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오유과거] 산문 "그녀가 결혼한다."
게시물ID : readers_508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크림레몬
추천 : 3
조회수 : 359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2/12/02 22:38:25

약간의 성적인 표현이 있습니다.

그런 표현이 거북하신분이나 미성년자분은 뒤로가기 눌러주세요.

---------------------------------------------------

 

 

눈을 맞으며 그녀가 서있었다. 버스에서 내린 나는 길건너에서 그 모습을 발견했다.

 

날씨가 추운지 제자리에서 동동 뛸때마다 하얀 이어폰줄이 덜렁거렸지만 그모습은 내게 아무런 감흥도 주지 않았다.

 

바로 뒤에 커피숍딸린 큰 건물이 있지만 굳이 밖에서 눈을 맞고 있는이유. 어깨와 머리는 전혀 젖어있지 않은 이유. 다 나 미안하라고 쇼하는것이라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커피숍에 앉아있다가 내가 탄 버스 발견하고 부랴부랴 나와서 연기하는거겠지. 그녀의 연기에 사실감을 불어넣어 주기 위해 파란불로 바뀐후에도 그자리에 그냥 서 있었다. 어디 한번 젖어보시지.

 

날 못본척 핸드폰을 뒤적이던 그녀가 슬쩍 내쪽을 보고는 종종종 내쪽으로 뛰어온다. 아씨... 한대 맞겠네..

 

늦은 출발때문인지 빨간불로 바뀌고 5초쯤후에 내앞에 도착했고 그녀가 뭐라 말하기전에 내가 선수를 쳤다.

 

"고기 산다."

.

.

.

.

 

"여기 소주 두병이요"

 

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난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나5잔, 그녀 3잔.. 소주한병의 법칙이 암묵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우리의 술자리에서 그녀가 두병을 한번에 시킨것은 무언가 기분나쁜 일이 있거나 중대 발표가 있을때 뿐이고 지금 우리 나이에서 그녀를 저렇게 만들만한 이유는 99% '그거'다...

 

그래도 1%일지도 모르니.. 일단 술부터 따르자..

 

"같이 죽자는 건가요 고객님? 아님 따라만 드리고 맞장구를 쳐드릴까요 고객님?"

"오늘은 같이 죽을려고...열 잔 셀거야."

"그럼 난 누구 원망하면서 죽어야 되는데? 김부장? 아님 그 팀장 아줌마? "

"나."

그녀의 손가방에서 정사각형의 두꺼운 봉투가 빠져나와 내게 건네진다.

 

씨발.

 

흰색 정사각형 중앙에 은색 톱니바퀴 스티커를 보니 영락없는 '그거'다. 도화지 두장이 겹쳐진듯한 두께가 느껴지는걸 보니 '그거' 맞는거 같다. 슬슬 확인사살 들어올 타이밍인데..

 

"나 결혼해."

 

99%가 100%가 되는 순간이다.

 

"결국 이 날이 왔구나."

"미안해. 이제야 이야기 해서..."

"미안한 건 둘째치고 이걸 왜 고깃집에서 주고 그래-_- 좀 분위기 있는곳에서 주던가...;;"

"줄거 얼른 줘버려야지.. 그래야 후련하게 술먹지."

 

그렇지... 만나면 소주 한병먹고 피시방이나 만화방에서 술좀 깨고 나서야 커피숍을 가니 그때까지 마음이 무거워서 도저히 못버틸거 같았나보네. 뭐, 무거운것 드는건 남자몫이니 내가 받긴 했다만 , 너 이거 건네주고 가벼워지긴 한거냐.

 

"얼른 가라 얼른 가라 했지만서도 막상 네가 간다니 시원섭섭하다?"

"너도 얼른 결혼해야지? 너 계속 그렇게 솔로로 지내면 (X에)곰팡이 핀다"

"하이고~ 걱정도 팔자십니다. 그걸로 거미줄 치워준게 몇번인데.."

