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
오유에 들락날락한지 벌써 11년...이네요. 허허 무상하구나
꾸준히 눈팅족이었어서 글은 잘 올리진 않지만 얼마전 차량 비교에 대한 조언도 얻고 하여 (감사합니다 꾸벅)
후기를 올려보고자 이렇게 글을 잡게 되었습니다.
혹여 제 후기를 보시고 비슷한 고민을 하시던 분이 제가 그랬듯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따라서 어떤 정보든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기대에 집중적인 이슈만 다루기보다는 잡다한 고민과 그 해결 과정도 담느라 글이 다소 길어졌습니다.
본 시승기는 제원적이나 전문적이고 기능적인 부분이 아니라 느낌, 즉 감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리고...미리 말씀드리지만 제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차는 캠리입니다. 거기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현기차에 대한 주관적인 비판이 다소 담겨 있습니다.
편치 않으신 분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먼저, 저는 전문적인 평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 운전 경력은 9년 반쯤 되었네요.
운전을 직업으로 한 분이 아니면 제 또래에서는 아마 경험적으로 많은 편일 것이라 짐작됩니다만
얼마 전까지 소지했던 디젤 차량이 터보였는지도 모르는 사람이었으니까요.
저는 그랜저xg를 첫차로 하여 2012년까지 운행하다가 투싼ix(디젤)로 옮겼었습니다.
지금까지 중간중간 렉서스 ES350도 제법 탔구요.
투싼으로 1년 1만키로 정도를 운행했는데, 세단에 너무 익숙해서인지 그 승차감과 불편한 운전석을 도저히 견딜수가 없더군요.
이에 투싼을 처분하고(망할 딜러가 뉴투싼 절대 금방 안나올거라고 호언장담을 했는데...나왔죠. 순식간에 차값 -500 ㅠㅠ)
중형 세단을 사기 위해 지난 3개월 정도를 하루가 멀다하고 자동차 관련 정보와 씨름을 했습니다.
따라서 이 글은, '중형 세단' 을 고민하시는 분께 특히 타겟팅하고 있음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처음 고민할 군집에 올려놓았던 차량 군집은 아래와 같습니다.
(아래 차량들 중 파사트와 레거시는 시승 경험이 없습니다.)
아우디 A4 (2.0 콰트로)
폭스바겐 파사트 (2.5)
스바루 레거시 (2.5)
토요타 캠리 (3.5), 캠리 (2.5)
기아 K5 (2.0 터보)
르노삼성 SM5 TCE (1.6 터보)
쉐보레 말리부 (2.4)
현대 그랜저HG (3.0), (2.4)
저는 위의 차량들을 문서로 정리하기 시작했지요. 마력, 토크, 중량 등의 제원부터 유지비까지 적었습니다.
여기서 유지비는 보험료(삼성 자동차보험의 견적서비스를 이용함), 유류비(공인연비가 아닌 실연비), 자동차세(배기량)의 합으로 산출했는데요,
보험료 값(보험사마다 다르고 내용에 따라서도 다르지만 적어도 상대비교는 가능합니다)에서 외제차와 국산차의 차이는 정말 심했습니다.
현대 그랜저 2.4 모델이 자차 자기부담률 20%일때 80만원 선이었는데 아우디의 경우 자기부담률 30%로 해도 200만원이 넘더군요;
잠깐 수다를 떨자면 요런 고민 할 때쯤 많은 분들이 비싼 외제차나 스포츠카 혹은 미니 등을 구매하려는 사람에게
'그런 차'를 생각하면서 연비 생각을 왜 하느냐 묻는 것에 놀랐습니다.
연봉이 5억이든 5천이든, 적어도 고민해서 차량을 구매하려는 사람 중 이 차가 굴러가기 위해 필요한 휘발유가 어느정도인지 궁금해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되어서였죠. 그냥 튼튼한 차를 사려는 어머니, 일단 고급스러운 대형차를 사려는 사장님,
반쯤은 수집 용도로 슈퍼카를 구매하는 그런 분들이 연비를 안따지시죠. 어떤 차든 연비'까지' 좋으면 그건 더 좋은 차라고 생각합니다.
