장한 순간. 저는 풉 웃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근엄한 얼굴, 차려입은 검은 정장. 제가 패션에 막눈이라 그런가, 모르겠는데 그 경호원 차림새가 말이지. 글쎄 어느 분과 좀... 닮았다?!
 
 아 역시나 이름을 말하기 곤란한 또 한분의 각하,는 아니고 그냥 박정희가 약간 그런 느낌으로다가 생기지 않았나? 요즘처럼 반투명한 게 아니라 그저 새카만 선글라스, 포마드라도 바른 건지 착 고정된 머리. 아주 그으은엄한 얼굴. 비슷한데?
 
 사실 외양만 비슷한가, 했는데. 곰곰이 따져보니 글쎄. 그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좀 싹수가 노래서 처음에 박정희 전두환 제대로 배울 때 딱 이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어? 너무 똑같은데?
 
 솔직히 까만 선글라스 즐겨 끼신 그 분이 그렇게 청와대 달려 가서 후루룩찹찹 대통령을 해 드시니까 그 후배도 '아, 하면 되는구나'하여 탱크 타고 또 뽈뽈뽈 기어가서 후루룩찹찹 해드신 것 아니겠어요? 하하.
 
 바꿔 말하면, 박정희도 처단을 못하는데 전두환이를 처단할 수가 있을 턱이 있겠나, 이거죠. 박정희를 넘어 친일파도 청산이 안 되었는데. 즉 죽은 박정희가 산 전두환이 목숨줄 보호해줄 방어막이 되었다는 것.
 
 중국이 티벳 독립을 막는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입니다. 까짓거 하나 풀어줘도 그 넓은 땅 덩어리에서 티도 안 나요. 티벳 하나 풀어주면 또 일어날 소수민족이 줄줄이 고구마 뿌리 감자 뿌리처럼 딸려 나오니까 문제지. 그러니 그렇게 총질도 하고 기를 쓰고 돈도 퍼주고 혜택도 펑펑 터트려주면서 막는 거죠. 안 그래요? 
 
 덧붙여 진짜 아이러니한 건 이거예요. 전두환이 철퇴 때리면 박정희는 안 때릴 수 있나? 왜? 둘 다 똑같이 군사 쿠데타로 정권 잡아서 사람들 쳐 죽이고 고문하면서 대통령 해먹었는데. 어떻게 한 놈은 반인 반신이고 다른 한 놈은 전대갈이 대머리 문어가 될 수 있겠나. 같은 맥락입니다. 
 
 박정희 숭배하는 놈들 덕에 전두환은 삽니다. 둘이 한 짓이 비슷하다 못해 너무 닮았거든요. 전두환이가 선배님 가시는 길 보고 잘 배워 누가 총질 못하게 우민들 세뇌도 팍팍 시키고, 경호 철저히 한 것 빼면 말이죠. 또 한 편으로는 전두환이가 멀쩡히 살아 있으니 박정희에 대해서도 할 말이 궁합니다. 둘은 뗄레야 뗄 수가 없는 아주 찌이인한 사이예요.
 
 영화에서 경호원이 그랬습니다. '넌 죽으면 안돼. 오래오래 살아서 내 정당성을 확립시켜 줘야 해!' 캬. 그 시절 독재에 빌붙었던 사람의 자기합리화 그 이상이 담긴 말입니다. 
 
 그의 앞에서 그의 뒷배경으로 든든하게 자리한 누군가와 너무나 겹쳐보이는 말이죠.
 
 물론 우리가 고구마 뿌리뿌리 캐서 조선시대 나쁜 놈들 무덤까지 파헤쳐서 잘잘못을 따질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우리 손에 들린 잘못은 고칠 수 있습니다. 할 수 있다. 아직 안 끝났으니까. '아 끝났나보다' 생각하지만 사실 아니거든요. 마치 이 영화 엔딩처럼.
 
 그 질기고도 긴 뿌리를 잘라내어 매듭짓는 일은 할 수 있지 않겠어요? 더 이상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나 더 추가하자면. 그래도 '박정희는 경제는 살렸잖아'라며 합리화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참 고맙습니다. 덕택에 나도 초등학생, 중학교 초반까지는 박정희 아저씨는 '굶어죽어가는 우리 민족에게 보리밥이나마 하루 세 끼씩 먹을 수 있게 해주신 너무나 고마우신 분'으로 알고 있었네요. 그럼 어디 일본은 우리 철도 깔아줬는데 아주 은혜롭다 못해 구세주 같은 존재였겠네? 나도 한 일억 주면 댁 데려다 고문할 수 있나? 제발 어디 가서 주변 어린 아이들에게 그딴 헛소리 좀 하지 말기를.

+BBC에서 뉴스를 내보냈는데 뉴스 제목이 '독재자의 딸과 인권 변호사가 대선 후보로 경쟁한다', 뭐 이랬다면서요? 근데 할 말이 없는게 저 글자가 그대로 팩트임. 누구들이 그렇게 좋아하면서 정작 본인들은 갖추지 못한 팩트fact. 정치 편향적인 기사가 아닌데 글쎄 쓰고 보니 그게 맞는 말. 이 영화도 그래요. 전두환이를 너무 철저한 악인으로 그렸다고? 진짜 악인인가부짘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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