 

 

오늘이 마지막이니 거미줄녀라고 놀리는걸 빼먹을 순 없지. 정강이 맞는것도 오늘이 끝이구나.

가위로 비계를 잘라내며 물었다.

 

"05년도에 담배 끊고 한번도 핀적 없지?"

 

잘린 비계를 상추에 얹으며 그녀가 대답한다.

 

"봐서 알잖아. 완전히 끊었다니까?"  

 

비계가 잘려나간 순살을 그녀의 파썰이 위에 얹어주며 말했다.

 

"근데 욱하면 순간적으로 '시발' 하는거 못고쳤지?"

 

잘린 비계위에 고기한점을 더 얹은 쌈을 내 입에 넣어주며 그녀가 대답한다.

 

"그거 시발 너 때문에 못고쳤잖아."

 

많이 화났나보네...쌈안에 생마늘이 두개나...

.
.
.
오늘 컨디션으로 소개팅을 나갔으면 문근영도 꼬실 수 있었을것 같은 하루였다. 난 끊임없이 그녀를 웃겼고,약올렸고, 장난을 걸었다.

그녀도 끊임없이 웃었고, 내 정강이도 차고, 네번이나 시발이라고 했다.

 

그리고 두번째 소주병이 반쯤 남았을 무렵 우리 술자리는 끝이 났다.

 

지하철역 앞에서 난 그녀를 보내고 버스를 탈 생각이었다. 헤어짐의 인사말을 하고 세정거장을 같은 방향으로 가는것도 우습고, 지하철에서 내리면서 헤어짐의 인사를 하는것도 모양이 영 아니다.

 

그런데 역 입구가 다와갈 무렵, 그녀가 내게 말했다.

"우리 모텔가자." 
.
.
.
.
그녀의 말도 안되는 제안에 내가 응한것은 툭 까놓고 이야기 해서 성욕때문이었다.

작은 체형의 그녀를 꼭 끌어안고 그녀의 한숨 소리를 가슴으로 느끼고 싶었고, 내 위에 걸터앉은 그녀가 해주는 머리쓰다듬을 받고 싶었다.

먼저 씻고 나온 나는 샤워기 물소리를 들으며 멍하니 앉아있었다.

 

나의 처음인 여자, 내가 처음인 여자... 그 여자가 결혼을 한다고 한다.

나랑 결혼 할게 아니라면 당연히 다른 누군가와 결혼을 하는게 당연한건데 와닿지가 않는다.

 

서로를 받아들이면서도 사귀지는 않는 기형적인 형태로 상대방을 안식처로 삼아온지 13년...이런 관계가 싫어서 진지하게 대쉬해보기도 하고 , 장난스럽게 고백해보기도 했지만 항상 거절당하고 오늘날에 이르렀는데 그런 여자가 다른 누군가랑 결혼한다고 한다.

 

질투심에 휩싸여서 얼굴도 모르는 남자를 욕할려고 할때 그녀가 나왔다. 화장실에서 침대까지 그 짧은 거리를 못기다리고 무심결에 마중을 나갔다가 괜히 머쓱해서 감지 않은 머리에 코를 들이대고 냄새를 맡는다.

 

"고기냄새"

 

출렁

 

"맡지도 못하는 냄새 맡는척 하지마라 응?"

 

짝 소리도 나지않은 그녀의 깔끔한 보디 블로우에 내 뱃살이 출렁거린다. 결혼할 그남자가 저거맞고 '어디서 저런걸 배웠냐'고 황당해 할때마다 귀좀 간지럽겠네...

 

그녀가 침대에 먼저 누웠고 난 엉금엉금 다가가 손가락으로 그녀의 귓바퀴 주위를 한바퀴 돌려 귀를 노출시키고 키스를 시작한다.
.
.
.
.
한번의 바람이 지나가고, 모든 남성이 그렇듯이 한차례 사정후 놀랍도록 냉철해진 내 이성은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질문을 뱉어냈다.

"뭐 좀 물어봐도 돼?"

