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두 편의 졸렬한 글에 예상보다 훨씬 좋은 평이 많아서 의외였습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임을 먼저 밝혔는데도 오해를 하고 계신 분들도 많더군요. 객관적 분석을 가장한 저열한 선동입네 하고요.
솔직히 저는 학생운동이라는 인생 선배들의 열렬한 사회 참여적 역사를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현재에 이르러서는 도리어 그 학생운동의 경험이 억눌린 원한과 보상심리가 되어 특정 세력에 맹목적인 분노표출과 또 다른 세력에 대한 무비판적 옹호로 작용하는 기이한 상황도 눈에 보입니다. 특히 지난 민주화 항쟁 20주년 기념 방송 3사의 TV 토론을 보신 민주화 미경험 시청자들은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셨을거라 생각합니다. 바로 그들이 그 상황을 "추억"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시게에도 당시에 죽음의 공포에 맞서며 정의와 불의에 온몸으로 항거하신 훌륭한 선배님들이 많을거라 생각됩니다. 아마 제 말이 모욕적으로 들리실 수도 있겠지만, 저도 나름대로 한 순간의 느낌으로 말을 뱉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곱씹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인간의 집단 행동에 대의나 명분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일단 개인의 조직 몰입이 일어나 버리고, 그 조직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여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할 때, 조직과 일체화된 개인이 느끼는 쾌감은 굉장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행동에 가학적이고 폭력적인 성향이 가미되고, 적절한 충돌세력이 존재할 경우 조직의 몰입도는 더욱 심화되며 개인은 조직을 위해 죽음도 불사하게 되지요. 저는 여러 민주화 인사들이 각종 토론 및 기획 프로그램에 나와 그 날의 감동과 하나된 느낌, 힘에의 자각을 되새기며 눈에 향수를 머금고 있었던 것을 보고 약간 충격을 받았습니다. 대의 명분의 원인과 결과, 당시의 방법적 문제점에 대한 고찰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오늘날 현재 대학가에서, 그 유산을 이어받은 운동권 학생회들은 20년 전으로부터 거의 진전이 없습니다. 권력에의 열망만이 눈에 보일 뿐입니다. 욱하실 분들 많으시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운동권 학생회들을 보는 눈빛.. 싸늘합니다.
이 조직 몰입의 방법은 의외로 효율적이고 무엇보다 자발적이기 때문에 많은 조직에서 활용합니다. 삼성그룹, 대형 개신교회들 등등이 그러하죠. 조직의 목표와 명분을 개인의 것으로 만들어주고 난 후, 개인들은 그 목표를 위해 스스로 생각하고 비판하며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과의 일체감이 주는 쾌감과 감동으로 그 일을 합니다. 저는 이것이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는 또다른 권력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당시 피흘리며 운동하셨던 분들의 사상이나 업적을 폄하할 의도는 없습니다. 어찌 보면 목숨바쳐 독립운동 했더니 후손들이 테러리스트라며 손가락질 하는 형국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예민한 주제이기도 하고.. 당시의 대학생들이 현재 정치권에서, 생산 현장에서 이 사회의 주역을 맡고 있는 현시점에서 반대와 비난에 뭍혀버릴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분노의 감정을 다스리시고, 냉정하게! 이성적으로! 자신에게 반문해 볼 가치는 있다고 봅니다.
현재의 정치적 신념이 당시의 전우애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은 아닙니까?
현재 한나라당을 민정당, 전-노 군사정권에 지나치게 투영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군사, 외교, 경제, 국내정치, 사회복지 등의 실제적 업무 가능성이 모두 고려되고 있습니까?
연휴 끝나고 안그래도 스트레스 많이 받으실텐데 아침부터 죄송합니다.. 꾸뻑.
그냥 2007년 대학생은 이런 생각도 하고 있구나 하고 참고만 하셔도 될 것 같고요. 제가 하루에도 두 세차례 들르는 오유 시게가 집단사고의 늪에 빠져 버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한 번 쑤셔 봤습니다. 솔직히 저도 원인모를 특정 정당에 대한 반감과 분노를 가지고 있었지만, 최근에 국회방송이라던가, 여러 토론 프로그램에서 원희룡, 홍준표, 박형준 의원 같은 사람들이 말하는 자신의 정치관이라던가 법에 대한 신념이라던가 하는 것들을 쭉 들어보면서, 내 친구/내 선배/ 내 가족이 이리 말하니 나도 그것에 동의한다. 믿는다. 이런 태도는 좀 아닌 것 같아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