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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오감도 시제4호
게시물ID : freeboard_63833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토끼냥
추천 : 2
조회수 : 260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12/01 11:40:30
 환자의용태에관한문제


진단 0 : 1                26.10.1931                                    이상 책임의사 이    상



이 시는 그 유명한 ‘시제1호詩第一號’에 비하면 너무나 어려운 시다. 이게 무슨 시야? 장난치는 것 아냐? 하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그러나 그가 육신을 굶겨 죽여가면서 쓴 시다. 그는 절대 대충 살다가 간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이것은 너무나 엄청난 내용을 담고 있는 시다.
 
우선 시의 정황을 보면, 그가 거울을 보고 있다. 물론 그의 모습이 영상映像되어 보일 것이다. 그는 거울 속의 자신을 보고 자아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과연 누구인가? 어떤 존재인가? 그저 먹고 살다가 죽어가는 동물들과 같은 존재인가? 많은 생각을 하였을 것이다. 오랜 수행 끝에 드디어 거울 속의 자아에 대한 진단을 내리게 된다. 1931년 10월 26일, 우리 나이로 그의 나이 22세 때의 일이다.
 
‘진단’은 병이 있는 환자에 대하여 그 용태容態를 살펴보는 일이다. 그는 자아를 찾는 환자 즉, 무병無病의 환자인 것이다. 이 시는 우리가 이미 읽은 그의 ‘1931년(작품제1번)一九三一年(作品第一番)’의 1문단 첫머리의 내용에 해당된다. 그는 현실을 살면서도 현실에서는 쓸모없이 보이는 자아自我를 찾으려는 환자, 육신의 병을 말하는 것이 아닌 ‘폐’에 ‘맹장염’이 생긴 환자인 셈이다. 다시 말하면 현실을 살면서도 현실을 잊고 오직 자아합일만을 생각하는 병이다. 그 병을 그가 ‘자택치료自宅治療의 묘妙’를 다하여 검진한 것으로 진단결과는 ‘0.1’이다.
 
이 시도 깨달은 그가 본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의 눈으로 본 오감도烏瞰圖라는 말이다.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보면 쉽다. 우리가 정상적으로 읽을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아니한 사진 부분이 그것인데, 정상적인 부분은 보통사람들이 보는 겉보기 세상이고, 쓸모없이 보이는 뒤집힌 숫자 부분은 그 세상의 이면에 숨은 진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것은 ‘시제1호詩第一號’와 비슷한 것으로, 이 시의 뒤집힌 부분은 ‘시제1호詩第一號’의 마지막 7행과 비슷하다.
 
먼저 책의 가운데에 거울을 대고 이 시를 읽어보라. 실제로 거울을 대고 읽어보기를 권한다. 이 시의 옆에 큼지막한 거울을 대고 보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머리로 상상想像만 하지 말고, 옆 사람의 거울이라도 빼앗아 한 번만이라도 그의 뜻을 따라 읽어보라. 그가 이렇게 쓴 이유도 바로 그렇게 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어떤가? 거울을 통해 이 시를 읽어보았는가?
 
실제로 거울로 비춰보면 비정상이라 생각했던 부분은 정상적인 세계로 바뀌고 우리가 정상으로 생각하는 부분은 도리어 역전되어 비정상으로 되고 만다. 이것이 바로 깨달은 그가 본 현실세계의 진짜 모습인 것이다. 그는 이것을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어 이런 방법을 택한 것이다.
 
우리가 정상적인 부분이라 생각했던 뒤집힌 초라하고 작은 글자들을 보면서 무엇이 느껴지는가? 쓸모없어 보이지 아니 한가? 그와는 반대로 뒤집혀 쓸모없는 것으로 여겨졌던 부분 즉, 면적도 크거니와 글자 크기도 크고 굵은 글씨체로 되어있는 숫자 부분을 보면서 무슨 생각이 들었는가?
 
겉보기 현실을 모든 것으로 생각하며 사는 우리들에게 자아의 눈으로 보면 그것이 얼마나 초라해 보이는지를 말하고 싶은 것이다. 현실세상의 것들은 그것이 아무리 화려한 ‘솔로몬의 영화榮華’라도 들꽃 하나의 자아만 못하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으로 태어나 깊은 생각을 할 수 있을 때, 그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지 말고, 기독교나 본능 같은 다른 것에 현혹되어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스스로의 노력으로 자아를 찾으라는 간절한 부탁인 것이다. 자아는 목숨을 버려서 구한다고 해도 전혀 아까울 것 없는 귀한 보물이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스스로 육신을 굶겨가며 그가 보내는 ‘시제10호詩第十號 나비’의 전령傳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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