잔가지가 조금 길었네요 ^^; 아무튼 보험료의 프레셔가 너무 강해 캠리를 제외한 외제차는 모두 제해야 했습니다.
눈치 빠르신 분들은 위 군집에서 제가 4륜 세단에 관심이 있었다는 것을 아셨을텐데요, 스바루 레거시는 사실 보험료가 비싸비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추진해볼 요량이었으나 스바루코리아가 한국에서 이미 철수했다는 소식을 듣고 접게 되었습니다.
아, 파사트와 캠리, 어코드, 알티마 라인에서 고민하는 분들 중 많은 수가 이 보험료의 압박에서만 자유롭다면 파사트를 결정한다고 들었습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Bx0cxrSfbSk
(제가 링크 거는 법은 모르지만 주소는 첨부하겠습니다. 이 영상은 파사트와 캠리를 비교한 영상이구요.)
파사트의 묵직함이나 인테리어, 익스테리어 모두 정말 제 취향이었지만 아직 제가 연 500이 넘는 돈을 자동차에 쓸 수는 없어 뒤로 미뤄야 했지요.
이렇게 몇 대가 빠졌네요.
제일 처음 시승한 것은 SM5 TCE 였습니다.
SM5 TCE는 제가 알기로 국내에서 제대로 추진된 최초의 다운사이징 트림입니다.
(여기서 잠시! 제가 감성적인 말씀을 드릴 텐데요, 주관적인 취향이 다분하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르노삼성은 예전부터 꽤나 장인정신으로 차를 만들었습니다. 특히 구형 SM5는 주변 분들도 정말 내구성이 좋다고 하시죠.
여기서 내구성이 좋다는 기준은 10만키로 정도가 아니라 30~50만키로 정도를 의미합니다.
또한 국내 경쟁사들 중 편의사항에 대해 항상 한 발 앞서나갔습니다.
이 편의사항은 동승석 전동시트나 후열 공조기 같은 것이 아니라 T네비게이션, BOSE 스피커 같은 것입니다.
사실 제가 처음 차를 소지한 10년쯤 전만 해도, '차'라는 것은 정말 자동차 라는 어감에서 오는 느낌 그 자체였습니다.
출력은 어느 정도냐. 어 그 정도군 잘 나가네. 연비가 10 넘는다고? 오호... 뒷자리에 타도 엉덩이 따듯하게 해주는 게 있어!
이런 느낌이었죠.
시대가 바뀌면서 기술력도 발전하고 차를 접하는 연령층도 낮아졌으며 소비자의 눈도 높아졌습니다.
삼성은 국내에서 가장 먼저 차 안에서 좋은 음질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옵션을 넣었습니다.
그것도 그냥 스피커를 단 것이 아니고 자동차의 설계단계부터 스피커 회사와 어디어디에 스피커를 달지 의논을 했다죠.
(그리고 그 스피커사가 BOSE라는 것도 제 마음에 든 부분일 겁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브랜드이기에..)
그리고 넘사벽으로 좋은 네비게이션(막히는 20키로 길이의 시내 길에서 오차범위 10분 안쪽으로 도착시간을 알려주다니...),
또한 다운사이징이라는 메타 컨텐츠를 과감히 시도하는 것.
그런 부분들이 제가 생각한 르노삼성의 장점이었습니다.
SM5 TCE. 제가 최근 시승한 캠리/그랜저/말리부/SM5 네 대의 차량 중, 개인적으로 운전석이 가장 편안했습니다.
제가 투싼ix를 1년 타고 처분한 이유 중 운전석이 불편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거든요.
(단순히 시트 질감 문제가 아니라, 셋팅 자체가 운전자의 신체가 좀 커야 착좌감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좀 단신인데 엑셀 패달이 좀 멀리 있었습니다.
한두시간 타는 정도에서는 크게 느껴지지 않는데 장거리 운행할 시에 상당히 다리가 지치더군요)
흰색 카본 재질의 인테리어가 사진상으로 많이 걱정되는 부분이었지만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는' 괜찮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디자인 적인 부분이나 감성적인 부분에서는 흠잡을 곳이 없었습니다.
