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어떤 밤.
소리 없이 한기가 들이닥친다.
창밖에 눈이 내리는 것도 아니고
비가 내리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창문을 바라보곤 발견하는
커다란 방 가운데 덩그러이 놓여진 내 모습.
고요한 가을, 새벽 이슬이 맺히듯
그렇게 서서히, 외로움은 내 몸을 뒤덮는다.
다시 한 손에 연필을 잡고
적막을 잊으려 슥 슥 선을 긋지만,
이내 연필은 부러지고.
나는,
달갑지 않은 외로움 맞이하며
천천히, 고개 들어 눈을 감는다.
어쩐 일이던가.
항상 새로운 이는 찾아오지 않고
또다시, 그녀는 내 기억 속으로 들어오곤 한다.
초대하지 않은 손님.
하지만, 초대하고 싶던 그 손님이 찾아온 지금.
두 눈 감아야 보이는 이 세상 속에선
창밖에 눈이 내리고, 비가 내리나 보다.
대학생이 되어 첫 연얘를 해보기 이전에 썼던 시 입니다.
첫사랑 보다는,
그저 해외 기숙사생활을 하다 갑작스레 느꼈던,
예전에 좋아했었지만 잘 되지 않았던 이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바로 그 자리에서 썼던 시 입니다.
감상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