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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만에 차를 산 남자 이야기
게시물ID : humorbest_40785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난항상...
추천 : 78
조회수 : 12621회
댓글수 : 12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1/11/18 20:00:18
원본글 작성시간 : 2011/11/18 18:16:18
저번 주 15년 만에 새 차를 샀습니다. 일주일 정도 새 차를 타면서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전까지의 차에 대한 제 지론은 교통수단이다..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였습니다. 그런데 새 차를 사고 일주일간 저의 행동을 보고 있노라면 저 자신을

속인 것인지 아니면 무던하게 참고 살았던 건지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제 일주일간의 행각을 정리해 보면 이랬답니다. ㅎ

 

아내 왈 : "정말? 자기 지금 한 말 진담이야? 미친 거 아니야? 진짜? 진짜? 정말로 마트

가자고? 지금 자기 결혼 생활 15년 만에 마트 가자고 처음으로 자기가 먼저 말한 거 알아?"

저는 그냥 마트 간지도 오래된 거 같은데 아내가 마트 가자는 말을 안 해서 한번 물어

본 건데 아내가 호들갑을 떠내요...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결혼하고 처음으로 제 입에서

먼저 마트 가자고 한 거는 같습니다. 아.....그리고 자동차 용품 코너에서 그냥 뭐 이것저것

둘러보고 몇 개 고르고 있었는데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아내가 옆에 쭈그리고 앉아서

안 가냐고 성화입니다. 그래서 한마디 했습니다.

"쇼핑은 천천히....그리고 이것저것 따져보고 여유 좀 가지고 쇼핑 하자"

이 한마디에 아내가 멍하니 쳐다보며

"자기가 진짜 미쳤다...마트에 10분만 있으면 멀미가 난다고 이 큰 대형마트에서 폐쇄공포증 타령

하던 인간이...."

 

회사 앞 거래처 사장님 왈 : "와~ 백부장 그렇게 빨리 튀어나오는 거 첨 봤어 놀라워~~"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 밖에서 굵직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여기 좀 나와 보세요. 누가 흰 차를 받았네요~~옆이 다 찌그러졌네요!"

저는 그냥 동물적으로 사무실 문을 밀고 나갔습니다. 저희 사무실 문이 미는 문이어서 다행이지

당기는 문이었다 해도 밀고 나갔을 겁니다. 그런데 문밖에서는 거래처 사장님이 장난기 가득

찬 얼굴로 웃고 있습니다. 순간 속았다는 마음보다는 안도의 기쁨이 더 컸습니다. 그 이후로

거래처 사장님은 저를 우사인볼트로 부릅니다.

 

결재 시간 사장님 왈 : "요즘 경기도 안 좋은데..저기....뭐 ....어...거래처...어..있잖아 ..

미수금...뭐....저번 달.....어? 어? 어?.................... 내 말 듣냐?"

사장님이 10분째 말씀을 하시는데 귀에 잘 안 들어옵니다. 오늘은 어떤 길로 퇴근을 할까..

양재대로를 한번 타 볼까..아니면 남부 순환도로..아니야, 오늘은 외곽을 타서 크루즈 기능을

실험해 봐야겠다............. 사장님이 피곤해 보인다고 빨리 가랍니다.

 

송이 왈 : "아빠 초딩 딸 등교 시켜 주고 싶은 맘은 고마운데....아빠 출근 시간 맞혀서

아침 7시에 나 학교 가서 뭐 하라고요? 참으셔야겠죠?~"

 

형우 왈 : "아빠 나 학원 끝나는 시간하고 아빠 퇴근 시간하고 같은 건 알겠는데..그렇다고

우리 아파트 상가에 있는 학원인데 집까지 걸어도 3분인데 뭘 기다렸다 태워 가실려고...

뭐 아빠 맘 알아서 그냥 1주일은 참았는데 낼부터 먼저 들어가세요~"

 

주위 사람들 얘기를 이렇게 쓰면서 다시 생각해 보니까 일주일 동안 마치 어린아이처럼

들떠 있었던 저 자신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침에 지하주차장을 내려오는데 요번 주면 어떤 형태로든지 처리될 15년 된 제 애마가

물끄러미 한쪽 구석에 서 있습니다. 일주일째 시동을 안 걸어 봐서 새 차를 예열시켜놓고

예전 차에 앉았습니다. 참 익숙한 냄새가 납니다. 그리고 익숙한 시트가 제 몸을 감쌉니다.

지금 중학교 2학년인 아들 녀석이 엄마 뱃속에서 이 차를 타고 비상등을 켜고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둘째 딸아이도 이 차와 같이 했고요. 그러고 보니 우리 가족 곁에 늘 15년을 같이

있었네요. 더구나 그 오랜 세월 동안 단 한 번의 불상사 없이 우리 가족을 지켜줬습니다.

 

시동을 끄고 새 차에 올라타서 옆에 있는 녀석을 한 번 더 훑어 봤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

저에게 이렇게 말하는 거 같습니다.

"좋냐? ....... 잘 어울린다. 난 이제 쉴란다"

저도 맘속으로 대답 해줬습니다.

"응...나도 몰랐는데 좋긴 좋다~~그동안 우리 가족 지켜줘서 너무 고마웠다..그리고 세차 한번 하고

가자....내 손으로 세차 한번 해주고 보내고 싶다..... 정말 수고했다"






퍼온글입니다.

차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아마도 같은 느낌일듯...

이 글을 처음보고 순간 나도 모르게 찡하더군요^^





얼마전 저도 비슷한 경험을 했거든요..

비록 3년밖에 같이 있지 못하긴 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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