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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주의] 문콕 당했던 사연 (저 혼자 사이다)
게시물ID : soda_404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마른멸치
추천 : 16
조회수 : 4077회
댓글수 : 69개
등록시간 : 2016/07/26 11:58:07
지난 주 금요일이었습니다.
 
오후 6시 15분 경 고단했던 일을 마치고 (전 자영업자) 건물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지요.
 
제 차 옆에 삐딱하게 서있던 흰색 승용차.. 기분이 묘해졌는데 아니나 다를까 흰색 페인트와 함께 제 차에 흰 차에 의한 문콕 자국이 선명하게! 찍혀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저 생각보다 무딘 사람입니다.. 하지만, 너무나도 확연한 상황이라 '에잉~ 다음부터 조심하라는 얘기나 하자' 란 마음(돌이켜 보면 이게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이었는지)에 차주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 본인: (여성분이 받습니다) OOOO 차주 되시죠?
 
- 상대방: 네, 무슨 일이시죠?
 
- 본인: 네, 지하주차장에서 문을 여실 때 제 차를 찍으신 것 같습니다. 확인 좀 부탁드려요.
 
- 상대방: 아니, 무슨 말이에요? 제가 얼마나 조심해서 내리는데...
 
- 본인: 그런데, 제 차 찍힌 자국이 차주분 차에 의한 게 확실해 보여요. 흰색 페인트도 묻어있구요.
 
(이후 위 내용의 대화 두어번 반복)
 
- 상대방: 무슨 말도 안 되는... 지금 못 내려가요. 바빠요. 끊어요!!
 
그냥 번거롭더라도 내려와서 한 번 확인해 주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여기서 슬슬 이해가 안 되기 시작합니다.  (5층짜리 건물인데, 5층에는 저 밖에 없고 또 저희 직원들이 문닫고 내려온 상황이라.. 지금 있는 분들은 2층 내과 아니면 3, 4층 한방병원 손님들이거든요. 지하까지 내려와서 확인하는데 2분도 안 걸립니다.)  
 
- 본인: 네, 알겠습니다. 그럼 제 보험사 불러서 확인할께요.
 
- 상대방: 뭐라고요? 지금 내려갈 테니 기다려봐요!!!
 
 
 
 
바쁘다더니 순식간에 내려왔습니다.. 30대로 추정되는 여자분이 늙은 부모님을 모시고 내려오더군요. 제 마음이 약해졌습니다. '그래, 적당히 사과받고 끝내자~'
 
가해자가 자신의 차량 문을 열어봤습니다. 제가 눈으로만 예상했던 상대방 차문의 궤적이 정확하게 확인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제 문콕 자국과 절묘하게 일치!!!! 심지어 흰색 차문의 요철조차 제 차에 난 자국와 심각하게 맞아떨어졌지요.. 
 
하지만!!!! 당연히 발뺌을 하더군요.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차를 함부로 여냐, 어떻게 이 자국이 내가 낸 것이냐, 난 그런 사람 아니다, 억지 부리지 마라, 나 바쁘다 등등... 쉽게 적지만 말투는 영~~
 
이쯤해서 세상이 그리 만만하지 않다는 걸 한 번 보여주고 싶은 욕구가 살짝 치밀어 올랐습니다.
 
- 본인: 네, 그럼 각자 보험사 부르시죠.
 
- 상대방: 뭐라구요? 그럽시다. @#!@#%&*$#&*& (궁시렁, 막말)
 
참,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갈 것! 제가 당연히 저 여성분보다 나이가 더 많았고, 또 당시 말도 굉장히 이성적으로 점잖게 했다고 자부합니다. 게다가 제가 입주한 건물이라 여기서 불미스러운 일이 터지는 것도 볼썽 사나우니 얼마나 더 조심했겠습니까... 하지만, 저 여성은 실로 분노를 불러 일으키는 말투와 태도를 가지고 있더군요!!!
 
 
 
드디어 상대방이 신고를 합니다.
 
- 상대방: OO보험사죠? 여기 어디 건물 지하인데, 어떤 사람이 행패(네, 행패라고 했습니다!!!!!)를 부리고 있어요.. 빨리 오세요.   
 
이 말을 들은 저는 황당함에 몸이 부르르 떨립니다.
 
일단 저도 제 보험사 부르고 몇 마디 쏘아 붙였지요.
 
- 본인: 행패? 제가 지금 행패 부리고 있습니까? 빨리 사과하세요.
 
- 상대방: 바쁜 사람 이렇게 기다리게 하니까 이게 행패지 행패 아니고 뭐여요? (이 말 무한반복)
 
- 본인: 지금부터 하는 말 다 녹음하겠습니다. 저한테 행패 부린다고 하셨지요? 제가 지금껏 험한 말씀 한 번 드렸습니까, 소리를 질렀습니까. 이렇게 정중하게 얘기하고 확인해 주라고 부탁하는데, 뭐, 행패요?
 