"뭔데?"

"약간 껄끄러운 질문 포함 이것저것"

"물어봐..대신 패스한번 인정?"

"인정.. 나랑은 도대체 왜 안사귄거야?"

"패스"

어이-_-...


" 결혼할 사람이랑 가장 최근에 섹스한날은?"

"화요일 저녁"

"예비 신랑 발기시 성기 크기는?"

"응 센치로는 모르고 저 리모콘이랑 비교 하자면.."

"됐습니다. 질문 끝.." 

 

그녀는 깔깔대며 내위로 올라와 허벅지위에 앉아 나를 꼭 껴안는다.

"너도 얼른 좋은 여자 만나... 결혼할 여자의 마음같은거 들어서 좋은거 없잖아"

그녀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고 난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한숨을 쉬었다.

"안 물어봐?"

"뭐를?"

"어떤 남자인지...언제 어디서 결혼 하는지도 안물어보고."

"청첩장보면 언제 어디서 누구랑 결혼하는지 알거고 남자야 척하면 착이지."

"응?"

 

"착하지? 그니까 너랑 결혼해주지"

찰싹

 

"의외로 좀 멍한데 있지? 그니까 아직 네 진짜 성격을 모르지."

찰싹

 

"분명히 안경 썼을거야. 눈좋아도 너따라서 만화방 피시방가면 안 나빠질수가 없어"

찰싹

 
음... 등의 팔선지는 남자가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명예중 하나라는데 등의 손바닥자국은 명예냐..굴욕이냐..

그녀는 여전히 날 안아주고 있고 나 또한 그녀의 가슴에 계속 얼굴을 묻고있다.

 

내가 말할때마다 내 입김은 그녀의 젖꼭지를 자극하고 내가 한숨쉴때마다 살짝살짝 몸이 굳는게 온몸으로 전해져온다.

에라...2라운드 돌입이다.

 

난 젖꼭지를 물었다.
.
.
.
.
.
매일 같이 가던 길은 아니지만 여러번 갔던 길이다.

내 몸은 능숙하게 그녀를 애무했고 그녀 또한 익숙하게 날 받아들인다. 내 입이 가슴에서 쇄골 찍고 자연스럽게 귀로 가는 그 짧은 시간동안, 만약 글로 옮긴다면 10포인트 A4지 네장정도는 가볍게 넘길 정도의 상념이 머리속을 스쳐지나갔다.

이번이 마지막이다.

지금 이 정사가 끝나면 그녀는 샤워실로 가겠지. 그리고 화장대에서 짧지 않은 '가벼운 화장'을 하는동안 나는 씻고나와서 TV를 보거나 시덥지 않은 농을 걸거나 했었지. 오늘은? 오늘도 그럴수 있을까?


어깨를 애무하기 위해 그녀의 삼두를 받치고 있던 왼손을 내리면서 그녀의 옆구리를 간지럽힌다. 예상대로 접시깨지는 웃음소리가 나며 내 귀가 뒤로 당겨진다. 방금까지 내가 받치고 있던 그녀의 오른팔이 내 목덜미를 감아돌아 내 오른쪽 귀를 뒤에서 잡아당긴 것이다..
 
사실 그녀는 저렇게 접시깨지는 웃음 소리를 내는 성격이 아니었다. 내가 저렇게 만든 것이다. 그녀는 교회 중고등부 율동부장을 맡았었고 유아교육을 전공했다. 조용하고 조심스럽게 말하는 스타일에 야한 농담이라도 하면 순간 이해를 못하고 눈부터 깜박이는 여자였다.

 

귀가 당겨지니 자연스럽게 내 얼굴이 그녀의 몸에서 떨어지고 난 그녀의 얼굴을 마주보게 되었다. 키스해야지. 목에서 올라갈까 하다가 마음을 바꿔 눈두덩이에서부터 내려가기로 마음 먹었다.

