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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에 대하여.
게시물ID : humorbest_4030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무색무취
추천 : 21
조회수 : 1713회
댓글수 : 3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1/11/03 16:41:51
원본글 작성시간 : 2011/10/18 23:10:37
이 글은 개인적인 의견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의견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오늘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나가던 중에, 우연히 한 꼬마애가 열심히 자동수납기에서 책을 반납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뭔가 헛웃음이 나오고 기분이 좋아져서 무슨 책을 읽냐고 물어보려고 다가가니 애가 쪼르르 도망을 가더군요. 그 꼬마는 엄마에게 교육을 단단히 받았나 봅니다.


중국의 역대 왕조들은 대외관계에 있어서 이이제이를 중시해 왔습니다. 주변의 소국들이 분열과 반목을 통해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해 왔습니다. 이 국제적 외교술이 가장 큰 성공을 거두었을 때가 당唐조 였을때입니다. 고구려가, 백제가 그렇게 무너졌습니다. 


조선시대 정치사를 보면 왕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신하들이 가지치듯 죽어나갑니다. 못 이기듯 들어주면서 한쪽 편을 들고, 못 이기듯 다른쪽 편을 들어주면 큰 권력을 가졌던 신하들은 금새 몰락해 버립니다. 이렇게 조선시대 왕들은 권력을 유지했습니다. 신하들의 분열을 통해 왕은 살아남았습니다. 


이처럼 분열을 이용한 정치는 역사적으로 과거에 빈번히 일어났습니다. 전제적 왕권을 위한 그러한 행동들은 왕권의 강화를 위해 어쩔수 없는 도구, 그러나 가장 강력한 도구로 사용되어져 왔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한국 현대사의 비극과 맞닿아 있습니다.


한국 전쟁 후 이승만 전 대통령은 자신의 불안한 정치기반을 다지기 위해, 다분히 정치적 이유로 제주에서 시민들을 학살하였습니다. 그리곤 북한의 탓을 합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자신의 독재정치를 위해서 인혁당이라는 사건을 만들어 시민들을 학살합니다. 그리곤 북한의 탓을 합니다. 그리고 매스미디어는 그런 공포심을 더욱 부각시키는 프로그램을 방송합니다.


시민들은 결국 "어딘가에 간첩이 있을지 모른다."라는 논리에 빠져듭니다. 그리고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거기다가 지배층들은 하나의 재갈을 더 채웁니다. 바로 "경쟁"입니다. 초등학교부터 계속되는 경쟁을 통해 마치 그러한 삶이 당연하다는 듯한 세뇌를 시킵니다. 성적에 따라 칭찬을 하고, 욕을 하며, 폭력을 휘두릅니다. 그리고 그것이 사회에 나가서도, 기업에서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그렇게 하루종일 경쟁으로 시작해서 경쟁으로 끝나는 삶이 대한민국 시민들의 삶이 됩니다. 이상합니다. 지배층들은 경쟁하지 않거든요. 서로 단결할 뿐입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 대에는 이것이 약간 부족했는지 스포츠와 섹스라는 요소를 접목시킵니다. 이것으로 지배층의 정치논리는 완성을 이룹니다. 이승만의 반공과 박정희의 경쟁, 그리고 전두환의 오락적 요소는 합쳐져서 아주 견고한 지배층들의 방패가 됩니다. 여기에 이들을 뒷받침해주는 메이저 언론의 눈속임속에 시민들은 꼭두각시처럼 살아갑니다.


이것이 현대의 우리들의 삐뚤어진 모습입니다. 어떻게든 추월해야 하고, 따라잡아야 하고, 이겨야 합니다. 놀이를 해도, 장난을 쳐도, 무엇을 하던간에 이기고 봐야 합니다. 빨리빨리 정신은 이때 만들어집니다. '한민족의 고유한 특성이다'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그런건 원래 없습니다.(일제 시대때부터 지배층들의 지배논리로 사용된 "조선놈이 다 그렇지"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들이 만들어 준 것 뿐입니다. 이기고, 이기고, 이기고! 등수로 사람을 구분합니다. 학력으로 사람을 구분합니다. 대학으로 사람을 구분합니다. 지역으로 사람을 구분합니다. 성별로 사람을 구분합니다. 그렇게 사람들은 구분되어 서로를 의심하며 경쟁하게 됩니다.


자, 아까 했던 이야기로 돌아갑시다. 북한이라는 주적, 분명히 무서운 존재입니다. 하지만 이것만은 기억하십시오. 간첩 이전에, 정부에서 자신들의 권력유지를 위해서 일반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살해했었다는 것을. 그리고 무죄를 선고받았음에도 억울함에 매일 눈물을 흘리는 유가족들을. 그리고 성장만을 내세우며 우리 내 아버지, 어머니들을 고생시켰던 사람들이 지금은 분배를 약속하고 있나요? 20년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성장이냐 분배냐로 다투시는 윗분들에게 묻습니다. 그 20년간의 열매는 어디로 갔을까요? 


서로 끝없이 경쟁하고, 학대하고, 경계하고... 더 이상 이러한 삶을 이어가서는 안됩니다. 서로가 양보를 하고 베풀수 있고, 조금 더 여유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선 가장 첫번째 조건은 시민간의 믿음입니다. 그러한 삶을 살기 위해, 그러한 것을 이루기 위해 우리는 조금 더 영리하게 행동하고, 더 현명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의 손에, 물론 투표가 가장 큰 힘이 될 겁니다. 우리가 우리의 손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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