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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과거] 산문 - 어른들을위한 기묘한동화, 결혼식
게시물ID : readers_535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자부선인
추천 : 4
조회수 : 31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12/03 22:33:42

1

눈을 맞으며 그녀가 서 있었다. 뜬금없이 무슨 이야기 냐구요? 설명하자면 길지만 남자이야기로 들어가 볼게요. 대한민국, 이라는 나라, 서울이라는 도시에 남의눈 따위 신경 안 쓰는 남자가 살고 있었어요. 20대 중반 즈음에 아무것도 바르거나 파마하지 않은 버진헤어가 길게 눈꺼풀 언저리에 닿고. 제법 큰 눈에는 아래에 보라색 물감을 칠해놨네요. , 다크서클이요. 철 지난 가죽외투, 하얀색에 녹색 줄무늬가 그려진 옷, 청바지, 그리고 양산형 운동화까지. 정말 패션에 무감각하네요.

물론 이 지루한 이야기의 주인공이죠. 누군가 그 남자의 얼굴을 본다면 꾸미면 그럭저럭 들고다닐만 하겠다.’ 라고 생길만한 얼굴이지만 남자는 아는지 모르는지 가로수길을 걸으면서 씨발...” 만 외치고 있네요. 굉장히 심통난 얼굴이에요. 이럴 때 건든다면 괜한 싸움이나 나겠지요. 이번엔 눈을 맞고 있었던 그녀에게 가볼게요.

여자는 아까전과 달리 눈을 맞지 않았어요. 어느 부자의 별장같이 생긴 전원주택 안에서 침대에 누워 잠을 자고 있었어요. 긴 생머리, 얇은 허리, 화장을 하지 않아도 하얀 피부, 흠이랄게 있다면 생기가 조금 없는정도? 표정마저 태어나서 지금 까지 단 한번도 웃어본 적 없는 사람인양 너무 차갑네요. 아차! 여자가 일어났네요. 천천히 하지만 살짝 하늘을 날 듯 뛰어서 밖으로 나가버렸어요. 표정은 슬프지만 발걸음만은 너무 가볍네요. 미칠 듯이.

남자는 심통 난 얼굴을 들고 천주교회 문을 여네요. 고해성사라도 하려는 걸까요?

교회 안은 서늘하도록 조용하네요. 성당에는 사람이 다녀간 흔적이나 온기가 하나도 없는걸 보니 미사도 없는 날 인 것 같네요. 어머나. 신부님이 나오셨어요!

발걸음 소리도 나지 않게 조용하면서도 빠르게 남자에게 다가간 후에 아이컨텍을 하시네요.

또 성당을 빌려달라는 이야기하러 오신거죠?”

이런 청량한 목소리가 남자에게 나왔다고는 상상 할 수 없죠. 수녀님이 말한거에요.

여기가 아니면 안됩니다! 전에 고해성사도 하지 않았습니까?” 남자가 말했어요.

하지만 수녀님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어요. 남자는 답답한지 가슴을 세 번 치고 소리를 꽥 지른 후에 다시 힘찬 발걸음으로 다시 성당을 나갔어요. 약속하러 온 사람치고 빠르고 버릇없게 나가네요. 한국사람 다워요. 아 한국을 비하하려는 생각은 없었어요.

당신과 그녀는 절대 이루어 질 수 없어요!” 수녀가 외쳐요. 남자는 들은체 만체 하고 다시 걷기 시작하네요. 고집이 정말 센가보네요.

여자의 발은 거리에 있었어요. 물론 발만 거리에 있는 것은 절대 아니죠. 가끔은 상상하는 재미 좀 가져요. 서 있는 곳은 휘황찬란한 건물이 위로 쭉 뻗어있고 간판과 교회의 십자가가 반짝반짝 빛나는 서울의 어느 한 도시에요. 매연과 도시 특유의 향이 코를 찔르네요.

도시의 불빛이 노란 개나리 같이 생기있고 발랄하다면 그녀의 색은 하얀 국화 같아요. 아무래도 겨울날씨에 하얀 원피스와 하얀색 가디건을 걸친 모습은 괴리감이 있는 모습이에요.

비틀

술이라도 마신건가요. 아니면 일부러 술에 취한 척 하는걸까요? 그것도 아니면 어디가 아픈걸까요. 저 모습은 마치 금방이라도 차로로 쓰러질 것처럼 보여 주변 남자들에게 퍽 많은 추파를 받겠지만 여자의 모습은 딴사람에게 보이지 않아요.

