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닭도리탕이라고 불렸던 닭볶음탕. 저는 어쩌면 태아날 때부터 닭도리탕을 사랑할 운명이었던 걸지도 모릅니다.
아플때나 기쁠때나, 저의 페이보릿 음식 닭도리탕.(닭도리탕은 잘못된 표현입니다. 닭볶음탕이 맞습니다.)
언제부턴가 닭도리탕이란 단어의 '도리'가 일본에서 건너왔다는 이야기가 크게 인터넷을 뒤흔들더니
어느새 닭도리탕은 닭볶음탕이 되었죠.
그런데 말이죠. 세뇌의 위력이 대단한 것인지, 아님 언어의 흔적이란것이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
어릴적부터 닭도리탕이란 단어에 익숙해져 있던 저는
음식점에서 주문을 할때도, 메뉴판에서 그렇게 좋아하는 닭볶음탕의 이름을 확인하고고도,
머리 속에서 닭볶음탕의 압도적인 맛과 향이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슬픈일이죠.
뭐라고 해야할까요. 닭볶음탕, 이란 단어를 보고 있자면 왜인지 모르겠지만 밍숭맹숭 할 것 같고,
허전 할 것 같고, 막상 먹었을때 제가 기억하는 그 맛이 아닐 것만 같은 불안감에 휩싸인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이유로 저는 밖에서 한번도 닭볽음탕을 시켜본적이 없습니다.
오직 집에서만,
아직 닭도리탕이 닭도리탕이라고 불리우는 태고적의 장소에서, 저는 그 매콤하고 향긋한
백색의 육질을 탐할 수가 있는 운명인 것이죠. 가엽게도.
왜 신은 이다지도 완벽한 맛을 창조하시고
그와 함께 혼돈의 카오스도 만드셨던걸까요?
일제놈들... 용서할 수 없는 이유가 또 하나 생겼군요.
나의 두뇌를 불구로 만들어버리다니...
아아...
언어의 신이여. 맛의 신이여.
언제쯤이 되어서야 저는 닭볶음탕에서 추억의 맛을 떠올릴 수 있을까요.
하지만 가만히 돌이켜 보면, 밖에서 사먹는 닭볶음탕은 가격은... 돈없고 친구 없는 저에게는
어쩌면 만질 수 없는 브루주아의 것이었는지도...
치킨도 맛있지만, 여러분 닭볶음탕도 맛있답니다.
닭갈비와는 다른 풍미! 저는 오히려 닭갈비는 뭔가 간장간장해서 맛이 없더군요.
역시 닭요리는 청양고추에 고추가루 파파박! 들어간 뻘건 닭볶음탕이 일미죠!
아니 그렇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