 

그녀는 항상 반농담 반진담으로 내가 자신을 타락시켰다고 말했다. 뭐...물들인건 사실인거 같다. 근데 너도 나 물들였잖아. 평범한 중삐리 고삐리 생활을 했던 남자답게 시발 존나 좆이 없으면 말이 심심해지던 내 입에서 욕을 떼어낸 것도 너잖아. 그래놓고 넌 열받으면 시발이라고 하잖아. 여자 동기들한테 헤드락 못걸게 했잖아. 그리고 너는 나 걷어 차잖아. 연합엠티때 원카드 처음 배운다던 애가 이젠 나보다 사이버머니가 많잖아.

 

눈커풀에 입술을 갖다댔을때 느껴지는 눈동자의 움직임을 나는 좋아한다. 이리저리 움직이는 눈동자의 느낌이 왠지 눈둘곳을 몰라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코끝을 살짝 낼름만 하고 입을 맞추는 순간 그녀의 두팔은 내 목을 끌어안았고 난 그녀의 겨드랑이쪽으로 팔을 뻗어 그녀를 꼭 안아올렸다.

 

어느 한쪽이 애인이 생기면 그동안은 전화로만 연락하는게 우리의 암묵적인 룰이었다. 워3유즈맵 해야되니까 제발 남친이랑 오늘은 헤어지지말고 헤어질거면 내일 모래 헤어지라고, 오늘은 밤새 유즈맵하고 내일 저녁무렵부터 푹자서 모레 건강한 컨디션으로 같이 술마셔 줄테니 제발 모레 헤어지라고 말했었던 적도 있었다.

 

잠시 입술을 떼고 빈틈없이 그녀를 끌어안자 심폐가 압박되어 나오는듯한 깊은 한숨이 그녀입에서 나온다. 그렇게 살짝 들여올려진 그녀가 무릎을 세워 몸을 지탱하는동안 난 콘돔을 끼웠고 작업을 마친 오른손이 그녀의 엉덩이쪽으로 이동해 아직 현장에 있는 왼손과 조율하여 그녀와 나의 합체를 도왔다.

 

오늘 그녀와 헤어지면,내일 아침에 이불차고 일어나면, 일주일이 지나면, 이주일이지나면, 그녀의 웨딩드레스를 보는 날이오면 넌 지금 이 행위를 어떻게 생각할거냐...성욕에 휩싸여 그녀를 안고 있는주제에 머리속은 이 무슨 망상의 폭주냐. 그래.고상한척 해야 할 타이밍을 놓쳤으니 솔직하기라도 해야지. 난 더이상 생각하는것을 멈추었다.

.
.
.
.
내가 씻고 나왔을때 그녀는 '간단한 화장'을 하고 있었고 난 침대에 누워 TV를 켜고 멍한 눈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 뻘쭘한 타이밍에 무슨말을 해야하나 했던 아까의 고민은 괜한 고민이었던것 같다.

아무런 생각도 감정도 없는 멍한 상태로 그녀의 화장하는 뒷모습만 보고 있었다.
.
.
.
.
"난 버스타고 갈게"

개찰구 앞에서 준비한 이별인사를 꺼냈다.

"행복해라. 결혼 축하한다."

"고마워. 결혼식날 올거지?"

"당연한걸 물어보고 그러냐. 1부터 9까지중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숫자 뭐야?"

"3"

"축의금 30만원 해주마"

"9"

"재혼할때는 꼭 9라고 대답하셔"

주머니에 있는 손을 빼는것도 귀찮냐... 그녀는 머리로 내 가슴을 들이 받았고 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가라"

"간다"

"결혼식때 진짜 오는거다?"

"그래..."

그녀는 개찰구를 통과해 계단을 내려갔고 갔고 난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는길에 소주 한병을 샀다.술생각은 전혀 나지 않았지만 스스로를 괴롭히는 무언가를 해야 할것만 같았다.

피곤한 하루였다.

아무것도 떠오르질 않는다.

그냥 이거먹고 죽은듯이 자자.

내일일은 내일 생각해야지.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