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단편]짝사랑, 첫사랑, 그리고 우비카페 1
게시물ID : readers_53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억겁의돌처럼
추천 : 2
조회수 : 239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2/12/03 19:53:27

갈색 자켓 주머니 속에 손을 찔러 우겨놓고는 날카로운 바람을 뚫고 한 걸음씩 나아갔다.

도착할 곳은 보이지만 추운 탓인지 쉽사리 닿지 않았다. 거센 바람 덕에 내 코는 끝이 빨갛게 물들어 한마리의 루돌프 같았다.

고된 걸음 끝에 도착한 곳은 우비카페 였다. 만날 우에 문짝 비 만나는 문짝이라 이상한 이름이지만 그래도 이곳은 꽤나 오래 되었다.

지금이야 리모델링을 한 덕에 요즘 카페 같지만 사실 예전에도 나름 세련된 곳이였다. 이곳에서 다들 모여 소개팅도 하고 그랬으니까.

따지고보면 맞는 이름이였다. 유리문을 열자 짤랑 하는 종소리가 울렸다. 안으로 들어서자 창가 테이블에 앉아있는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그녀였다. 나는 매우 반가웠지만 애써 누르며 테이블을 향해 걸어갔다.

"왔니?" 짧막한 그녀의 말은 오랜만에 만난 나를 서운케했다. 테이블에 앉자마자 커피 두잔이 바로 나왔다. "오는 거 보고 시켰어."

장난기 가득한 미소로 그녀가 말했다. 거짓말이다. 예전부터 시간에 제때오거나 먼저 와있었던 나를 알 고 있었기에 예상하고 시켰을 것이다.

막상 자리에 앉고보니 반갑고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입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 반가움속 어색함을 지우려고 나는 앞에 있는 커피를 묵묵히 한 모금 마셨다. 그녀도 역시 말없이 커피잔만 들고 있었을 뿐 이였다. 입에 달달하니 추위를 달래준 커피는 마끼아또였다.

"너 예전에도 커피는 잘 못마셨잖아, 그래서 이걸로 시켰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창밖에서 갑자기 눈이 펑펑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번 겨울 맞이해서 처음으로 보는 눈이였다. 나도 그녀도 잠시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았다. 정적이 흐르고 그녀가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네." 나는 그녀를 쳐다보았고, 그녀는 여전히 창밖을 보고있었다. 그녀는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그 미소에는 씁쓸함이 담겨있었다.

"예전에 우리 저어 신호등 있는 곳에서 첫눈 오는날 같이 있었잖아." 그리고 나를 보며 웃는 그녀를 보자 나도 모르게 피식 웃고말았다.

그리고 다시 마신 커피는 달달함속에서 씁쓸함이 강하게 내 혀를 자극했다. "요즘.......어떻게 지냈어?" 그녀는 조용하게 나에게 물었다.

그리고는 빤히 그 눈망울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그 대답하듯 그녀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재미없게, 나 이혼했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하지만 나는 놀랐다. 그녀가 어떤 사람인 줄 알기에 놀랐고, 주변에서는 아무도 말을 안해줬기에 뜻밖인 소식을 당사자에게 이렇게 들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였다. 그녀는 내 표정을 보더니 살짝 웃으며 "궁금하지 않아?"라고 물었다. 궁금했지만 나는 입밖으로 내뱉을 수 없었다. 나는 그저 앞에 놓인 커피잔만 바라보고있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곤 "여전하구나, 너."하고 웃었다. 나는 멋쩍에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날 빤히 쳐다보았다.

나 역시 그녀를 쳐다보았다. 내가 말을 하지 않자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너, 왜 그때 나에게 말하지 않았어?"

갑작스런 물음 이였지만, 나는 담담했다. "그땐 그게 덜 아플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으니깐, 지금도." 나는 처음으로 말문을 열었다.

"넌 다 변했는데, 목소리는 그대로구나." 내말엔 엉뚱한 말이였다. "그 목소리 참 좋아했는데......." 그리고는 내게 물었다.

"그거 알아?" 말하는 그녀의 눈 속은 왠지 모르게 나를 시큼하게 또 두렵게했다. "뭘?" 나는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

"나 그때 항상 기다렸었어, 니가 말해주길." 아, 그말은 나를 아프게 하는 말이였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