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가 되어 선거 때 한 표를 행사한 이후로 당신들이 소속된 정당의 전신인 제 3공화국 공화당 박정희후보가 재선될 때부터 한 번도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후보로 나온 당신들의 정당후보에게 붓 뚜껑을 눌러 본 일이 없고, 당신들을 국회의원이라고 불러본 기억이 없고 “거수기”나 “해바라기”로 쭉- 불러 왔지만 오늘만은 당신들을 “국회의원”으로 부르고 뒤에 극존칭인 “님”자를 붙여 부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비록 보잘 것 없는 무지렁이 민초이지만 60여 평생을 살아온 지조와 신념을 꺾습니다.
존경하는 한나라당 국회의원님 여러분!
한미FTA 비준 강행, 이것만은 절대로 안 됩니다.
우리의 주장이 100%틀렸고, 당신들의 주장이 100%옳을 수도 있습니다.
한미 FTA협정 체결에 반대하는 많은 국민과 야당의 걱정이 당신들의 주장대로 기우(杞憂)일 수도 있습니다.
당신들도 다 아시다시피 그동안 시위대가 헌정사상 초유로 국회의사당도 한 차례 점령을 해 보았었고(10월 28일), 밀려드는 시위대로 경찰의 닭장차가 국회의사당을 삥 둘러가며 포위를 하게 한 적도(11월 3일) 한 차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국민과 야당의 저항만으로는 도저히 안 됩니다.
지금 당신들이 소속된 한나라당이 마음만 먹으면 대한민국 땅에서 여자를 남자로, 남자를 여자로 바꾸는 것 빼놓고서는 못할 것이 없습니다.
이제 한나라당 국회의원님 여러분들이 나설 차례입니다.
당신들도 똑똑히 보았듯이 가장 전과경력이 화려하고 이명박 본인과, 혈족과, 측근과, 주변 인물들에게서 비리와 추문이 그칠 날이 없는 이명박 정권을 가장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으로 둔갑을 시킬 수가 있는 것이 한나라당이 국회를 장악한 오늘의 한국정치 현실입니다.
오죽했으면 당신들조차도 이명박이 직접 국민에게 사과를 하라고 했겠습니까?
한미FTA가 우리 한국에게 주어진 천재일우의 기회라 해도 많은 국민들이 목숨을 걸고 반대하고, 모든 야당이 결사적으로 반대를 하는데 이를 굿이 지금 강행 통과시켜야 할 이유가 무엇입니까?
한미FTA가 없었던 시절에도 우리는 동족상잔의 3년 내전과 탱크와 총칼에 의해 헌정이 유린되는 혼란을 3차례나 겪으면서도 세계 최빈국에서 세계 10위권 경제 강국을 건설해 냈습니다.
무엇이 그리 급해 한미FTA를 반드시 올해 안에 통과를 시키겠다고 그 야단입니까?
올해에 통과시키지 않는다고 해서 그 좋은 기회가 영원히 날아가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단 몇 달간 늦추어 질뿐입니다.
국민의 뜻을 물은 다음에 하십시오!
정 다급하다면 올해 안에 국민투표에 붙이던가, 여유가 조금 더 있다면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 의사를 물어 새로 개원되는 18대 국회로 넘기십시오!
올해 안에 이것을 강행 통과시켰다가는 한나라당이나 야당의 존립이 문제가 아니라, 나라 전체가 내전을 겪는 것 이상의 큰 혼란에 휩싸일 것입니다.
강행 통과시킨 뒤의 일은 아무도 장담을 할 수가 없습니다.
만약 한미FTA를 체결한 결과가 야당과 반대하는 국민들의 우려대로 현실로 나타난다면 당신들은 역사에 이완용과 똑같은 반열에 기록될 것입니다.
왜 그런 불확실하고 무모한 도박을 하시려 듭니까?
당신들의 말대로 미국과 FTA협정에 한발 앞서가는 한국을 부러워한다는 일본과 중국이 아무리 서둘러도 한국이 재재협상을 하여 미국과 FTA협정을 체결하는 것을 물리적으로 결코 따라 잡을 수가 없습니다.
