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음, 어렴풋이 정신이든건가, 몽환적인느낌이든다.
여긴 어딜까, 온통새하얗다. 마치 한겨울날 눈이내리는 딱그장면이다.
하지만 춥지않다. 오히려 내리고있는 이 함박눈이 따스하게느껴진다.
난 행복한미소를지으면서 눈밭에누워본다.
순간
저멀리서부터 붉은것과 검은것들이 뒤섞이면서 나를감싸려든다.
그리고 그 저멀리서부터 그혐오스러운 좀비들이 나를향해달려온다.
사방에서 동서남북할것없이 나를향해 돌진한다.
"캬오오오오오-!!!"
난 주저앉아버렸다. 그리고 두손을모으고 흐르는눈물과함께 기도를한다.
저멀리서부터 괴성을지르며 달려오는 그것들은 멈출줄모르고 물밀듯달려온다.
'저에게 이런시련을 주시는이유가뭐죠, 제가 뭘 잘못했나요.'
난 신께 잘못을묻고 그간 내욕심, 내욕망을 이루려고 다른사람을 괴롭게했던 모든일을 회개하기시작한다.
그리고 뜨거운 눈물을흘린다. 지난 모든일들을 생각해본다.
그 눈물로 내주변으로 쌓였던 눈이 전부녹아버린다.
고개를들고 나를향해 달려오는 그 악마같고 벌레같은 혐오스러운 그것들에게 시선을고정시킨다.
그리고 도망치고싶어 피하고싶어서 진심으로 하늘을향해 손을뻗고 눈빛을보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를 덮치는것들에게 몸을맡겼다.
"허억!!"
갑작스레 눈이떠지고 몽환적인 느낌이사라진다.
뭘까, 뭐지, 너무 생동감넘쳤다.
꿈? 악몽?
"헉..헉..헉..."
가쁜숨을고르며 내가 누워있는 침실을확인한다.
아, 맞다. 여긴 대피소였지...
난 극심한 갈증을느끼고, 내가방에서 물을꺼내든다.
"꿀꺽-꿀꺽-"
물을마시고는 작은램프를켠다. 옆침대엔 허기범아저씨가 주무시고계신다.
2층침대엔 해랑이형이 자고있다.
난 마음을가다듬고, 방금 꾼 그악몽의 생동감과함께 죽음에대해 고뇌하게된다.
정말로 지금껏 그것들에게 잡혀먹여지지않고 살아있다는것자체가 큰행운이고 축복이다.
하지만 어쩌다가 진짜 만에하나 그것들에게 잡혀먹게된다면...
무섭다는 생각전에 혐오감과함께 구토가치민다. 난 간신히 그생각을떨쳐버리고, 물한모금을 더들이킨다.
난 다시자려고누웠다. 하지만 왜인지 악몽때문에 쉽게 다시눈을붙이기 쉽지가않다.
다시 자려고해도 도저히 집중이안된다. 시간을확인한다. 새벽4시9분, 잠은 다잔거다.
난 가방겉주머니에서 말보로를꺼내든다. 라이터, 라이터가없다. 하지만 담배를피러나가면 당연히 나와같이 나온사람이 있기마련일것이다.
그러므로 라이터불은 가서 빌리면된다.
난 침실문을열고나와서 가장 밖과밀접한 환기구로향한다. 원래 쓰라고있는곳은아니지만 사람몇명서있을만한 공간은된다.
그러므로 담배를피기위해선 모두들 환기구를 이용할것이라는 예측을해본것이다.
환기구로향하는 사다리를타고 올라가본다.
그리고 손을더듬거리며 램프를찾는다.
램프를켜보니 아무도없었다. 뭐 상관없다.
아, 불이문제다. 여기저기 살펴보면 라이터하나정돈있겠지,
발로 구석구석을 뒤적여본다.
"에이, 없네.."
"뭐 찾으세요."
뒤에서 여자목소리가들린다.
난 급히 담배를숨기고 뒤를 슬쩍돌아본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몇살인데 여기서 서성거리는겁니까?"
"고3인데요.."
"풋, 너 담배피러왔지?"
