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두콩 삼형제는 꼬투리 안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어요.
시간이 지나 가을이 되자 완두콩 꼬투리는 노랗게 잘 여물었어요.
이윽고, 꼬투리가 열리자 완두콩 3형제는 세상으로 토토톡 터져 나왔어요.
세 형제는 길을 정처 없이 걷다, 어느 빌라를 지나게 되었어요.
콩일이는 이 집 아이들의 밥이 되고 싶었어요.
“콩이야, 콩삼아. 형은 이 집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구나! 완두콩 밥이 되어 새 삶을 시작하고 싶어!”
마침 아침을 짓고 계시는 어머니가 국을 보시는 사이에 씻어 놓은 쌀 속으로 쏙- 들어 갔지요.
“형, 좋은 콩밥이 되어야 해!!”
“우리도 완두콩으로써 좋은 길을 가도록 할게!”
“안녕, 동생들아!”
동생들과의 짧은 작별인사 후, 밥솥은 밥통 속으로 들어갔어요.
잠시 후, 콩일이는 잘 익어져서 나왔어요. 어머니는 아이를 불렀지요.
“은서야- 아침 먹고 학교가야지~.”
“잘 먹겠습니다!”
달그락, 달그락….
“잘 먹었습니다. 아유 배불러.”
“은서야, 이게 뭐니. 콩만 고대로 다 남겨놨네. 이러면 안 돼.”
“하지만 콩이 밥에 있으면 비린걸요.”
“어머 얘가.. 은서야, 은서야!”
잘 익은 콩일이는 그렇게 쌀만 비워진 밥그릇 구석에서 짜게 식어갔어요.
콩이와 콩삼이는 형을 그렇게 보낸 후 계속 걸었어요.
“킁킁, 이게 무슨 고소한 냄새지?”
“형! 떡집이야!”
골목에 어느 떡집이었어요. 시루떡, 백설기, 콩떡 등 여러 떡들이 빛깔을 뽐내고 있었지요.
수증기가 꽃 구름처럼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사락 사락 콩고물 숄을 두르는 인절미.
콩이는 반해버렸어요.
“콩삼아, 아무래도 내가 있을 곳은 여기인 것 같아.”
“형!”
“아무말도 하지마. 누구도 날 막을 수 없어. 너도 좋은 길을 찾길 바래.”
“…!”
콩이는 떡을 찌는 솥 안으로 뛰어 들어 갔어요.
달콤한 완두콩떡은 정갈하게 잘라져 진열되었어요.
어느 할머니가 오셔서 떡국용 떡과 콩이가 들어간 완두콩 떡을 사가셨어요.
“상민아, 할미왔다.”
“할머니, 다녀오셨어요!”
“아구 아구 그래 내 새끼, 많이 배고프지?”
“네!”
“할미가 사온 떡 먹자.”
할머니는 손자의 고사리 같은 손에 완두콩 떡을 쥐어주셨어요.
손자는 흰 부분은 잘 먹고 완두콩이 있는 부분은 슬금 슬금 골라내었어요.
“아이구, 아까워라, 상민아. 음식 이렇게 먹으면 벌 받아요.”
“하지만 완두콩은 비린걸요.”
상민이는 싫다고 투정을 부리다가 바닥에 떨어진 콩이의 조각을 발로 밟아버렸어요.
‘찌직’
콩삼이는 형들도 없이 혼자서 외로히 걸었어요.
“아, 형들은 콩밥도 되고 콩떡도 되고, 다들 좋은 콩으로 되었어. 나는 어느 콩이 되어야 할까.”
이때였어요.
“형, 나 배고파. 뭐라도 먹고 싶어.”
“조금만 참아. 엄마가 곧 오실거야.”
비쩍 말라 배를 곪고 있는 한 형제의 집이었어요.
콩삼이는 생각했어요. 저 아이들의 살이 되어주고 싶다고.
하지만 지금 자신의 콩 만한 몸으론, 전신을 다 써도 간에 기별도 안갈테죠.
콩이는 자신의 무덤을 팠어요.
포슬 포슬한 흙으로 덮여진 콩이는 졸음이 몰려와 잠이 들 수 밖에 없었어요.
“하암.. 너무 졸려.”
…
콩삼이는 그날 밤 말로 할 수 없는 고통을 느꼈어요.
“으으... 으으...!!! 으아!!! 머리가 터질 것 같아!!! 너무 아파!!!”
머리가 깨질 것 같은 고통이 계속 되었어요.
며칠이 지났어요. 어느 따스한 햇살이 비치는 아침이었어요.
“형! 이것 봐, 여기 웬 싹이지?”
“우와! 진짜 싹이네, 이건 무슨 싹일까?”
싹을 발견한 형제는 매일 매일 물을 주고 보살펴 주었어요.
두 형제의 관심 덕에 콩삼이는 무럭무럭 자라 열매를 맺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 열매는 계절과 같이 잘 여물어 갔어요.
“형, 완두콩 이제 먹을 수 있지 않을까?”
“그래, 이제 털어서 먹도록 하자.”
형제는 완두콩을 수확해 맛있게 먹었어요.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한 형제는 무럭무럭 자라 큰 아이는 역도선수가 되었고, 작은 아이는 보디빌더가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