반면 주행은 조금 불만이었습니다. 제동능력은 좋지만 엑셀에서 발을 떼었을 때 차량이 정지한 채로 5초쯤 있다가 아주 서서히 앞으로 나갑니다.
엑셀에 발을 올려도 원하는 만큼 가속되지는 않습니다. 저속에서 치고나가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답답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꿀렁거림...이 차량은 터보를 사용해 가속을 하다가 엑셀에서 발을 떼면, 엔진브레이크가 걸리듯이 차를 확 잡아버립니다.
이 현상때문에 가속과 감속을 연결할 경우 꿀렁거리게 되는데요,
저는 이것이 터보의 특성이라고 생각했는데 오유에 질문한 결과 '미션'의 특성 때문이라고 합니다.
파워트레인에 기반한 주행성능 자체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1.6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힘찬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투싼을 사기 전에 시승했을 때도 그랬어요. 전 차량인 3.0 세단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힘이 있었으니까요(디젤 특유의 힘찬 느낌)
주행성능과 별개로 '부드러운 주행' 부분에서 감점이 많이 되었습니다.
특히, 이 차는 구매욕의 불씨를 확 당기는 특별한 점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반면 아주 민감한 단점이 있었죠.
아무리 '다운사이징'이라도, 아무리 터보를 달아도 중형 세단이지요.
중형 세단은 4명 정도의 탑승을 기본적으로 고려하는 차량이고, 이는 '가족'구성원을 대부분 의미합니다.
뒷좌석 승객이 주인공이 되는 고급 차량은 아니지만 적어도 애인이나 배우자가 타는 동승석인데 옵션으로도 동승석 전동시트는 없었습니다.
심지어 일반 모델도 RE(최상위 모델)에서만 장착할 수 있었지요.(같은 맥락에서 소나타와 K5도 제가 고르기에는 힘들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SM5를 구매 선상에서 제외했습니다.
SM5 TCE 장단점
장점: 다운사이징 모델, BOSE 사운드, 편안한 운전석
단점: 꿀렁거림, 동승석 파워시트 부재
다음으로 시승한 차량은 쉐보레 말리부 2.0이었습니다. 저는 2.4를 비교하고 있어 그 모델이기를 바랐지만 아쉽게도...
말리부는 정말로 안정감있는 차였습니다. 일단 문소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투싼만 해도 아주 가벼운 소리였는데 말리부는 예전 그랜저같은 무거운 소리가 났습니다.
익스테리어는 (물론 개인적으로) 비교 차량 중 가장 좋아하지만 인테리어는 조금 아쉬운 느낌이었구요.
말리부 역시 출발이 조금 굼뜹니다. 하지만 SM5와는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SM5는 힘이 딸리는 느낌이었지만 말리부는 '난 원래 묵직하게 다녀'라고 하듯이 말이죠. 묵직한 느낌이었습니다.
2.4 모델이었다면 주행 스트레스는 없을 거라는 예상을 했습니다.
http://www.autoview.co.kr/content/autoview_tv/autoview_mv.asp?num_code=1783&news_section=&pageshow=2
(오토뷰의 로드테스트 중 말리부편 링크입니다.)
무엇보다 말리부는 밸런스가 좋은 느낌이었습니다.
예. 저는 전문적인 평가는 할 수 없습니다만 운전을 그래도 제법 해보신 분이라면 느끼실 것이라 생각하는데요,
달리기, 걷기, 멈추기, 전력질주 등 모든 주행 관련 능력이 어느 하나 돌출되지 않고 조화가 되어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필요한 만큼 밟았을 때 그 직관적인 것에 맞춰 달리고 또 멈춰줍니다. 서스펜션 역시 이 주행성능에 굉장히 적합하다고 느껴졌구요.
하지만 옵션 부분에서의 불만족스러움이 컸던 것 같습니다. 저는 여행도 많이 다니고 차량 운행시 동승자와 내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편입니다.
그러기에는 실내 디자인, 분위기나 옵션이라고 할 만한 것이 다소 부족했습니다.
무엇보다 수납공간이 정말 없습니다.
