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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이거 기억나시는분들 계시나요 ㅎㅎ
게시물ID : readers_40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적반하장
추천 : 0
조회수 : 17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10/31 22:25:57

1.
비가 갰다. 동시에 저 편 들판 건너 숲 뒤에는 둥그렇게 무지개가 뻗쳤다.  묘한 하느님의 재주를 자랑하듯이, 일곱 색의 영롱한 무지개가 커다랗게 숲 이 편 끝에서 저 편 끝으로 걸쳤다.
소년은 마루에 걸터앉아서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년의마음은 차차 뛰놀기 시작하였다. 찬란히 빛나는 무지개는 마치 소년을 라는 듯 아름다운 모습을 마음껏 뽐내고 있었다.
한나절 동안 그 무지개를 바라보고 있던 소년은 마음 속으로 큰 결심을 하였다.
'저 무지개를 가져다가 뜰 안에 놓으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소년은 방 안에 있는 어머니를 찾았다.
"어머니."
"왜?"
어머니께서는 바느질하던 손을 멈추고, 사랑하는 아들의 얼굴을 보셨다.
"어머니, 저 무지개를 잡으러 가겠어요."
어머니께서는 바느질감을 내려놓으셨다. 그리고 아들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셨다.
"네?"
"얘야, 무지개는 못 잡는단다. 멀리 하늘 끝 닿는 데 있어서 도저히 잡지 못한단다."
"아니에요. 저 들판 건너 숲 위에 걸려 있는데......"
"아니다. 보기에는 그렇지만, 나도 십 년 동안이나 그것을 잡으려 했지만 못 잡았단다."
"그래도 전 잡을 수 있어요. 제가 얼른 가서 잡아 올게요."
어머니께서는 다시 바느질감을 드셨다.
어머니의 눈에는 수심이 가득 찼다.
"네? 갈게요."
찬란히 빛나는 무지개의 유혹은 소년에게는 무엇보다도 강한 것이었다 어머니의 사랑의품보다도, 따뜻한 가정보다도, 맛있는 음식보다도, 무지개의 유혹이 훨씬 더 강하게 소년의 마음을 지배하였다. 네 번, 다섯 번, 소년은 어머니께 간청하였다. 어머니께서도 마침내 소년의 바람이 꺾을 수 없이 강한 것임을 아셨다.
"정 그럴 것 같으면 가 보기는 하여라. 그러나 들판 건너 저 숲까지 가 보고, 거기서 잡지 못하거든 꼭 돌아와야 한다."
그런 뒤, 어머니께서는 든든히 차림을차려 주어 아들을 떠나보내셨다.
"어머니! 그럼 제가 얼른 가서 잡아 올게요. 꼭 기다려 주세요.'
하고 커다란 희망을 가지고 떠나는 아들을 늙은 어머니께서는 눈물로 보내셨다.

2.
소년은 부지런히 걸어서 힘을 다하여 들판을 건너갔다. 그리고 바라던 숲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이상하였다. 무지개는 그 곳에 있지 않았다. 찬란히 빛나는 무지개는, 더 저편으로 썩 물러가서, 소년을 이끄는 듯이 아름다운 모습을 마음껏 뽐내고 있었다.
'가까워지기는 가까워졌어. 그러나 좀더 가야겠구나.'
소년은 또다시 무지개를 바라보았다.
소년은 몸과 마음이 모두 피곤하였다. 그러나 눈앞에 찬란히 빛나는 무지개를 바라보며 소년은 다시 용기를 내어 무지개를 향하여 걸었다.  얼마만큼 가서, 이만하면 되었으려니 하고 무지개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찬란히 빛나는 무지개는, 역시 같은 거리에서 그를 라고 유혹하고 있었다.
3.
소년은 높은 산을 하나 넘었다. 무지개는 좀처럼 잡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무지개의 찬란한 빛은 끊임없이 소년을 라는 듯이 유혹하였다. 잡힐 듯 잡힐 듯 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무지개는 소년에게는 참으로 커다란 유혹이었다.
