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에 빠진 19년 경력의 현직 경찰관이 여성운전자를 납치해 돈을 빼앗고 성폭행하는 등 9개월여동안 6차례 못된 짓을 계속했다. 이에 대한 지휘책임을 물어 경찰서장에서 지방경찰청장 등이 무더기 징계됐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경찰서는 20일 지하철 3호선 대화역 인근 환승주차장에서 밤늦게 귀가하는 여성운전자를 납치해 금품을 빼앗거나 성폭행을 일삼은 혐의(강도 강간 등)로 고양경찰서 소속 이모(39) 경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경사는 지난달 29일 오후 11시30분쯤 여성운전자 A씨(33)가 자동차 시동을 거는 순간 차문을 열고 흉기를 들이대며 납치한 뒤 인근 산으로 끌고가 성폭행했다. 이 경사의 DNA가 피해 여성의 몸에서 채취된 체액과 일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경사는 또 같은 방법으로 납치한 B씨(34·여)에게 변태행위를 강요하는 한편 납치한 부녀자로부터 3차례 1900여만원의 금품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 1∼2월에 같은 수법으로 다른 여성 2명을 납치하려다 차문을 열고 도망치는 바람에 실패하는 등 상습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고양종합운동장 부설주차장 겸 지하철 환승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문제의 주차장에서 유사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잠복근무를 계속해 왔고 19일 오후 8시45분쯤 김모(37·여)씨를 상대로 범행을 하려던 이 경사를 체포했다. 1989년 순경으로 임용된 뒤 금품수수 등의 비리로 해직된 후 98년 복직된 이 경사는 사업을 하는 형의 보증을 섰다가 거액의 빚을 떠맡게 되자 대화역 주변에서 비번일 때 부업으로 대리운전을 하면서 주변 사정을 살펴뒀다가 취약시간대에 여성운전자를 골라 범행을 일삼았다. 경찰은 최초 범행 시기와 최근 범행 사이에 9개월의 시차가 있는 점을 중시하고 이 경사를 상대로 추가 범행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청은 이 경사에 대해 파면 조치하는 한편 직접감독 책임자인 문모 서장(총경)에 대해 직위해제와 서면경고하고 김상환 경기경찰청장에 대해서는 서면경고 조치했다. 또 노모 경감, 서모 경감, 박모 경위 등 지휘 감독 책임이 있는 현직 고양서 간부 3명은 직위해제와 함께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예정이다. 이와함께 경기 광주서 이모 경정, 고양서 김모 경감, 경기 부천중부서 김모 경감 등 이 경사의 과거 감독자들도 징계위에 회부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