대부분의 차량에 공통적으로 있는 글로브박스, 센터콘솔박스, 기어봉 근처의 컵홀더 2개를 제외하면 네비게이션 안쪽의 시크릿박스 하나가 전부더군요.
시크릿 박스의 개념은 매력적이지만 실제 활용적인 부분은 조금 의심스러웠습니다. (이용시 꽤 많은 열을 받는다고 합니다.)
또, 기어봉의 위치가 무척 애매합니다. 드라이브에 놓고 운행 중 변속기에 손을 가져가려면, 팔을 부자연스러울 만큼 안으로 당겨야 기어봉의 헤드를
잡을 수 있습니다. 말리부는 수동으로 기어를 조작하기 위해서는 변속기 윗부분에 있는 +와 - 버튼을 '눌러'줘야 하는데요,
이 방식 자체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 불편한 자세로 뭘 하라는 걸까요...?
그리고 뒷좌석 공간, 납득할만 하기는 하지만 좁은 편입니다. 이 부분은 단거리에서는 크게 불편함을 느낄 수는 없겠지만
성인이 탑승한 채 장거리 운행을 할 경우 절대 쾌적하지는 않을 정도의 레그룸이었습니다.(제가 단신이라 다른 사람들보단 낫겠지만)
트렁크가 쓸데없이 커서 트렁크 공간을 줄이고 뒷좌석 공간을 조금 더 확보하는 것이 조금 더 제 개인적인 니즈에 가까웠습니다.
말리부는 최근 많은 충돌테스트에서 현기차와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부족하기보다 하다! 는 평가를 얻습니다만,
뿌리깊은 불신 탓인지 저는 그 쏘나타와 그 K5가 정말 내수용일까? 하는 생각은 들더군요.
쉐보레 말리부 2.0 장단점
장점: 안정적인 주행 밸런스, 안전
단점: 비교적 좁은 뒷좌석 레그룸, 실내 옵션, 부족한 수납공간, 애매한 기어봉 위치, 수동 변속 조작의 이질감
세번째로 시승한 차량은 그랜저HG 3.0 모델이었습니다.
아마도, 이 모델의 더 많은 시승기를 원하시는 분들이 가장 많지 않을까 싶네요. 제 비교차량들 중 순위를 꼽자면 이 차가 1순위였습니다.
실내, 실외 디자인이나 옵션 등에서 어느하나 부족한 점이 없었어요. 특히 그랜저XG를 7년가까이 몰았기 때문에 의미도 있었습니다.
어드벤스트 크루즈 시스템(앞차의 간격을 조정해서 크루징을 해주는)은 체험할 수 없었지만
어라운드 뷰 시스템(전후좌우 카메라의 영상을 동시에 출력하여 마치 차량의 위에서 카메라를 찍는 듯한 화면을 보여주는 것)은 정말이지
박수를 쳐주고 싶었습니다. 이 기능은, 본래 자동차라면 그냥 있어야 하는 기능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딘가에서 튀어나올 아이라든가...이건 편리함의 차원을 넘어서 필수로 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정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내부는- 사실 이 비교하는 4개의 차량과 그랜저는 추구하는 방향이 조금 다른 차량입니다.
많은 분들이 그랜저와 캠리는(이 두 차종을 많이 비교를 하시니까요) '급'이 다른 차다 라고 말씀하시는데,
엄밀히 말하면 級이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랜저는 뒷좌석의 안락함을 포함하는 고급 세단을 지향할 뿐이죠.
級이 다르다고 하려면 차량의 크기같은 것이 아닌 배기량 혹은 그냥 가격적인 라인을 기준으로 하는 게 좀 더 엄밀할 것으로 보입니다.
(가령 재규어 XF는 중형 세단이지만 과거 모델에서는 파워 트레인이 5000cc정도 되는 트림도 존재했습니다. 이 차를 에쿠스 아랫급이라고 놓기는 힘들잖아요)
아무튼 이 덕에 뒷좌석을 포함해서 엉덩이를 올리는 순간 푹신한(!) 소파가 절 반겨줍니다. 뒷좌석도 포함입니다! 푹신푹신~
재질이나 디자인이 종합적으로 전달해주는 분위기는 훌륭했습니다.
