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등병의 하루> 06:00 기상소리와 동시에 몸을 웅크린다. 밍기적거리다가 주섬주섬 모포를 갠다. 옆에있던 분대장이 뭐라 한 마디 하려던 것 같지만 신경쓰지 않는다. 저번에 소원수리했더니 터치가 없어서 좋다.
06:20 구보중에 부대가를 부르란다. 부대가가 뭔지도 모른다. 선임이 종이에 부대가를 써서 주었지만 어디다 뒀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06:40 뒤에 선임들이 기다리던 말던 느긋하게 씻고, 샴푸, 린스, 트리트먼트까지 한다.
07:20 내무실에 왔더니 선임들이 밥먹으러 가려고 날 기다린다. 취사장에서 느긋하게 먹는다. 어차피 출근시간은 08:30이다. 밥을 먹고 나왔더니 선임들이 모두 줄서있다. 대충 뒤에 껴서 걸어간다.
08:30 느긋하게 출근한다. 출근했더니 근무지 선임들은 근무지 청소와 일지 정리를 다 끝내놓고 기다리고 있다. 난 선임 옆자리에 앉아서 어제 읽다만 소설책을 피고, 맥심 커피 한 잔을 즐긴다.
10:00 옆 근무지 간부가 놀러왔다. 선임이 일어나서 간부에게 커피를 타준다.
11:40 점심시간이 되기 20분 전이다. 행보관님이 자리에 없어서 그냥 일어나 밥먹으러 간다.
12:30 근무지 선임이 나보고 어디갔었냐고 물어본다. 행정반 전화대기가 오늘 내 담당이었나보다. 날 보고 꾸중을 하는 데 다음 소원수리에 찔러야겠다.
15:20 대대에서 점호인원보고서를 보내 달라고 한다. 선임이 아직 안 했다고 하니까 대대인행관이 나를 혼낸다. 선임이 뭔가 가르쳐주긴 한거 같은데 기억이 안난다. 적당히 해서 보냈다.
17:30 일과시간이 끝났다. 밥 먹기가 싫어서 그냥 PX가서 냉동으로 떼우고 내무실에 들어갔다.
18:30 PX갔다가 내무실에 가보니 나보고 왜이렇게 늦었냐고 묻자 PX다녀왔다고 말했다. 순간 내무실 분위기가 싸해졌지만 걍 선임들은 한숨 쉬면서 밥먹으러 간다. 난 아무도 없는 내무실에 드러누워 TV를 본다.
19:30 오늘도 싸지방을 이용하면서 페이스북에 내가 얼마나 힘들게 군생활을 했는지 쓴다. 악마같은 선임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애들이 좋아요를 연신 눌러주니 흐뭇하다.
20:30 싸지방끝나고 돌아가보니 선임들이 청소를 하고 있다. 난 왜이렇게 배가 아픈지 분대장한테 화장실 다녀온다고 하니 날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한 숨을 쉬고 갔다오라고 한다.
21:30 행정반 선임이 당직사관에게 불려갔다. 나도 같이 불려갔는데, 점호인원보고서가 틀렸다고 한다. 내 선임은 하는 일이 뭘 그리 바쁜척을 하는 지 참 무능하다.
22:00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를 하는 날이다. 잽싸게 리모콘을 잡았는데 오늘 TV시청이 없단다. 당직실에 가서 당직사관한테 TV시청시간 달라고 건의하니 당직사관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분대장 데려오란다. 분대장한테 당직사관이 부른다고 전해주고 난 내 자리에 누워 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