소년은 용기를 내었다.  그리고 무지개를 향하여 달음박질하였다. 무지개를 잡으려는 마음으로 피곤도 잊고 아픔도 잊고 뛰어가던 소년은, 산마루에까지 이르러서 마침내 쓰러졌다. 이제는 한 걸음도 더 걸을 용기와 기운이 없었다. 소년은 그 자리에 쓰러지면서 잠에 잠기고 말았다.
어지럽고 사나운 꿈, 그  가운데에서도 소년의 눈에는 끊임없이 찬란한 무지개의 광채가 어른거렸다. 그리고 그 무지개의 빛과 어울리는 아름다운 음악이 끊임없이 들렸다. 많은 소년과 소녀가  꽃으로 온몸을 장식하고 손을 서로 맞잡고 노래하며 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소년 소녀의 동그라미 속에는 일곱 색의 영롱한 무지개가 마치 자기 주위에 있는 많은 소년과 소녀를 애호하듯이 커다랗게 팔을 벌리고 있었다.
즐거움은
행복은
뉘 것?
누릴 자
누구?
소년들과 소녀들의 노랫소리는 부드럽고 아름답게 울려 왔다. 얼마를 이러한 꿈에 잠겨 있던 소년은, 그 꿈에서 벌떡 깨면서 눈을 떴다.
조금 아래,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서 무지개는 소년이 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아름다운
빛을 내며 팔을 벌리고 있었다.
'조금 더, 인제 한 걸음!'
소년은 후닥닥 일어섰다. 아른 다리, 저린 금,...... 피곤으로 말미암아 소년은 하마터면 넘어질 뻔하였다. 소년은 다리에 힘을 주었다. 온몸에 있는 힘을 다 주었다. 눈 아래에서 황홀히 빛나는 무지개가 그에게 다시 힘을 내게 한 것이었다.
또다시 그는 무지개를 향하여 달음박질을 하였다. 그러나 산 중턱에 걸린 줄 알고 뛰어내려던 소년은 중턱에서도 무지개를 만자지 못하였다. 그리고 산 아래까지 내려왔지만, 무지개는 역시 멀리 물러서서 마치 소년의 어리석음을 비웃듯이 빛나고 있었다.
'아아, 피곤하다.'
소년은 맥이 풀려서 털썩 주저앉았다.
4.
소년은 웅성거리는 소리에 놀라 깨었다. 그는 피곤함을 모 이겨서 어느덧 또 쓰러져 잠이 들었던 것이다. 깨어서 보니, 그 근처에는 많은 소년 소녀가 모여 있었다.그리고 그들은 무엇인가에 대하여 다투고 있었다.  자세히 들어 보니, 그들은 무지개가 있는 방향이 이 쪽이다 저 쪽이다 하고 서로 다투는 것이었다.
"무지개는 이 쪽에 있다."
어떤 소년은 동쪽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하였다.
"정신 없는 소리 마라. 무지개는 저 쪽에 있다."
한 소녀가 말하였다.
"너희들은 눈이 있냐 없냐? 저 쪽에 있지 않냐? 여태껏 너희들에게 속아서 따라왔지만, 무지개는 역시 내 생각대로 저 쪽에 있다."
다른 소년은 또다른 데를 가리켰다. 그러나 그 많은 소년 소녀가 제각기 가리키는 곳은 한 곳도 정확하지 않았다. 모두 엉뚱한 곳만 가리키면서 서로 다투고 있었다.
소년도 마침내 일어났다. 그리고 웃으며 그들을 보았다.
"여보세요, 당신들도 무지개를 잡으러 떠났소?"
"그렇소."
"당신들의 말을 들으니까 무지개가 이 곳에 있다 저 곳에 있다 다투는 모양인데, 무지개는 바로 우리 눈앞에 있지 않소?"
소년은 무지개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 사람들은 소년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무지개는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다툼은 계속되었다. 그리고 한참 서로 다투던 소년들과 소녀들은 이견이 모두 맞지 않아서, 그 곳에서 자기가 생각하는 곳으로 아름다운 무지개를 잡으러 떠나기로 하였다.