3.0이어선지 주행에서도 정말 쾌적했습니다. 옛 그랜저와는 같은 3.0이지만 같은 3.0이 전혀 아니더군요. 훨씬 파워풀했습니다.
밟으면 6기통 엔진이 상당히 설레이게 하는 소리로 으르렁거리구요. 제동시에도 직관적이고 훌륭하게 멈춰 주었습니다.
제동 능력이 제가 경험해 본 모든 현기차 중(아버지 차인 구형 에쿠스 포함) 가장 정교한 느낌이었습니다.
투싼은 초반에는 확 서지만 중~고속에서는 엄청 밀렸습니다.
뭐, 배기가스 문제도 요즘의 차량에서는 잡혔다고 하구요. 또한 비교 중인 4개의 차량 중 구동손실률이 가장 큰 것을 감안하더라도
파워트레인 부분에서는 분명한 우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시보드가 높아 체감상 시야가 조금 좁습니다. 하지만 A필러가 시야를 크게 방해하지는 않습니다. 투싼은 정말정말 심각했어요.
그리고 큽니다. 차가. 170 중반은 되어야 운전석을 넉넉하게 쓸 수 있을 겁니다.
그 이하는 아마 차에 맞춰서 타야 하겠지요. 저같은 경우는 시트 끝부분을 최대한 내려도 무릎 안쪽을 시트가 압박해옵니다.
투싼보다야 훨씬 편한 편이지만 역시 오래 주행하게 되면 분명한 스트레스가 되겠지요.
무엇보다 제가, 제 능력으로 차량을 구매하는 한 다시 현기차를 사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배기가스 문제는 해결된 것이 끝이 아닙니다. 애초에 문제가 발생된 것 자체가 전량 리콜을 진행해야 하는 이슈였습니다.
특히 국내에서는 '리콜'이라는 것을 굉장히 두려워하는데, 북미나 유럽 등지에서는 그렇지도 않습니다.
리콜을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겁니다.
혹시, 사막에서 주행중이던 벤틀리가 고장나서 오너가 전화를 했더니 헬기가 새 차를 가져와서 떨구고 벤틀리는 고장 안난다고 하는 이야기 들어보셨나요? 뭐 사실 무근이고 그게 벤틀리인지 롤스로이스인지도 전 모릅니다. 그냥 카더라죠. 중요한 건 이겁니다. 소비자에게 필요한 게 뭐냐구요. 현기의 기업 마인드는 어떻습니까?
전 블루멤버스 회원이어서 그 AS 등의 편리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사계절용 워셔액같은 건 무료로 엔진오일 갈아줄 때 그냥 가득 넣어주구요,(한 통 달래도 줍니다.)
전 그동안 편안한 휴게실 소파에 앉아서 커피 뽑아 마시면서 티비 10분 정도 보고 있으면 끝났다고 달려옵니다.
그랜저를 타다가 어느 날 시동은 걸렸는데 엑셀에는 반응을 안하고 RPM이 지멋대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더라구요.
드라이브 모드니까 어쨌든 앞으로 굴러는 가니 조심조심 코앞에 있는 센터에 가서 바로 수리 맡겼습니다. 정말 가까이 있지요.
그런 부분들이 편리한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또, 현기가 차를 못만드는 것도 아닙니다. 해외시장에서도 꽤나 선전하고 있어요.
하지만 아직 멀었습니다.
특히 국내 소비자를 대하는 마인드요.
에어백이 미전개되는 브랜드는 현기가 유독 많은 것은 아닙니다.
쉐보레도, 외제차도 미전개되는 일이 보고가 많이 되고 있고, 심지어 차량 점유율 대비 현기보다 많은 수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대응 태도입니다.
쉐보레는 원체 '안전'으로 마케팅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에어백은 이용자의 생명과도 연결된 기능이기 때문에 미전개에 대한 대응은
부끄러워해야 함이 맞습니다. 몹시 부끄러워하고 몹시 죄송스러워 하고 그래서 전력을 다해서 원인을 찾고 개선하고 필요하면 리콜을 해야 합니다.
그게 맞는 겁니다.
