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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풋했던 대학교 시절을 회상하며 써봅니다.
게시물ID : humorstory_40337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땡삼이형
추천 : 2
조회수 : 346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3/11/12 01:35:05

 2004년 겨울, 내 인생에 있어 그 겨울은 유난히 추웠던걸로 기억한다.
수능을 마친 나는 어머니가 시키신대로 되던 안되던 입학원서를 여기저기 쑤셔넣으며 "제발, 하나만 걸려라..."하고 빌었다.
그렇게 한 15개쯤 넣어놨을까? 한창 동네 게임방에서 시간을 축내던 나는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서울의 한 전문대 산업디자인과 조교였다. 그녀는 낭낭한 목소리로 내가 합격이 된것은 아니지만 대기인원에 걸려있다고 일러 주었다.
몇일이 지났을까, 결국 나는 운좋게 전화가 왔던 그 학교로 입학하게 되었다.
입학식이 다가오자 왠지 모르게 마음이 설레었다. 나도 수컷인지라 남중, 남고를 거친 나에게 '여자'라는 존재는 크게 다가 왔을터였다.
그렇게 설레는 입학식을 마치고 나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부과대에 착출되었다.
2주일쯤 지났을 무렵 수업을 마친 우리과 전원은 학교 근처 술집을 빌려 O.T를 치루게 되었다.
사실 말이 O.T지 그냥 술퍼마시고 노는게 전부였다. 그래서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교수들은 과대와 나를 불러 양주를 따라주곤 1년 동안 잘 부탁한다고 말했다. 한잔, 두잔 마시니 취기가 오르는게 느껴졌다.
그렇게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쯔음에 한 교수가 테이블을 옮겨다니며 학우들 얼굴을 익히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안그래도 교수들 사이를 삐져나와 놀고 싶은마음이 간절했는데 그 교수의 한 마디가 그렇게 고마울 수 가 없었으리라.
난 소주잔 하나를 들고 이 테이블, 저 테이블 옮겨 다니며 학우들의 얼굴을 익혔다. 아니, 내 취향의 여자학우를 찾아 다녔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그렇게 여기저기 옮겨다니며 술이 머리 끝까지 차오를때쯔음 저 끝에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지루하다는듯이 턱을 괴고 있는 여자아이가 보였다.
하얀 피부에 단발머리의 그녀는 술잔까지 엎어놓고 흡사 이 의미없는 O.T에 대해 소리없는 투쟁을 하는것처럼 보였다.
나는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던 여학우에게 조심스럽게 귓속말로 물었다.
 
"쟤는 왜저래요?"
 
"아니, 모르겠어요. 아무말도 안하고 계속 저러고만 있던데? 쟤 좀 이상해요.."
 
나는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그녀와 눈이 마주쳤고, 난 그때를 놓치지 않고 그녀에게 물었다.
 
"술을 못하시나봐요."
 
"아뇨, 재미없어서요."
 
나는 그녀의 당돌함에 당황했지만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게임같은거 좋아하세요?"
 
"무슨 게임이요, 시덥지도 않은거 할려면 하지마세요."
 
난 명치를 세게 맞은거처럼 무슨말을 해야할지 몰라 어쩔줄 몰랐다. 내가 아는 게임은 베스X라빈스31과 369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그럼, 369한판하죠?"
 
그녀는 마치 그럴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날 힐끔 보곤 말했다.
 
"그럼, 걸린 사람이 글라스로 소주먹기 어때요? 콜?"
 
5초간 망설였을까, 난 같은 테이블에 앉은 학우들의 표정을 살폈다.
그들은 나에게 "이런 미친제안을 받아들이면 네 놈을 과대로 인정하지 않겠어."라고 말하는것 같았다.
 
"그 쪽 아닌 다른사람이 걸려면 제가 흑기사하는 조건으로 한번 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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