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아빠와 이혼하시겠대요.
저는 20대 초반의 여자입니다.
우리 가족은 아빠 엄마 오빠 저 이렇게 4명이였었죠
얼마 전 까지는요.
어릴땐 부족할 거 없이 컸었고 화목한 집이였지만
제가 7살이였나 그때 쯤 부터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그 때 부터 집이 어려워지기 시작했네요.
그리고 아버지는 하시는 사업마다 다 실패하시고
오히려 빚만 점점 더 늘어만 갔습니다
작년 초 마지막으로 하시던 거 마저 실패로 돌아가 다 날리시고
그때부턴 이것저것 일용직 같은걸 해 오셨었어요
집도 이때까지 이사다녔던 살았던 집 중
제일 좁은 집에 벽에 곰팡이까지 슬어있는 그런 집에 살게 되었네요
아버지께서 어머니 몰래 어머니 명의로 돈을 좀 더 빌려서
또 뭘 좀 해보시겠다고 하시다가 또 다 날리시게 된 걸
어머니가 알게 되시자
그 날 어머니는 이제 더이상은 같이 못 살겠다며
이혼해야겠다고. 이혼하자고 아버지께 그러셨어요
그리고 그 날 이후로 아버지를 볼 수 없었어요
어디에 계신지, 잠은 잘 주무시는지
밥은 잘 드시고 계신지
약도 챙겨 드시고 있으신지
도통 알 수가 없네요
아버지는 자존심은 쎄셔서
미안하다는 말도 한번 안 하신 그런 분이셨어요
어쩌다 보게 된 아버지의 글에선
엄마와 저와 오빠에 대한 미안함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요
저는 대학교 첫 학기는 어머니께서 이것저것 해약하셔서 겨우 마련해 주셨었는데
다음 두 학기는 학자금 대출로 다녔습니다. 아직 5학기나 남았는데 캄캄하네요
제 명의로 된 빚만 800 가까이 되 가는데 계속 다니기도 그래서
저는 3학기 다니고 휴학하고 본가에 내려와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요.
그 날 이후부터
신발장에 있던 아버지 신발도
수저통에 같이 있던 아버지 수저도
양치 컵에 같이 있던 아버지 칫솔도 없네요 이제.
그렇게 아버지의 빈자리를 볼 때 마다
눈물이 나네요.
저는 20살이 넘었고 어른이지만
그래도 부모님의 이혼이란게 너무 갑작스러운가봐요
나에게 그런 일은 안 닥쳤으면 싶고.
빚이 산더미같이 쌓여있어도 네 식구 같이 살던 때 처럼
그렇데 같이 살 순 없을까 하는 생각만 자꾸 하게 되네요
고등학교 때 매일 아침 학교까지 태워주시던 아버지.
야자 끝나고 혼자 나오면 매일 데리러 오시던 아버지.
대학 서울에서 다니는 딸 내려오면 매일 데리러 나오시던 아버지.
딸 생각난다고 나 좋아하는 음식 보이면 사오시던 우리 아버지.
우리 아빠.
그래도 아빠는 우리 아빠에요
사랑해요 아빠. 같이 있을때 이런 말 못해줘서 미안해
아빠 가방이 너무 낡았길래 월급타면 아빠 가방 하나 사 주고 싶었는데.
난 새 옷 사입는데 아빠는 새 옷 사는걸 못 본거 같아서
아빠 새 옷도 한 벌 사 주고 싶었는데.
아빠가 전에 감자탕 먹고싶다 할 때 같이 사서 먹을걸
그리고 보니까 아빠한테 요리도 별로 못 해줬네
아빠 보고 싶다 아빠랑 전에처럼 얘기하면서 슈스케 보고싶다
아빠 딸 아빠 덕분에 그래도 이렇게 컸어요.
아빠 사랑해 그리고 고마워
이혼 안하시길 바라는 건 제 욕심이겠죠?
전 여전히 아빠란 존재가 집에 있었으면 해요
20살이 넘었지만
저는. 아직 애인가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