왜 쌩뚱맞게 엄청나게 좋은 점수를 준 그랜저를 타고서 저 생각을 하게 됐냐면요, (내게 뉴투싼 직전에 차고로 직행할 똥을 판 딜러 때문이다! ㅅㅂ)
정말 탄성이 나올 정도로 보기 좋게 차를 만들어놨다는 점에서였습니다.
정말 보기 좋았습니다. 엔진 출력은 국내에서 이미 독보적으로 가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겠죠.
인테리어도 섹시하게 검정검정으로 칠해놓고 부족한 옵션따윈 찾을 수 없었죠.
그랜저 정도면 소개팅 때 보여줘서 적어도 +점수는 받을 겁니다. 왜 이렇게 말씀을 드리냐면, 마치 그러라고 만든 느낌이 들어서입니다.
그거 아시나요? 그랜저 2.4 사시는 분들 중에 2.4 숫자를 떼고 3.0으로 바꿔 달고 출고를 부탁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답니다...
브랜드의 신뢰있는 방향성, 차가 가진 매력적인 지향점, 그것들이 이루어내는 소위 '감성' 말이지요.
아우디스러운 인테리어, 아우디스러운 붉은빛 실내 조명, 콰트로 등등이 한데 묶여 아우디를 이루고 있는 그런 감성이요.
광고에선 원래 이렇게 타는 거라고 하지만 글쎄요... 제게는 와닿지 않고 폄하하게만 되네요.
그런 생각이 타면 탈 수록 짙어졌습니다.
이런 감성적인 부분은, 차를 고르는 많은 분들이 고려하시는 부분은 아닙니다. 추천드리지도 않습니다.
누구나.. 총알 세 발을 막아내고 영국 황실에서 애용한다는 것을 알아서 시트로엥을 선호한다면 전 시트로엥을 멀리할 것이고
누구나.. 자동차의 규격과 상관없이 그 차에 다른 규격의 차와 비슷한 출력의 심장을 얹어주는 패기있는 영국의 고품격 신사같은 차라고 느껴져서
재규어를 드림카로 꼽는다면 전 재규어를 머릿속에서 지우겠죠.
감성적인 건 그런 거잖아요? 난 아르마니 시계보다 대중적이지만 모르는 사람이 꽤 되는, 스위스의 티쏘가 좋은 것처럼.
그래도 아직은 국내에서 믿을 건 현기뿐이지 않나...잔존가치도 그렇고...
라고 저도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2012년에도 투싼을 선택했었지요. 딱히 대안이 없었다면 저는 아마 그랜저를 선택했을 겁니다.
현대 그랜저HG 3.0 장단점
장점: AS, 잔존가치, 고급스러운 옵션, 배기량 대비 가장 뛰어난 파워트레인
단점: 현대라는 브랜드
이어서 마지막으로 시승했던 캠리에 대해 후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토요타가 일본의 극우기업이라는 것은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카메라의 캐논, 의류의 유니클로, 생활잡화의 무지(무인양품), 자동차의 토요타 등, 하여튼 이 극우쉣키들은 더럽게 물건도 잘 만듭니다...
정말 징그러울 정도로 잘 만들어요.
저도 그런 점에서 토요타를 정말 싫어하는데요. 제가 한 번 시승해 보겠습니다.
솔직히, 모든 구매 전 비교 차량들은 꼭 시승해보실 것을 권장드리는데요, 캠리는 꼭 꼭 타보시는 것을 강력하게 말씀드립니다.
'좋은 차'란 뭘까요?
'세단' 이란 뭘까요?
이 차에서는 그런 고민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기 위해 처음부터 모든 걸 고려해서 디자인까지도 맞췄다고도요.
사진에서 인테리어를 볼 때는 너무 올드하지 않겠나...지금 시대에 우드그레인이라니 촌스럽지 않겠나...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보니 위와 같은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정말 고민을 많이 한 차구나.
마감재를 엄청 좋은 것을 쓴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정말 꼼꼼합니다. 그 스티치들 하며...
그랜저가 차갑고 모던한 W호텔에 묵는 느낌이라면, 캠리는 따듯하고 꼼꼼한 리츠칼튼에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공조기의 다이얼을 돌려보세요. 버튼을 눌러보세요. 그럼 납득하실 겁니다. 조작감까지도 신경썼다는 것을요.
