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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37살의 수능생 엄마
게시물ID : humorbest_40547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랑은슬프
추천 : 78
조회수 : 22219회
댓글수 : 6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1/11/11 03:07:07
원본글 작성시간 : 2011/11/11 02:33:11
아고라 회원님들 중에서 오늘 수능본 수능생 엄마중에 저처럼 37살인 엄마계실까요?
저는 37살 토끼띠...아들은 19살 닭띠...ㅎㅎ(계산하지 말아여~부끄러우니까 ㅎㅎ)

오늘은 수능날~
고사장이 집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이었긴 하지만...일찍가서 의자가 맘에 안들면 바꿔야 한다는둥 일찍가서 영어를
좀 들어야 된다는둥...바지런을 떨며 조바심을 떨치지 못하는 아들녀석 때문에 새벽 4시에 일어나 녀석이 
평소에 좋아하는(수능날 평소 안먹던 음식 먹으면 탈 난다길래) 참치야채 유부초밥을 만들고
따뜻한 물을 보온병에 담고 과일도 깎고 곤히 잠든 녀석을 깨워서 
아침밥을 먹이고...응아?도 시키고 ㅋㅋㅋ

7시땡하자마자 고사장으로 출발했습니다 ㅎㅎ 저희가 1등이더라구요...
티비에서 나오던...그리고 저만의 즐거운 바램? 이었던 입구에서 후배들의 으쌰으쌰!!!수능생을 열렬히
응원하는 모습도 별로 없고...실망 ㅠㅠ
 
1등으로 도착한 인증샷도 찍고...저는 다시 회사로 고고씽...그때까지만 해도 아무렇지 않았었죠....
그런데 일도 손에 안잡히고...아들 녀석에겐 늘 하던대로 하라고...여지껏 노력했으니까 
오늘 이후로 나오는 결과야...하늘에 맡기자고....그렇게 말했었는데...
이상하게 제 마음이 하루종일 싱숭생숭..

일찍 퇴근해서 아이는 5시 35분에 끝나는데 4시에 고사장에 도착해서...그때부터 기도하기 시작했어요
하느님..부처님..관세음보살님..천주님...아들녀석 평소에 노력한 만큼만의 결과를 꼭 달라구요
앉을 의자가 있긴 했지만 일부러 앉지도 않고...무거운 몸?을 지탱하는 다리를 불쌍하게 
만들면서 초조하게 기다리는데...어떤 분들이 운전면허 문제집을 나눠주시더라구요
아...우리 아들도 이제 운전면허를 딸수 있는 나이가 되었구나
 
그 순간부터..마음이 찌릿해지기 시작했어요
여지껏 그냥 별 생각없이 아이들 데리고 살아오느라 정신없었던 시간이어서 이것저것 생각할거 없었는데
이런 저런 옛 생각이 나면서...

고등학생때 큰아이 낳고...혼자되어서 아이업고 리어카 끌면서 포장마차 하던 기억...아이가 아파서 며칠씩 잠을 
안자고 보채서 업고 달래며 저도 같이 잠 못자다가...그래도 아이가 계속 울어대니까...어린 마음에
아이가 너무 미워서 제 등에 업혀있던 아이의 엉덩이를 마구마구 꼬집었던 일 ㅠㅠ

순간 눈물이 왈칵.....
어려운 상황에서도...반듯하게 잘 자라준 제 아이도 어린나이에 아이낳아서 혼자 아이키웠지만 한번도 부끄러워
하지도, 불행하게도 생각하지 않고 엄마로써 아이에 대한 책임을 다하며 잘 키운 제 자신도 뿌듯했습니다
 
이제 잘해줘야지...스트레스 주지말고 수능도 끝났으니까...하고 싶어하는거 시켜주고 잔소리도 하지말고
신경질도 내지말아야지...수능끝나면 사겠다고 미뤘던 새 운동화도 사줘야지
 
시험이 끝나고 아이가 나왔습니다..
우리 수능도 끝났는데 시내가서 밥먹구 새운동화도 사고 쇼핑도 하자!! 그랬는데 울 아들..좀 예민해졌나봐여 하긴 
피곤하기도 하겠죠..다 귀찮으니까..그냥 집에가서 푹 쉬고 싶다고 하더라구요..그래도 계속 꼬셨져

야~~~놀다가자...어쩌구 저쩌구...엄마가 널 몇 시간이나 기다리구 어쩌구 그랬더니....아들녀석이 쪼금 
신경질적으로..."엄마, 저 그냥 집에 가구싶은데요" 
전 정말 잘해주고 싶었어요...자상한 엄마의 모습으로...근데..............울컥!!!!
 
야!!!!!!!!!!!!!!!!!!! 수능은 너혼자 봤냐!!!!!!!!! 난 너땜에 새벽 네시에 일어나서 도시락싸고 널 위해서
기도하고..다리아파 죽겠는데..몇시간이나 기다렸다!!!! 배도고파죽겠는데!!!!! 너 귀찮다고....
지금 짜증내는거냐!!!!!!!!!!!!!!!! 수능이 대수냐!!!!!!!!!!!!!!!!!!!!!! 
대학보다 더 중요한게!!!!!!! 인간성이거덩!!!!!!!!!!
 
흠...................
전 젊은 엄마긴 하지만...자상한 엄마는 못되나봐요 ㅋㅋㅋㅋ
그냥 이렇게 살랍니다..그래도 뭐..아들녀석은 제가 제일 존경스럽다니까..그 거짓말 진짜루 믿고 ㅎㅎㅎㅎ
 
(가채점한 결과는..흠..매우 만족스럽군요..ㅎㅎ^^ )

http://bbs3.agora.media.daum.net/gaia/do/story/read?bbsId=K161&articleId=298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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