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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과거] 산문 - 소녀병
게시물ID : readers_495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나래
추천 : 3
조회수 : 27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12/02 18:19:41

※판타지입니다.

 

마법은 없지만, 시대 이딴 거 다 갖다 버린 내용(...)이고, 가슴 깊은 곳에 여운이 남는 뭐 그런 글이 아닙니다. 취향과 많이 다를 수 있습니다.

 

-

 

 눈을 맞으며 그녀가 서 있었다. 발치에는 죽은 딸이 미동도 없이 누워 있었다. 떠나지 못하는 것인가. 허무하리만치 쉽게 쓰러진 네 딸 곁을 뜨지 못하는 것인가. 그것이 당신의 목숨마저 가져갈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리 서 있는가.

 

 벽에 기대어 섰다.

 

 저 여자를 죽여야 해.

 

 가슴 한구석이 싸해졌다. 차갑게 얼은 손이 움찔거렸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저 여자를 죽여야 해. 어머니도 남편도 잃고, 종내에는 딸까지 잃게 된 저 불쌍한 여자를 죽여야 한다. 머스킷의 안전장치를 풀고 카트리지를 물어뜯어 찢어냈다.

 

 '미안해요.'

 

 화약 접시에 화약을 넣는 손길은 여전히 떨렸다. 온 몸의 모든 근육들이 경련하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오늘 밤 내 꿈에 나오지 말아 줄래요?'

 

 손길이 점점 빨라졌다. 화약에 이어 탄약마저 집어넣고 난 뒤에는 램라드를 꺼내 총구에 쑤셔 넣었다. 다시 꺼내서 원래 자리에 끼워 넣으려는데 몇 번이나 헛손질을 했다.

 

 놓칠지도 몰라…….

 

 머리가 새하얘졌다. 여자를 놓친 후에 벌어질 일이 두려웠다. 그 여자를 죽인 이후에 느낄 자책감보다 자신의 고통이 더 견디기 어려웠다. 당장은 그랬다. 나는 결국 어쩔 수 없는 십오세 소녀인 것이다.

 

 램라드를 원래 자리에 끼우는 데 성공하자 골목을 돌아 여자에게 다가서며 코크를 뒤로 젖혔다. 여자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발자국 소리가 들릴 텐데도 그저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등을 보이며 그렇게 서 있었다. 총구를 아래로 내리고, ……방아쇠를 당겼다.

 

 탕!

 

 몇 번이나 쐈지만 여전히 두려웠다. 나는 감히 시체를 확인할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뒤를 돌아 도망쳤다.

 

 

 

 "수고했다. 숙소로 돌아가."

 

 그것이 내가 그녀를 죽인 뒤 처음 들은 말이었다. 명령 때문에 사람을 죽이느라 고통스러운 내 마음을 다독여 주는 말 한 마디는 어디에도 없었다.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에 분노하며 나를 비난하는 눈길도 없었다. 강제로 거둬진 목숨과 거둔 목숨은 이렇게나 가벼웠다.

 

 할 일 없이 기숙사 복도를 걸었다. 방에는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가 봤자 사람을 죽인 기억을 잊기 위해 무언가에 미친 듯이 몰두하는 룸메이트들의 썩어가는 눈길밖에 더 받겠냐는 생각이었다. 생기 없이 어두운 눈동자는 더 이상 마주하기 어려웠다.

 

 저 끝에서 이 끝으로. 저 위에서 이 아래로. 나와 마찬가지로 이유 없이 복도나 계단을 오가는 소녀병들이 꽤 많았다. 서로 힐끔거렸지만 얼굴을 마주보는 일은 없었다. 나는 복도 끝에 서서 그 비참한 행위를 한참 동안 지켜보았다.

 

 복도를 지나는 소녀병들의 머리카락은 모두 남자아이마냥 짧게 잘려 있었다. 손길이 머리카락을 향했다. 오랜 시간 관리하지 못해 거칠어져 있었다.

 

 '……나도 머리카락을 자를까…….'

 

 사람을 죽이고 난 뒤에 하는 생각이란 고작 그런 것이었다.

 

-

 

...왜 나 혼자 이런 내용을 쓰고 있지...? 여러분 제가 이래욬ㅋㅋㅋㅋ 어휴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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