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인질 사태에 있어서... 가장 동정 받아야 할 사람들은... 그 가족도 아니고... 납치 당사자들도 아니다... 현재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이들은... 바그람 기지에 주둔중인 200여 장병들이다... 작년 8월 '아프간 평화 행사'로 인해(다행히 취소 되었지만) 당시 파병 준비를 위해 훈련을 받고 있던 파병 부대 장병들이 받았던 정신적 스트레스는 정말인지 어마어마했다... 당장에 참모부가 발칵 뒤집어진건 말할 것도 없었고... 병사들 사이에선 "도대체 누굴 죽일려고 저러나"라는 탄식이 나올 정도였으니... 하긴... 그때 당시 현지에서 귀국 준비를 하고 있었던 다산 7진 인원들은 아마 우리보다 몇배는 더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손 꼽아 기다리던 귀국을 눈 앞에 두고 동포라는 작자들이 탈레반을 있는대로 도발하는 짓을 천연덕스레 벌려 놓았으니... 그 파문을 몸으로 고스란히 막아야 할 건 자신들일텐데 심정이 어떠했겠는가... 그래도 당시엔 우려와는 달리 큰 문제 없이 무사히 교대식도 마치긴 했다만... 아마 미군의 바그람 기지가 아니라 한국군 독립 기지가 있어 그곳에 주둔하고 있었다면... 정말 무슨일이 일어났을지... 지금 생각해도 몸서리가 쳐진다... 도대체... 교회 사람들... 무슨 생각으로 아프간에 가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당신들의 그 개념없는 행동 하나하나가 묵묵히 진정한 '봉사'를 베풀고 있는 파병 장병들에게 얼마나 큰 타격으로 돌아오는지 알고나 있는가? 하루 하루 죽음의 공포와 싸워야하는 그들에게 대체 얼마나 더 짐을 지워야 속이 시원하겠는지... 아직도... 바그람 기지에서의 첫날 밤이 기억난다... 밤새 출격하는 f-15의 굉음에 잠을 설치다 잠시 잠을 들면 얇은 B-hut(미군식 목재 천막)의 지붕위로 눈먼 폭탄이 떨어지는 악몽에 몸서리치다... 결국엔 뜬 눈으로 보일리 없는 천장위 하늘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밤을 지새웠던 그 시간을... ... ... 대체 피랍된 이들이 무슨 생각으로 그곳에 갔는지는 모르겠다만... 그곳은 헐리웃 영화 세트장이 아니다... 포장된 도로 외엔 모두 지뢰가 깔려있고... 철저하게 경계된 미군 기지 앞마당 조차 IED 공격을 당하는... 실제 피가 튀고 살이 찢기는 전장이란 말이다... 진짜 전장이란 어떤건지... 죽음이란 어떤건지... 실제로 보지 못하고... 실제로 겪어보지 못한 이들이... 각오도 되어있지 않은 이들이... 마치 마실가듯 무방비로 털레털레 들어가도 되는 그런 곳이 아니란 말이다... 만약...살아 돌아온다면... 확실히 무언가를 느껴서...바뀌어 오길 바란다... 그리고...지금도 그곳에 있는 장병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