캠리는 차량 내부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차체를 크게 하지 않았네요.
필요 없는 부분을 작은 부분까지 깎고 깎아서 탑승객이 내리기 편하게 도어의 안쪽에도 손을 댔습니다. 허허...
주행을 해보았습니다.
'잘 나간다' 라는 말로 이 차를 표현하기에는 부적합할 것 같았습니다.
제가 여태까지 정말 큰 착각 속에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뒷통수를 세게 후려맞은 기분이었죠.
잘 나가냐 안나가냐 라고 표현해야 한다면 정말 잘 나갑니다.
심지어 운전자가 조금만 원한다면 정지 상태에서 출발할 때 아반떼처럼도 치고 나가네요.
(차체가 가벼운 탓도 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1400중반으로 그랜저 3.0이랑 비교하면 150키로 이상 차이가 납니다. )
말리부 시승 후기에 제가 밸런스를 운운했었습니다. 쉐보레가 만일 말리부의 지향점을 계속 그렇게 가져간다고 하면,
전 캠리를 시승하며 말리부가 가야할 길을 봤다고 생각합니다.
이 놈은, 내가 직관적으로 달리고 싶은 만큼만 딱 달리다가 내가 속도를 줄이고 싶은 만큼만 정확하게 제동을 해줍니다.
내가 코너링을 하려는 만큼만 정확하게 돌아줘요. 무슨 느낌이냐면, 처음 타는데 처음 타는 느낌이 아니었습니다.
7년을 탔던 그랜저의 신형 모델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어떤 익숙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주행 중 앞의 코너를 확인하고, 눈을 감고 휠을 조작해도 정확하게 내가 이미지한 대로 차선을 따라 꺾일 것 같은 그런 느낌이요.
더 빨리 달리기만을 위한 스포츠카가 아닌 중형 페밀리 세단이라면, 그리고 '자동차'라면 이러해야 하는 거였구나..
이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그랜저가, 아니 현기차가 어디서 좋다는 엔진과 미션과 서스펜션과 브레이크 등을 가져와서 붙여놓은 차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캠리는 모든 속성의 성능들이 딱 서로에게 알맞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느껴지구요.
엑셀을 밟는 처음부터 끝까지 플랫하게 차를 밀어주구요, 브레이크 역시 저속이든 고속이든 꾸준하게 제동시켜줍니다.
조화, 조율 뭐 그런 것들 말씀입니다.
스쿠터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대만이 5년쯤 기술력에서 앞서 있고, 일본은 대만보다 5년을 앞서 있다고들 합니다.
그런 게 제가 느낀 이 느낌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월드 베스트셀링 카라는 게 괜히 되는 게 아니구나.
'내구성' 이라는 것도 단순히 부품을 조금 더 좋은 걸 쓴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카더라지만-
심지어 북미쪽에선 캠리를 구매해서 몇개월간 신나게 타고 한국 돌아가면서 발품 좀 팔면서 차량을 되팔면 샀던 가격 그대로도 팔 수 있다고 합니다.
제가 느낀 것은 짧은 주행에 느낀 것이고 또한 느낌에 치중해 과도하게 해석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제가 말씀드린 것들은 제원상의 팩트들이 아니니까요. 누군가는 완전히 반대로 느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제가 현기를 싫어하는 그 감성적인 부분에 이어서 캠리를 가지고 말씀을 드려보려 합니다.
할 말은 너무 많지만 벌써 날이 새가니 연비 하나만 놓고 해보겠습니다.
제 어머니의 차량이 2011년식 렉서스 ES350입니다. 쏘나타와 K5처럼 동일한 플랫폼의 차량이지요.
제가 언젠가 그 차로 3명이서 동두천역-주안역-신도림역 정도의 약 150여 킬로미터를 주행했었습니다.
맘먹고 드라이브한다고 인천공항 고속도로에도 올랐었지요.(비싸요 ㅠ)
펀드라이빙을 했습니다. 고속도로에서는 160~180, 특히 톨게이트에서 (하이패스가 없어서) 지불하고 0~120까지 풀악셀로 때려밟았습니다.