그것을 멀거니 바라보고 있던 소년도 마침내 일어섰다. 그리고 그는 자기가 무지개가 있다고 믿는 곳을 향하여 또 피곤한 다리를 옮겼다. 무지개는 역시 소년의 눈앞 몇 걸음 밖에서 찬란한 빛을 내고 있었다.
'이번에는 꼭.'
눈 앞에 커다랗게 보이는 무지개에 소년의 용기는 백 배나 더하여졌다.
5.
어떤 곳에서 소년은 또다른 많은 소년의 무리를 보았다. 소년은 그들에게 가까이 가서 말을 붙여 보았다.
"여러분은 어디로 가시?"
"가는 게 아니라 갔다가 는 길이."
그 소년들은 이구동성으로 대답하였다. 그들은 모두 피곤한 듯이 눈에는 정기가 없고 몸은 쇠약해 보였다.
"어디를 갔다가 ?"
"무지개를 잡으러...."
"네? 그래, 잡았소?"
"말도 마. 그것에 속아서 좋은 세월을 헛되이 보냈소."
"집을 떠난 것은 언제쯤이?"
"모르겠소."
"그래, 인제 그만두는 거요?"
"그만두지 않고! 눈앞에 보이는 것 같기에 그것에 속아서 이제나 저제나 하고 지금까지 왔지만, 이제는 무지개라는 것이 도저히 잡지 못할 것임을 알았소."
"그래요? 요 앞에 있지 않소?"
"하하하......
그들은 웃었다.
"그러기에 말이. 눈앞에, 몇 걸음 앞에 있는 것 같기에, 그것에 속아서 지금까지 세월만 헛되이 보냈소."
소년은 실망하였다. 그리고 자기도 그만 돌아가 버릴까 생각하였다.
그러나 이상하였다. 그 때, 그 무지개는 빛깔이 더욱 영롱하여 단념하려는 소년에게 또다시 단념하지 못하게 하였다.
"아아, 아."
소년은 다시 용기를 내었다.
"조금만 더 가 봅시다. 조금만."
소년은 그들에게 동행하자고 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끝끝내 듣지 않았다. 몇 번을 청하여 본 뒤에 소년은 그들의 마음을 도저히 돌이키지 못할 것을 알았다. 그들과 헤어진 뒤에 소년은 다시 찬란한 무지개를 향하여 길을 떠났다.
6.
어떤 곳에서 그는 두 소년을 만났다. 그 두 소년은 무엇이 기쁜지 아주 만족스럽다는 듯이 벙글벙글 웃고 있었다. 소년은 그들에게 가까이 갔다.
"말 좀 물읍시다."
"무슨 말이?"
"좀 이상한 말이지만, 혹시 두 분은 무지개를 못 보았소?"
사실 소년은, 그 때 무지개를 잃어버린 것이었다. 어디로 갔나? 여태껏 눈앞에 찬란히 보이던 그 무지개는 하늘로 솟았는지, 땅 속으로 사라졌는지, 갑자기 그의 눈앞에서 그 아름다운 모습을 감추고 만 것이었다. 소년은 눈이 벌겋게 되어 찾았다. 그러나 찾지 못하여 실망하였을 때, 그의 앞에 두 소년이 나타났다. 두 소년은 빙그레 웃었다.
"무지개 말이무지개는 우리가 벌써 잡았소."
소년은 매우 실망하여 풀이 죽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그의 앞에 역시 찬란하게 빛나는 무지개가 문득 나타난 것이었다. 그 광채는 지금까지의 무지개보다 더 찬란하였고, 그 빛깔은 더욱 아름다웠다. 소년의 마음은 실망에서 단숨에 기쁨으로 뛰어올랐다.
"어디 봅시다, 봅시다."
"무얼요?"
"두 분이 잡았다는 그 무지개를!"
두 소년은 자랑스럽게 품 안에서 자랑거리를 꺼내어 소년에게 보였다. 소년은 그것을 보았다. 그리고 하마터면 웃을 뻔하였다. 그들은 평범한 기왓장을 하나씩 가지고 기뻐하는 것이었다.
"이게 무지개요? 이건 기왓장이구려."