눈이 내려요. 한 송이 한 송이, 하지만 그녀는 맞지 못해요. 눈송이가 그녀의 몸 위에서 녹지 못하고 그대로 투과해 땅으로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2

남자는 이번엔 무당집에 찾아갔어요. 범신론자라도 되는걸까요. 아까는 성당이더니 이번엔 무당집이라. 행실에 문제가 있던가, 정신에 문제가 있던가, 둘 중 하나일게 분명해요.

무당집 안에는 어떤 사람이 봐도 ? 무당이네.’ 라고 말할 얼굴을 가진 무당이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있어요.

썩을 놈!”

무당이 다짜고짜 소리쳐요. 하지만 남자는 아무런 말이 없어요. 남자 성격상 뭐라 말할 것 같아 보이는데 말이죠.

죽은년은 저승에 산놈은 이승에, 그게 맞는거여. 이 씹어먹을 놈아. 어디서 음기란 음기는 죄 끌어와 가지곤 무당집에 찾아오다니. 간이 불어터졌네. 터졌어.”

남자는 오만상을 찌푸렸어요. 예상에는 아마 욕지기가 목까지 차있을 거에요. 돈내기를 해도 좋아요. 남자가 입을 열었어요.

앞으로 얼마나 남았습니까?”

제가 졌네요. 욕은 하지 않았어요. 무당이 입을 열었어요.

한 시간.”

빌어먹을.”

남자는 갑자기 무당집을 뛰쳐나갔어요. 그리곤 정말 빠른 걸음으로 뛰기 시작했어요. 쫓기듯.

 

3

여자는(남자는) 도로위를(가로수길을) 걷고(뛰고) 있어요.

여자에겐(남자에겐) 남자에게(여자에게) 꼭 해야 할 일이 있거든요.

사뿐사뿐(필사적으로) 걷는(뛰는) 모습이(몰골이) 신비롭네요.(애처롭네요.)

여자는 주택에 도착했어요. 안으로 들어가-물론 문은 열지 않아요.- 자고 있던 침대를 살펴보기 시작해요.

세상에, 여자와 똑같이 생긴 여자가 있네요. 너무나도 창백하고 온기와 생기가 하나도 없어요.

, 시체에요. 시체는 어디든 다닐 수 있는 여자가, 한 마디로 말하면 전 주인이 지그시 보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곤히 눈을 감고 있어요. . 누군가 문을 열었어요. 남자인가요?

젠장맞을....”

남자는 아니에요. 게다가 두명이에요. 편의상 괴한1,2 이라고 할게요.

괴한1이 말했어요. “시체유기는 징역 몇 년이지?” 물론 괴한2도 받아치죠. “7년 이하 임돠.”

여자는 이 상황이 너무나 당황스러운 것 같네요. 곧바로 울 것 같은 표정이에요.

주변을 살펴본 괴한12는 곧바로 밖으로 나갔어요. 밖에는 누군가가 문앞에서 헐떡이고 있네요. “당신들 뭐야.” 남자에요. 여자는 환한 미소를 띄웠어요.

당신을 살인 및 시체유기 혐의로 체포...” 말은끝까지 이어지지 못했어요. 털썩.

남자는 쓰러졌어요. “이 새끼 왜이래.” 괴한들은 쓰러진 남자에게 다가갔어요.

여자는 눈물을 흘리며 서있어요. 그곳에서, 눈을 맞으며.

서서히 형태가 사라져가요. 제 재미없는 이야기도 여기서 끝이네요.

 

 





[붙임자료 1]

 

쌍둥이 살인 사건 수사일지

 

피의자 : 김 용인(, 27) 2012년 사망

피해자 : 정 연희(, 25) 2010년 사망

: 정 연미(, 27) 2012년 사망

 

20106월 경 김 용인은 피해자 정 연희와 연애(戀愛) 관계, 둘의 관계중 정 연희는 임신.

정 연희는 김 용인 에게 임신 사실을 알렸고 김 용인은 정 연희와의 말다툼 후 과도(果刀)로 한 차례 가격. 이에 공포감을 느낀 김 용인은 정 연희의 사체를 야산(野山)에 유기.

그 후 2년간 알코올 중독.

2012123일 경 우연히 피해자 정 연미목격

정 연미의 집을 강제 침입 후 둔기로 머리 강타. 이후 김 용인은 정 연미의 사체에 웨딩드레스를 입히고 침대 위에 방치. 피해자 정 연미와 정 연희를 착각한 것으로 보임.

124일 오후 3시경 김 용인은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사망.

이하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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