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이런 좋은 게시판이 있는줄 몰랐네요. 놀랍고 유익한 정보들이 가득하군요.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에서 석사로 CS를 취득한후 2000년에 바로 미국의 (이름만 대는 모두가 아는)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8.3년간 C++ 프로그래머로 일하다가 올초에 해고된후 아직까지 놀고 있습니다.
작년 가을에 터진 레이먼 브라더스의 파산으로 미국엔 그야말로 재앙에 가까운 경제침체가 발생했습니다. 수없이 많은 회사들이 픽픽 쓰러지고 특히 IT 분야 (여기 게시판에 보니까 한국에서는 SI라는 말을 많이 쓰시더군요. SI는 뭐의 약자죠? System Integration의 약자인가요?)에 몰아닥친 피해는 상상을 초월하고 있습니다. 현재 상황으로 보면 일단 한번 해고가 되면 다시 재취업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새로 직장을 잡더라도 연봉이 10년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제가 2000년에 학교 졸업하자마자 취업할때 $62000/yr울 받았는데 요즘 Senior 레벨의 프로그래머를 $60000/yr에 찾는회사가 허다합니다. 어이가 없죠... 지금 미국은 그렇게 변했습니다. 경력 10년차 프로그래머를 6만불에 데려다 쓰겠다는거죠. 그나마 그런 자리도 거의 희박합니다. 그리고 회사들이 거의 IT엔진니오를 찾지 않고 오히려 있는 엔지니어들을 해고시킬 궁리들을 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발표에 의하면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는 5명 가운데 1명만이 취업이 가능하고 대부분의 일자리는 대학교육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라고 햇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본인 입으로 어떤 연설에서 미국인 8명 가운데 1명이 실제로 먹고 사는 문제를 고민하는 심각한 지경까지 와있다고 말했습니다. 지금 미국은 가난한 나라로 변했습니다. 실제로 가난한 나라입니다. 전 IT 분야로만 일해서 다른 분야는 정확히 모릅니다. 하지만 다른 분야도 제가 들은 바로는 매우 참담한 상황입니다.
전 C++로 유닉스 플랫폼에서 돌아가는 캐드 프로그램을 전문으로 제작했습니다. 이번에 해고된후 잡 마켓에 나와보니까 기술이 엄청 변햇떠군요. 현재 미국 IT는 크게 두파트로 나뉘었습니다. 임베디드 프로그래밍으로 대표되는 무기산업관련 분야와 인터넷관련 웹프로그래밍입니다. 그외의 파트는 이제 거의 죽어가고 있다고 봐도 될것같습니다. MS가 기존의 스탠드얼론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웹기반의 소프트웨어 시장으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그에따른 기술이동 현상이 서서희 일어나고 있습니다. 클라우드 컴퓨팅 이 서서히 나타나고 대부분의 IT 기업들이 어떤 형태로든 웹기반 기술과 접목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저같은 전통적인 C++에 유닉스 기반 엔지니어들은 점점 설곳이 사라진다는 뜻이죠. 그래서 암담합니다. 지금에와서 웹프로그래밍을 다시 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갑자기 임베디드로 뛰어들기도 그렇고... 10년전쯤에 학교를 졸업할때 사람들이 말했떤 "it는 이제 사양길이다" 라는 말의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젠 미국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IT 개발 인프라를 미국에 두지 않고 인도나 중국으로 거의 다 옮기는 추세입니다. 마치 GAP에서 만드는 옷의 대부분이 중국에서 제작해서 들여오듯이 소프트웨도 중국에서 만들어서 들여온다는거죠. 몇년전까지만 해도 IT는 인도에서 많이 했으나 이제는 인도에서 다시 중국으로 옮겨가는 추세입니다. 전 작년에 인도의 NOIDA에 있는 저희 회사 지사에 2주간 파견 교육을 방았었는데..왜 인도로 옳기는지 이해가 되더군요. 일단 인건비가 미국의 1/8 정도밖에 안되더군요. 거기다 무슨 의료보험이니 하는 변변한 베네핏을 주는것도 아니고 그냥 월급만 딸랑주고 점심시간에 회사에서 공짜로 카레밥 먹여주면 다였습니다. 회사 식당이 공짜인걸 보고 역시 인도가 싸긴 싸구나 하는걸 느꼈죠. 하여간..현재 미국의 IT 시장은 폭탄 맞은 상황입니다. 엔지니어들이 짤린후 테크니션들이나 할일을 찾아나서고 제조업일하고 백화점 가드 노릇하고 식당에서 일하고 케이블 테레비 설치하러 다니고...
IT 분야가 워낙 빨리 변해서 그런거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하단 생각이 듭니다. 9년차 프로그래머가 갈때가 없다니.... 일단 일자리가 확 줄어들었고 그나마 있는 일지라도 거의 수퍼맨에 가까운 인력을 찾는 광고입니다. UNIX 시스템 프로그래밍을 할줄 알면서도 MFC로 UI 인터페이스까지 해야하고... 거기다 임베디드까지 하라고 ... 제 상식으론 과연 그런 엔지니어가 있을까 싶은 그런걸 요구하고 있습니다. 전 그래서 요즘 제가 사는 동네 한국식당에서 식당 보조로 일을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거라도 해서 돈을 벌어야할 상황입니다. 이제 미국은 완전히 사회 구조가 바뀌었습니다.
미국의 경기가 나아진다는 말 절대로 믿지 마십시오. 미국의 월가에서 내맫는 달콤한 거짓말일 뿐입니다. 사람들의 심리를 또다시 녹여놓고 주식 시세를 올려서 또 돈만 빼내가려는 아주 교활한 수법입니다. 사람들이 직업이 없어서 모두가 고통받고 잇는데 어떻게 경기가 나아질까요... 악마는 월가에 산다는말... 사실이라고 보입니다. 미국 경기는 10년 내로는 절대로 나아질거라 기대하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