두 소년은 각기 자기의 보물을 다시금 살폈다. 한 소년이 부르짖었다.
"무지개무지개나는 드디어 무지개를 잡았다. 이게 무지개가 아니고 무어란 말이?"
그러나 한 소년은 한참 동안 자기가 가지고 있는 물건을 보다가 한숨을 쉬며 그것을 높이 들고 울부짖었다.
"아니로구나, 아니야! 이것은 무지개가 아니야! 지금까지 무지개라고 믿었던 것은 기왓장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구나."
그리고 그는 그 기왓장을 던지고 소년에게 물었다.
"무지개를 잡으러 떠나셨소?"
"네."
소년은 대답하였다.
"그럼 우리 같이 갑시다. 나는 무지개를 꼭 잡고야 말겠소."
여기서 서로 뜻이 맞은 두 소년은 만족해하는 소년을 남겨 두고, 찬란한 무지개를 잡으러 길을 떠났다.
7.
두 소년은 산을 넘었다. 물살이 센 강을 건넜다. 가시덤불을 헤쳤다,. 돌밭을 지났다. 그들은 로지 무지개를잡으려는 열정으로 온갖 어려움을 참으면서 앞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가는 길에 그들은 수많은 소년들을 보았다. 어떤 사람은 무지개를 잡으려다가 잡지 못하고 실망하여 집으로 돌아갔다. 어떤 사람은 평범한 기왓장을 가지고 기뻐하였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은 무지개를 잡으려다 잡지 못하고, 몸과 마음이 지친 채 괴로워하였다.
"아, 무지개! 그것은 도저히 손으로 잡지 못할 것인가 ?"
그들은 목쉰 소리로 이렇게 부르짖으며 팔을 헤적거리고 있었다.
이런 광경을 보고 나서 두 소년의 용기는 꺾였다. 그리고 몇 번이나 이 여행을 그만둘까
생각하였다. 아아, 그러나 그럴 때마다 빛나고 아름다운 무지개가 마치 그들을 라는듯이
두 팔을 벌리는 것이었다.
여기서 다시금 용기를 얻은 두 소년은 무지개를 향하여 험한 길을 갔다.
8.
어떤 험한 산골짜기에 이르러서, 함께 가던 소년은 마침내 쓰러졌다.
"아, 난 인제 더 못 가겠소. 무지개는 도저히 잡을 수 없다는 것을 이제야 겨우 깨달았소."
동행하던 소년은 이렇게 한숨을 쉬었다.
"정신차려요. 여기까지 와서 쓰러지다니,,,,,"
소년은 동행하던 친구를 흔들었다. 그러나 친구는 움직이지 않았다.
소년은 거기서 매우 슬프게 울었다. 그리고 '야망을 버려야 하나 막아야 하나.' 그의 결심은 흔들렸다. 무지개는 도저히 잡지 못할 것인가 하는 의심이 강렬히 일어났다. 그러나 그 때 그의 눈앞에 다시금 찬란히 빛나는 무지개가 마치 그의약해지는 마음을 비뭇기라도 하듯이 커다랗게 웃고 있었다.
9.
위태로운 산길, 험한 골짜기, 가파른 멧부리, 깊은 물, 온갖 고난이 또 소년을 괴롭혔다. 그러나 그는 더욱 큰 용기와 희망을 가지고 무지개를 향하여 가까이 갔다.
얼마를 더 가자, 소년도 마침내 한 발짝도 더 내디딜 수가 없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거기에서, 무지개를 도저히 잡을 수 없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그는 몸을 아무렇게나땅에 내던졌다. 그리고 드높은 하늘을 쳐다보았다.
"아아, 무지개란 기어이 사람의 손으로는 잡지 못하는 것인가?"
지금까지 그와 같은 길을 걸은 수많은 소년들의 그 부르짖음을 이 소년도 여기서 또한 부르짖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는 여기서 그 야망을 마침내 접기로 결심하였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그 때에 아직껏 검던 머리가 갑자기 하얗게 세고, 그의 얼굴에는 수없이 많은 주름살이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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