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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났지만 써보는 오유 과거제
게시물ID : readers_544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진지몬
추천 : 0
조회수 : 363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2/12/06 20:48:54

 눈을 맞으며 그녀가 서 있었다. 앙상한 몸매에 착 달라붙는 갈색 계열 스웨터를 입고 있었다. 머리와 어깨에 눈이 한 뼘씩 쌓이고, 눈송이가 옷에 꼼꼼히 들러붙었다. 그 모양이 영락없는 앙상한 겨울나무 같았다. 

 남자가 그녀를 기대한 것은 아니였다. 남자는 아침 일찍 눈을 떳다. 살을 에는 한기가 이미 남자의 이불 속을 헤집던 차였다. 남자는 처음 뿜어낸 입김을 따라 몸을 일으켰다. 맞은편 창문이 손톱만한 크기로 보였다. 눈부실 정도로 새하얀 풍경이였다. 남자는 이불을 싸매고 창문으로 걸어갔다. 어지러운 눈발 사이로 그녀의 모습이 드러났다. 남자는 그녀를 조용히 내려다봤다. 그녀가 고개를 드는 것 같았다. 남자는 커텐을 쳤다.

 겨울은 원래 심심한 거니깐. 남자는 경매장에 나와 있는 무기를 들여다봤다. 스크롤을 내릴수록 더 비싼 무기가 나왔다. 겨울은 원래 가난한 거니깐. 남자는 재떨이 옆에 놓인 휴대전화를 들여다 보았다. 겨울은 원래 외로운 거니깐. 남자는 중얼거리면서 컴퓨터 전원을 껏다. 남자는 등을 뒤로 젖혔다. 의자가 앓는 소리를 내면서 휘어졌다. 침묵이 기약 없이 흘렀다. 어쩌면 특별할 지도 모르지. 남자는 의자가 뒤로 넘어갈 듯이 일어섰다. 남자는 창문 쪽으로 걸어갔다. 남자는 커텐을 걷었다. 한층 거세진 눈발 속에 그녀는 여전히 서 있었다. 

 특별한 여자일꺼야. 남자는 그녀의 생김새를 보려 노력했다. 8층 높이에서 확인할 수 있는건 그녀가 갈색 스웨터를 입었고, 피부가 눈처럼 창백하다는 것 뿐이였다. 창문에 온갖 잡념이 서리처럼 꼈다, 누구를 기다리는 걸까. 사랑하는 남자? 누구일까? 나일지도 모르지. 아니 웃기지도 않아. 남자는 머리를 긁적이기 시작했다. 남자는 창문에 시선을 붙박아둔 채, 옷걸이에서 코트를 끄집어냈다.

 남자는 그녀를 마주보며 섰다. 그녀의 피부는 남자의 생각보다 훨씬 창백했다. 눈이랑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그녀는 앙상한 팔을 뻗어 두 개 뿐인 손가락을 펼쳐보였다. 남자는 고개를 돌렸다. 목도리가 필요해.




즉흥적으로 한 번 써봅니다.

문학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의견 나눠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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