몇차례나요.
집에 돌아왔을 때 기름 게이지가 1칸 조금 넘게 닳아 있었습니다. 차량 설명서에 연료탱크 규격을 찾아서 얼추 계산을 해보니
연비가 약 10~11정도로 책정되었어요. 소름이 다 돋았습니다.
제가 투싼을 구매했던 이유중 하나는 연비였죠. 제원상 15km/l가 넘는 2.0 디젤의 넉넉한 유지비를 위해서 선택했어요.
가솔린 세단만 타다가 디젤로 바뀌면서 그 진동과 소음은 연비를 위해 희생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후열을 포함해서 모든 집중적인 관리를 받은 내 까뚱이의 시내 연비는 참담했습니다.
에코모드를 켜고 부처님처럼 주행해도 10km/l를 넘기가 그렇게 어려울 수가 없었어요.(시내에서요)
동호회의 많은 분들 중 시내주행에서 10을 넘는 분도 충분히 계셨지만 그렇지 못한 분들이 더 많았습니다.
그 생각에 비교차량들의 실연비를 비교했습니다.
위에 첨부한 '오토뷰'에서 전문가들에 의해 책정된 것, 동호회 등지에서 최소 4명의 실연비 경험을 합쳐
도로주행과 고속도로 100~110킬로 정속주행 연비를 적고 그 평균값을 실연비로 했습니다.
현대 그랜저는 제원상 연비와 실연비 차이가 -8%, 쉐보레 말리부는 -2%, 캠리는 +10% 정도가 나오더군요.
현대는 제원에 보여주는 것보다 적게 나오고, 쉐보레는 제원 딱 그 정도 나와주고, 토요타는 제원은 최소 기준일 뿐이야- 라는 것 같았어요.
아래는 제가 그랜저와 캠리를 시승하기 직전에 작성한 노트입니다.
차량 | 그렌저HG 3.0 | 캠리 2.5 | 그렌저HG 2.4 |
연식 | 2012 | 2012 | 2012 |
차량가격 | 2650 만원 | 2450 만원 | 2470 만원 |
순위 | 1순위 | 2순위 | 3순위 |
月유지비 | 30.5 만원 | 26 만원 | 26.5 만원 |
年유지비 | 366 만원 | 314 만원 | 318 만원 |
보험료 | 91 만원 | 108 만원 | 77 만원 |
등록세 | 85 만원 | 71 만원 | 68 만원 |
유류비 | 190 만원 | 135 만원 | 173 만원 |
규격 | 준대형 | 중형 | 준대형 |
배기량 | 3000 cc | 2500 cc | 2400 cc |
실제 휠마력 | 213 HP | 151 HP | 153 HP |
실제 휠토크 | 25.6 kgm/f | 19.2 kgm/f | 20.6 kgm/f |
제로백 | 7.8 초 | 9.1 초 | 8.6 초 |
아이들링 소음 | 35.0 dBA | 36.5 dBA | 36.5 dBA |
80km/h 주행소음 | 56.5 dBA | 60.0 dBA | 60.0 dBA |
무게 | 1670 kg | 1467 kg | 1530 kg |
평균 실연비 | 10 km/L | 14 km/L | 11 km/L |
엔진의 구동손실률도 비슷한 맥락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과정 끝에 최종적으로 캠리를 결정했습니다.
뭐 아직 3.5와 2.5 사이에서 갈등을 조금 하고 있기는 합니다만 그것도 곧 결정이 되겠지요.
긴 글 읽어 주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 흔한 세 줄 요약도 없네요.
끝으로 다시 한 번 강조드리지만, 이 시승기는 그다지 객관적이지도 않고 전문적이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제법 센시티브하고 경험 있는 한 명의 드라이버로써, 또 많은 중형차들 중 캠리를 구매하고자 최종적으로 결정한 많은 사람들 중 한 명으로써
현재 차량 구매를 위해 고민중이신 분들에게 아주 작은 도움으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글을 남깁니다.
제가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나 반박, 보충해수실 분은 사양마시고 댓글로 달아주셔요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