"아뇨, 고딩이무슨... 이빨누레지고 입냄새심해지는데 왜핍니까,"
"안폈는데 그렇게 잘알어?"
순간 좀 뜨끔했다.
"자, 이거마셔, 그리고 담배같은거 피지마 진짜 안좋은거야"
나에게 캔커피를건낸다. 이런 상황에 구하기도힘들텐데...
"감사함다. 잘마시겠슴다."
난 꾸벅인사를하고 한모금마신다. 칸타타 오리지날원두...
난 잠시 맛을음미하고 목구멍으로 흘려보낸다. 뜨끈뜨끈좋다.
잠시 정적이흐른다. 난 내가먼저 말을꺼내기로한다.
"저기... 여기 추운데 왜 올라오셨어요?"
"아, 잠이안와서.."
"여자들 침실은 더따뜻하고 좋다던데?"
"그건그렇긴해, ㅎㅎ"
"불면증이신가..."
"아니, 그냥 오늘따라 지난기억이 괜히떠올라서..."
"무슨 기억..."
"여기 대피소로 오기전엔 신촌 커피숍안에서 좀비들을 피했었거든,"
"커피숍... 좀 허술할텐데.."
"사실 좀이아니고 많이허술해서 바리케이트랍시고 책장, 의자 다가져다가 입구를막아놨었지,"
"아... 그런데 그정도면 그래도 버틸만하셨을텐데..?"
"버틸만했..겠지도 몰르겠지만 그전에 큰문제가 한번생겻었거든,"
"큰문제? 단체적으로 실수라도했나요?"
"실수.. 그래.. 한생명을위해서 실수를하고말았지,"
"나를포함한 여러사람들이 커피숍안에서 있었지,"
"네... 여러사람들..."
"그중에 나와 마음이잘맞는 한남자를 만났거든, 정말 모두를 위할줄아는 그런남자였지,"
"아, 좋았겠네요. 친해져보긴했나요?"
"응, 꽤 친해지기도했는데..."
"그럼 실수같은건 별로 생각치못했겠네요."
"맞아, 그런데 그남자의 희생정신이 문제였어,"
"어느날 커피숍앞에있는 가로등에 어떤 군사용트럭이 돌진하더니 부딪힌거야,"
"좀비들에게 쫒기고있었던것같았어, 그냥 내버려두면 그 트럭안에있는 사람들은 죽을판이였던거야,,"
"그순간, 그 남자가 입구의 바리케이트를 치우고 밖으로 뛰쳐나갔지,"
"그리고 그 트럭안의 사람들을구해내려고 안간힘을쓰더라고, 그런데 잘보니 그 트럭안의 사람들이 군인인거야,"
"군인!"
"그래, 총도매고있는상태였고, 정신을 잃은상태였지,"
"아... 좀비들이 달려들었겠군요."
"그렇지.. 그순간 커피숍안의 사람들은 차마 다시 입구를막지못하고 주저하다가 좀비들을 그대로 마주하고말았지
순간 아수라장이되어버렸고, 난 비명을지르면서 2층으로 뛰어올라갔어, 그순간 1층에서 총성이들렸어,
탕-탕-탕- 세번의 총성이들리고, 좀비의 괴성이 잦아들더니 바리케이트를 다시내리는소리가 들렸지,
그리고 어떤남자의 거친숨소리가들렸어, 난 혹시나하는마음에 그남자이기를바라며 조심스레 1층으로내려갔어,"
"그남자엿나요? 그남자가 살은거에요?!"
"아니, 그 총성의주인은 어떤군인이였어, 그남자는 여전히 좀비들에게 둘러쌓여서도 정신을 잃은 그군인을 구하고있더라고,"
"가서 구해내지그랬어요. 지금이라도 그 정신을잃고 쓰러진 그군인을 포기하라고!"
"차마그럴수없었어, 난 눈물을흘리며 금방부서질듯한 바리케이트뒤에서 기도하는수밖에없었지,"
"아..."
"그리고 난 얼마간 슬퍼할시간도없이 2층화장실로통해서 밖으로나갔지, 그리고 우릴 살려준 군인의 트럭을타고 여기 대피소로오게되었어,
"그렇군요...."
난 복받쳐오르는 감정을 감아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