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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오엘 이야기 - 2
게시물ID : lol_4028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반드시합격
추천 : 15
조회수 : 1194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2/05/31 11:53:25
1편
http://todayhumor.co.kr/board/view.php?kind=&ask_time=&search_table_name=&table=humorbest&no=479637&page=2&keyfield=&keyword=&mn=&nk=&ouscrap_keyword=&ouscrap_no=&s_no=479637&member_kind=
 

    
  
   
 
 처음 그녀를 보자마자 든 생각이었다. '저사람이 그사람인가? 정말 그런가? 아니 일단 여자라고? 그럴리가? 잠깐 나 첫 이미지가 약속시간 2...30분 늦은 남자여? 에이 아니겠지. 설마 여자겠어? 아니 뭣보다 좀 많이 이쁜데? 아니 뭐래.. 무슨 소개팅 왔냐.. 일단 저 사람일 리가 없잖아..' 내 머리가 이렇게나 잘 돌아가나 싶을 정도로 그 짧은 순간 많은 생각을 했다. 



 그녀는 웃고 있었다. 웃으니까 더 이쁘긴 했다. 적어도 그때를 지금 돌아본다면 그저 그녀의 살짝은 밝은 큰 갈색눈과 하얀 피부, 얇은 손목에는 그에 알맞는 얇은 가죽 손목시계를 차고 있었다. 조금 어두운 갈색으로 염색한 그녀의 머리는 가슴까지 내려오는 생머리였고, 그 머리를 한쪽으로 넘겨놨기에 그녀의 목선은 더욱 이쁘게 보였다. 책을 읽고 있었는지 테이블에는 에쿠니 가오리 작가의 '냉정과 열정사이' 가 놓여있었다. 그녀를 볼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그녀는 이뻤다. 아름답다고 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어안이 벙벙한 상태였기에 어떻게 첫 인사를 건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그저 멍하게 착석하여 연신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기억한다. 그녀의 첫마디, "게임은 언제 하러 갈래요?" 조금은 무뚝뚝하고 약간은 화가난 말투였다. 웃는 얼굴에 이런 말투를 시크...라고 하던가? 만약 내가 그녀의 연인이었다면 귀여웠을 지 모르겠지만 그럴 여유는 없었다. 일단 첫만남인 상대가, 평소 내 이상형의 모습을, 아니 십중팔구는 웬만한 남자들의 이상형에 가까운 외모를 한 그녀였기에 처음부터 나는 숙이고 들어갈 수 밖에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게임 얘기를 꺼내는 걸 보니 그녀가 내가 아는 그 사람이 맞는것 같았다. 그 순간만은 내가 소개팅을 하고 있는 남자인양 식사는 했는지, 밥은 먹.. 아니뭐래. 학교는 잘 맞는지, 남자친구는 있는지, 좋아 하는 음식은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으나 머리가 멍해질 수 밖에 없었다. 아마 내가 이전에 여자를 비교적 많이 만나보지 않았더라면 그 순간만큼은 장담컨데 한동안 얼어 있었을 것이다.



 "아.. 늦어서 죄송해요. 화나셨나봐요. 뭐 마실거라도 사드릴까요? 이거 너무 죄송해서.." 그녀는 생각보다 더 많이 시크했다. "게임은 언제 해요 우리?" 같은 내용, 조금 더 차가운 말투, 웃지 않는 얼굴 삼박자가 절로 맞아 나는 더욱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1학년 신입생치곤 나이가 적지 않았던 나로써는 대학에 들어와 처음 받는 대우였고 그녀가 나보다 어리다는건 이미 게임을 통해 알고 있었다. 게임할때의 그 친근함은 어디갔는지, 물론 나였어도 이랬을거야 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지만 말이다. 



 결국 나와 그녀는 롯데리아에서 나와 같이 길을 걷기 시작했다. 학교를 등지고 길을 따라 어느정도 내려가다보면 사거리 횡단보도가 있다. 평소 긴 거리는 아니라고 생각 했지만 죄인의 입장에서 그 길을 걷자니 한오백리 정도 되는줄 알았던 것 같다. 이번에도 정적을 깬 건 그녀였다. "왜 늦었어요?" 나는 머리 굴릴 새도 없이 나의 죄목을 술술 털어놓기 시작했다. 



 샤워하다가, 과외자료 뽑다가, 머리하다가.. 원래 성격이 이랬다. 거짓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었다. 아니, 잘 하지 않는 성격이었다. 나름 살면서 딱히 꿇려본적이 없는 나로써는 자신감 하나만은 누구보다 당찼기에 거짓말을 할 필요를 못느끼며 살아왔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이미지도 좋았지만 그 순간 나의 최고의 무기였던 내 진실성이 양날의 칼이 되는건 아닌가 싶었었다. 죗값을 치뤄야만 하는 죄인인 마냥... 



 '풉..' 그녀의 웃음이 터지는 소리였다. 나중에 들어보니 만나면서부터 횡단보도에 오는 순간까지 연신 미안해 하는 표정이 너무 웃겨서 그랬다고 했다. "이제 그만 미안해해도 되요. 첫 만남에 삼십분이나 오버된건 조금 그렇지만, 다음부터는 늦지 말아요." '다음..? 이건 애프터신청인가? 무슨 개소리야.. 난 지금 왜 이러고 있는가. 당황하지말자. 나는 지금 단지 같이 게임을 하러 나온.. 아 이것도 아닌거 같아. 이 무슨 바보같은 상황이란 말인가..' 또 내가 어벙벙해 하자 그녀는 답답하단 듯이 언제까지 그럴거냐며 짜증 아닌 짜증을 냈다. 여자앞에서 쩔쩔 맨 적이 그때가 처음인것 같다. 그녀의 첫 데이트.. 랄까? 하여간에 만남의 시작이었다. 이미 내 머리속엔 과외고 나발이고 아무것도 머리속에 있지 않았다. 첫눈에 반한 것일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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