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30621195507621
재일동포 사회 "시대착오적 사건" 비판 봇물… 일본 우경화 논리 강화해줄 뿐
보수논객 변희재씨가 프로축구 수원 삼성 정대세 선수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고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면서 재일동포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검찰이 정대세 선수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착수한 것은 언제든지 국가보안법을 무기로 재일동포를 겨눌 수 있는 한국사회의 광기를 보여주는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남북관계 교류를 적극 권장하고 재일동포 사회를 감싸줘도 모자랄 판에 이번 사건이 재일동포를 억압하고 차별하는 일본 우익 세력의 논리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 1971년 박정희 정권 시절 재일동포 간첩단 사건의 주모자로 몰려 고문을 받고 분신을 시도하면서 항거했던 서승 일본 리스메이칸대학교 특임교수는 정대세 사건에 대해 "참으로 불행하고 시대착오적인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서승 교수는 정대세 선수가 과거 '김정일을 존경하며 믿고 따른다', '내 조국은 북한'이라고 발언한 것이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남북 대화 자체도 입장이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는 건데 입장이 다른 것을 마음에 안 든다고 법으로 처벌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정대세 선수는 스포츠인으로서 능력을 인정받아 삼성에서 데려간 것이고 축구에 대한 열정과 함께 우리 겨레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데 이런 사람을 탄압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분개했다.
서 교수는 "최근 대만 사람 500만명이 대륙(중국)을 왔다갔다 하고 고등학생 5만명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고 30만명이 대륙으로 가서 결혼을 간다"며 "대만 사람들 중에 통일을 반대하는 사람은 많지만 교류는 끊이지 않는다. 스포츠나 예술 등 문화 교류에 대해서는 좀 더 관용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이런 것까지 법으로 처벌하면 정치고 뭐고 아무것도 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서 교수는 "우리나라는 말로만 통일을 얘기하면서 꼬투리를 잡아 세계적인 선수를 잡어넣으려고 하는 것은 자학행위와 가깝다"며 "오히려 정대세 선수를 계기로 해서 북한 동포들에게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우리 겨레가 친해지고 교류를 해야지 통일의 길이 열리는 것이다. 이같은 발상을 하는 나라는 희망이 없다"고 거듭 비판했다.
서 교수는 "북한은 민족주의적 관점을 가지고 재일동포를 지원하고 있는데 그럼 한국은 뭘 베풀어 왔나 이런 생각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 국적인 정대세 선수의 경우 일본에서 한국 국적의 아버지와 해방 전 남과 북이 아닌 조선적(籍)을 가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정대세 선수는 일본 조선인 학교를 다니면서 북의 민족주의적 교육을 받았다. 재일동포 사회에서는 정대세 선수가 한국 국적이지만 FIFA의 양해를 얻어 지난 2007년 북한 대표팀으로 뛰었고, 올해에는 수원 삼성 공격수로 한국에 들어오면서 이념과 상관없이 일본 사회의 차별과 억압을 이겨낸 상징적 인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 보수 인사의 고발에 그치지 않고 국가보안법으로 수사에 착수한 것은 재일동포에 대한 탄압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재일동포의 한국행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상도 어렵지 않다. 정권이 바뀌면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지 않는 재일동포도 한국에서 친척을 만나고 성묘를 가자는 기대도 많았지만 이번 정대세 사건으로 인해 박근혜 정부가 재일동포의 '꿈'을 산산조각 내버렸다는 것이다.
재일동포 3세인 정영환 교수(도교 메이지학원대학 교양교육센터)가 이번 정대세 사건을 보면서 분개하는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 교수는 지난 2009년 서울에서 열리는 학술대회를 참가하기 위해 오사카총영사관에서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으려고 했지만 거절당했다. 정 교수는 일본에 귀화하지 않고 남과 북 어떤 국적도 취득하지 않은 상태인 조선적(籍)을 갖고 있다. 정부는 조선적(籍)를 가진 재일동포를 무국적자로 판단하고 국내 여행시 여행증명서를 발급해 입국을 허용해왔는데 이마저도 거부한 것이다. 정 교수는 외교통상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했지만 2심에서는 패소한 뒤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정 교수는 재특회(재일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 모임)가 일제 시기 들어온 재일동포의 특별 영주권을 박탈하려는 운동과 같이 일본 우경화 분위기를 부추기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 교수는 "재특회 입장에서는 냉전적 사고와 관계없이 재일동포를 차별하고 있는데 한국 사회가 정대세 선수에 대해 법적인 잣대를 들이댄 것은 조선 사람들끼리 싸우는 것으로 비치기 때문에 결국 일본 우경화 흐름에 일조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리츠메이칸대학교 코리아센터에서 연구원으로 있는 일본인 모리(33)씨는 "정대세 사건은 일본에서 재일교포들이 나가라고 하고 일본 조선 학교에 대해 말도 안되는 논리로 시위를 하는 것과 비슷한 논리"라며 "한국 국적을 가지고 조선학교에 다니는 사람은 조총련계로 보는 것도 사실 맞지 않다. 한국 정부가 복잡한 재일교포 사회를 단순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0년 일본 민주당 정권이 일본 고등학교뿐만 아니라 외국인 학교를 포함해 학비를 면제하고 지원금을 주는 법을 만들면서도 북을 겨냥해 일본 조선학교는 지원대상에서 배제하기했는데 이번 정대세 사건도 한국이 재일동포를 차별하는 조치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 교수는 또한 이번 사건이 한국사회에서 남북관계를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했다. 정 교수는 "FIFA에서도 한국 국적을 취득한 정대세 선수를 융통성 있게 배려해서 북한 대표팀으로 뛰게 한 것인데 한국은 정대세 선수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한다는 것은 영원히 남북 분단을 고착화시키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오히려 국가보안법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면 이번 정대세 사건과 같이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 법 자체의 폐해 문제를 제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