돌다리 두드려 본 다음에 건너갑시다!
아무리 미국이 선의로 한미FTA협정을 맺으려 하고 당신들의 주장이 100% 맞는다 해도, 왜 호랑이가 입을 다물지 않겠다고 하는 말만 믿고 호랑이의 벌린 입에 머리통을 그대로 들이밀려고 하십니까?
미국과 더 협상을 하여 호랑이 입에 적어도 입을 다물 수 없게 하는 재갈을 물리든가 지렛대를 바쳐놓고 호랑이가 마음대로 입을 다물 수가 없게 하든가 우리 목둘레에 철갑을 두른 다음에 머리통을 들이밉시다.
한자 한 획도 고치지 않겠다던 노무현 정권에서 맺은 협정서를 미국의 요구로 재협상을 하여 누더기를 만들어 놓고서, 왜 우리는 미국에 재재협상을 요구할 수가 없단 말입니까?
앞뒤가 맞지 않지를 않습니까?
이러니 불평등 협정이라고 의심을 하고 불안해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제발 서두르지 말고 순리에 따르십시오!
한나라당 국회의원님 개개인에게 호소합니다.
물리력을 동원한 강행처리의 방법에만 반대를 할 것이 아니라, 많은 국민과 야당이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비준 안을 이대로 강행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는 국민정서와 절차적인 문제를 들어 반대를 하십시오!
한 의원님만 그런 의사를 천명하고 반대하고 나오면 뜻 있는 한나라당 의원님들이 줄줄이 따를 것입니다.
서슬 퍼렇던 박정희정권시절에 박정희의 3선 개헌에 반대하고 공화당을 뛰쳐나온 용기 있는 공화당 국회의원도 대여섯 분 계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시절 박정희의 의사에 반한다는 것은 정보부지하실로 끌려가 생을 포기하거나 식물인간이 될 각오가 없이는 할 수 없는 의거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신들이 이명박과 당론에 반기를 들어도 한나라당에서 제명되는 것 이외에는 당할 불이익이 없습니다.
설사 한나라당에서 제명이 되고 한나라당의 공천을 못 받는다 해도 국민들이 당신들에게 “영웅”의 칭호를 부여하고, 지역구 주민이 당신들을 꽃가마에 태워 의사당으로 들여보낼 것입니다.
당신들도 똑똑히 보지 않았습니까?
철옹성 같던 경남에서 김두관 지사가 당당히 당선되었고, 불모지 강원도에서 최문순 지사가 당선이 되었고, 최근에는 정치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길을 걸어왔던 박원순후보가 정치판에서 “내노라!” 하는 인물들을 차례로 물리치고 당당히 서울시장에 당선되는 것을 생생히 보지 않으셨습니까?
왜 그런 영광의 길을 마다하고 난파직전인 한나라당에 계속 몸을 담기를 애걸하며, 이미 서산 너머로 기울기 시작한 이명박과 이상득의 눈치를 살피십니까?
과감히 바른 소리를 하고 한미FTA 비준 강행에 반대의사를 똑 부러지게 밝히십시오!
한미FTA체결이 국익에 큰 보탬이 된다는 당신의 생각이나 철학을 바꾸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한나라당과 당신의 주장이 백번 옳다 해도 많은 국민과 야당이 걱정을 하고 목숨을 걸고 반대를 하는데, 이대로 밀어 붙여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시기와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하고 비준강행에 반대를 하라는 것입니다.
한나라당 의원님들깨 무릎 끓고 눈물로 호소합니다.
올해 안에 한미FTA비준 강행, 절대로 안 됩니다.
지혜롭고 용기 있는 의원님이 앞장을 서십시오!
당신의 용기 있는 행동에 당신의 지역구 유권자가 내년 총선에서 월계관을 씌어줄 것이고, 대한민국은 민주주의로 당신께 보답을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