- 상대방: 바쁜 사람 이렇게 기다리게 하니까 이게 행패지 행패 아니고 뭐여요? (이 말 무한반복)
 
저도 슬그머니 이성이 마비되는 느낌을 받습니다.
 
- 본인: 행패요? 제가 행패를 부렸다구요? 저는 안 바쁩니까? 문콕 내셨으면 그냥 사과하시면 끝이라구요. 좀 심하면 보험처리 하면 되구요. 확인해 주십사 부탁하는 게 행패입니까? 이것 보세요.. 제 정신인 사람이라면요,  이 상황에서는 사과를 하는 게 일반적이라구요. 아셨어요?
 
(이거 녹음한 거 다시 들어봤는데요.. 저 순간에도 이성을 실어 말하더라구요. 나 맞아?)
 
 
 
 
이후 상대방 보험사 도착, 그런데 험한 소리부터 내지릅니다.  
 
- 상대방: (화를 버럭내며) 아니, 이 시간에 오시면 어떡해요!!! 나 바쁘다고요!!
 
에휴, 불금에 퇴근시간!! 사고 접수는 6시 25분에 했고 저 기사분은 35분에 현장에 오신 겁니다. 보통은 "안녕하세요" 혹은 "고맙습니다" 부터 말하지 않습니까? 참 답 없죠? 
 
상대방 보험측 기사님이 제 차와 가해자 차를 살펴 봅니다. 할 말이 없지요.. 빼도 박도 못 하는 상황인데요..
 
- 상대방 보험: "이게, 흠... 제가 뭐라 말씀드리긴 못 하겠는데... 부딪힌 것 같은데... 성분 분석을 할 수도 없고..."
 
5분 후 제 보험기사님 도착. 
 
상대방 보험기사님과  제 보험기사님 두 분이 차량을 꼼꼼히 살펴보며 얘기하시던데, 사실 너무 명확해서 꼼꼼하게 살피실 필요도 없었어요.
 
이 때 저는 뭐했냐구요? 어차피 전문가들이 판단하실 거 아무 말도 안 하고 좀 떨어져 차분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여자는 뭐했냐구요?
 
"저 사람(접니다)이 자꾸 행패를 부리니 빨리 해결해 주세요~" 라고 기분 나쁜 목소리로 계속 외쳐댔습니다.
 
 
 
 
결국 2-3분만에 기사님들끼리 낸 결론...  
 
가해자 여성에게 "고객님 차가 낸 자국 맞습니다!!"
 
절대 안 그랬다고 발뺌하던 여자가 갑자기 조용해지더군요.
 
하지만, 저는 여기서 또 한 번 멘붕이 옵니다.
 
"그럼 보험처리 하세요!"라 툭 쏘아 붙이고 '사과 한 마디' 한 마디 없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여자분이 사라진 후 두 기사님들께 그랬습니다.
 
- 본인: 차가 무슨 보물인가요? 사과 한 번 하면 될 일을 왜 자꾸 절 나쁜 사람 만드는지 모르겠네요. 미친 사람이라는 둥, 행패를 부린다는 둥...
 
- 두 분: 그러게요. 이해하셔요. 화 많이 나셨겠네요. 이상한 사람들 많습니다. 보험 처리해서 수리하시구요. 수리 안 하실 거면 돈으로 드릴께요.
 
햐... 그리고 제가 위에 못 적은 게 있는데... 이 기다리는 동안 처음부터 끝까지 저 여자의 어머님이 제게 "싸이코네.... 젊은 사람이 흉악하네.... 그럼 못 써.....그냥 넘어가도 될 일이구만...." 실로 제가 태어나서 들어본 적 없는 별 소리를 다 들었습니다. 어르신께는 죄송한 얘기지만, 그 엄마에 그 딸이란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여자분의 그 성격이 어디서 나왔겠습니까.  
 
 
 
이렇게 상황은 종료되었습니다.. 여하튼, 제 쪽으로 유리하게 결론이 났으니 사이다 맞나요?
 
 
 
글이 좀 길었구요. 세줄 요약해 드립니다.
 
1. 퇴근길 주차장, 제 차에 찍힌 문콕 발견, 주의나 주자는 마음에 상대방 차주에게 연락
 
2. 본인보다 어린 가해자 여성 차주에게 행패 부리네, 이상한 사람이네 온갖 소리 다 들으며 결국 판단을 위해 보험사 연락
 
3. 양측 보험사가 문콕 인정! 기세등등하던 가해자는 꼬리를 쑥 내리고, 그러나 단 한마디의 사과도 없이 사라짐.
 
 
자, 이제 어떻게 할까요??
 
아침에 출근하면서 다니는 공업사에 문짝 견적 받아보니 50-60만원 정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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