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우며.
너도 나도 입에는
하얀 솜사탕을 한 가득 물고 있는데
발 아래 세상에 비춰진 그림자엔
까만 티끌같은 것이 새카맣게 달라붙어 있네
거칠게 토해내는 낡은 신발의 한숨마저 부둥켜안으며
힘껏 시름하던 그 해 겨울
힘없이 바스러지던 낙엽들 끝에
네가 있었다
살을 베어내며 매몰차게 불어오는 바람이
뼈를 뭉그러지게 할지언정 사랑스러웠던
그
겨울
눈꽃처럼 내게 내리운 너는
나의 불길을 이기지 못하였는지
봄이 채 오기도 전에 사느랗게 내리 흘렀다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겨울을 흩날려 보내듯
네가 있었다
의연(毅然)을 찍어낸 초상이 무심하게 흘러내리며
잠시 스쳐가는 서늘한 공기에도 너를 생각케 하는 이 겨울
닳고 닳아 흐릿하더라도
결코 녹아 허물어지지 않는
네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