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동안 키운 강아지가 저 세상으로 떠났습니다.
어릴때 엄마가 데려온 그 강아지를 보고 뛸듯이 기뻤던 생각부터,
우리집에 오기 전부터 꼬리가 잘려있던 강아지.
그것때문에 기운없이 늘어져있는걸 모르고 눈치없이 좋아만했던 기억,
첫날 얌전한 인상과는 다르게 알고보니 정말 활달한 녀석이라 산책시킬때마다 진이 빠졌던 기억,
생긴걸 보고 몰랐는데 알고보니 슈나우저중에 올블랙이라는 종이라 해서 놀랐던 기억,
시골에 갈 때 함께 가서 시골집 거실에서 강아지를 끌어안고 토닥토닥하며 잠이 들었던 기억,
달리는 차의 창문을 조금 열어놓으면 머리를 내밀고 그렇게 좋아했던 기억,
어느날 차 안에서 뛰어내려 기겁하게 만들어놓곤 순진한 얼굴로 쫄래쫄래 차를 따라오던 그 모습,
하루는 너무 말썽을 부려서 결국 내가 폭발해서 엉엉 울며 철썩철썩 때리자 아플텐데도 내가 우는 모습에 낑낑대며 날 위로하던 모습,
말썽을 부릴 때 앞발을 들고 코너에 붙여놓으면 스르륵 주저앉던 모습,
좋아하는 공이 서랍 밑으로 들어가버려서 낑낑대며 공을 꺼내려다 포기했던 모습,
가족들이 집에 올 때마다 가장 먼저 현관으로 달려나가 이쁨 받던,
수술 후 아파하는 모습에 강아지를 무서워하던 사촌동생도 결국 예뻐하게 만들었던,
굳이 힘들게 가르치지 않아도 알아서 배변 조절을 하며 똑똑하게도 신호가 오면 베란다 문을 박박 긁던,
그래서 베란다 문에 스크래치가 참 많이 나있던 모습.
가족들이 외출했을 때 어쩔수없이 실내에 실례를 했을때 스스로 잘못을 알던..
그리고 어느샌가 네 구역은 집 전체에서 창고로,
어느날 학교에서 집에 와보니 너는 바깥에 묶여있었다.
울며 부모님께 항의했더니 부모님께선 더이상 집안에서 키울수가 없다고 하셨죠.
바보같이 그 때 왜 반박하지 못했을까. 왜 좀 더 우기지 못했을까. 왜.
집안 사정이 어려워져서? 아예 버리는것보단 나아서? 대체 뭐가 집안에서 키울수없는 이유였을까.
내가 아무리 어렸다지만 왜 그러지 못했던걸까 지금도 너무... 너무나도 후회가 됩니다.
아마 평생 지고가야할 죄책감일거예요.
그 똑똑하고 예쁘던 녀석이, 다른 집에 갔다면 더 사랑받고 더 행복하게 자랐을텐데..
뭐가 모자라다고 이런 집에 와서 평생의 3분의 2가 넘는 시간을 바깥에서 묶여 자랐을까..
그나마도 주인집 개가 묶여있는 햇빛 잘 들고 사람이 지나다니는 좋은 자리도 아니고.
좁은 개집에, 옆에는 높은 담장이 있고, 햇빛도 잘 들지 않는....
아..........
미안해.
미안해 마루야.
누나가 너무너무 미안해.
내가 바쁘다고 널 신경써주지 못해서 미안해.
매일매일 손수 사료를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해.
네 생각에 울며 걱정하면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해서 미안해.
그 좁은곳에 매여 내 냄새라도 나면 반가워하는 너를 봐주지 못해서 미안해.
산책시켜주지 못해서. 씻겨주지 못해서. 어느새 점점 신경쓰지 못해서.........
그렇게 널 죽게 만들어서....너무너무 미안해.....
신경쓸일도 많고 학교에서 온갖 스트레스를 받고 집에 왔는데.
아빠가 너때문에 좀 도와달래서...
나 할일많다고, 과제땜에 시간없다고......
그런데 아빠가 네가 죽었다고.....
그순간 머릿속이 멍해지고. 조금전 시간없다고 한 내가 너무 밉고. 눈물이 나고.
생각해보면 항상 그렇게 너에 대한 일은 점점 미뤄졌었는데..
그래서 결국 네가 아파한단 사실도 모르고 널 죽게 만들었구나.
철든 이후로 한번도 그래본적이 없는데 소리내며 엉엉 울면서 졸업때 받은 꽃을 집어들고,
냉동고 깊숙한 곳에 있던 네 간식을 챙겨 전자렌지에 데웠어. 따뜻하게.
친구에게 이 간식을 받은게 1년전.
1년동안 너에게 이 간식을 줄 시간 단 5분이 없었을까?
그 생각에 더 울면서 꽃과 간식을 들고 널 묻을 자리를 파고있는 아빠에게 갔는데 비가 오더라.
왜 하필 비가 오는걸까.. 더 엉엉 울면서 마침내 차갑게 굳어있는 널 데리러갔어.
초롱초롱하고 까맣기만 하던 눈망울이었는데. 흰자가 드러난채로. 정말 굳어있더라.
아. 아.
아...........
싸늘하게 굳은 너를 아빠가 옮기고 땅에 묻는동안 엄마랑 나는 꺽꺽거리며 울기만 했지.
흙을 다 덮고 땅을 꾹꾹 누르고, 아빠가 그 모든 과정을 하는동안 비를 맞으면서 계속 울었어.
네 자리에 꽃을 꽂아두고 아직 따뜻한 간식을 올려두고.
초를 들고 널 생각하다가.....
엄마아빠의 손에 이끌려 집에 들어왔는데.
자꾸만 집안에 있을때 네 모습이 생각나......자꾸 눈물이 나와.
미안해 마루야.
누나가 너무 미안해.
다음 생에는 꼭 네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행복한 삶을 살기를.
남은 평생을 네게는 죄인으로 살게.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