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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과거] 운문 -빈 그네
게시물ID : readers_51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오래된다리
추천 : 4
조회수 : 33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2/12/02 23:59:20

빈 그네

 

 

오래된 놀이터에 낡은 그네 하나

녹슨 쇠사슬이 탈골된 어깨처럼 늘어져 있다

들어 올린 어깨넓이의 땅은 무겁고

기댈 곳은 가느다란 두 다리뿐이다

 

두껍아 두껍아 흙에 스민 노랫소리

가끔씩 들려오는 환청에

가누기 힘든 어깨가 요동쳤다

두 가닥을 꼿꼿이 하늘까지 차오르던

발자국은 어디로 갔을까

 

나이든 동네에 그네는 멈추어 있다

녹이 슬은 쇠고리를 삐걱거리며

청춘들이 맥주 캔을 따 마실 때나 흔들거린다

빈 그네는 다만 등받이 없는 삶들이

저들끼리 기대어 앉는 벤치에 불과하다

 

그네는 어린 시절의 놀이터가 그립다

걸러짐 없는 웃음소리로 울타리를 허물던

아이들은 실수가 무겁지 않았다

 

늘어진 청춘의 그네가 한심한 사람들은

한 손을 주머니에 집어넣고서

빈 그네의 등을 밀어 주곤 하였다

그러나 그네를 밀던 사람들아, 비켜서자

그네에겐 밀어줄 사람보다는 탈 사람이 필요하다 

허공에 밀린 그네가 멀미를 앓는다


그네는 지금 어린 시절의 발자국을 추적하는 중이다

조금은 헤매고 때로는 좌절할지 모른다 

그러나 모래 속에 뒤덮인 흔적을 좇는 길목에

눈치를 보던 아이가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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