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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love_4088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곱게자랄자식
추천 : 18
조회수 : 3265회
댓글수 : 12개
등록시간 : 2018/02/01 01:52:49
저와 소개팅 한 그분이 이 글을 보지 않기를 바라며..
주선해줬던 주선자도 이 글을 보지 않기를 바라며 ㅠㅠ
(제가 워낙 소심한 나머지 후에 글을 지울 수도 있습니다..;)
-
몇년전 친척이 소개 시켜준 소개팅이었습니다.
잠깐 xx지역에 와서 사람 한번 만나보라구 하여
ktx타고 내려갔습니다.. 얼굴은 못생겼는데 착하다구 해서..
사람 착하면 만나보지 뭐- 하구 친척도 볼겸
겸사겸사 내려갔어요.
내려간 날은 친척집에서 쉬었고 소개남이랑은 다음날 오후
한시에 만나기로 했어요. 다음날이 되구 코트입구 구두신구
나갔죠. 한시까지 갔는데 남자가 안오더라고요.
주선자(친척)가 전화하니까 늦는대요. 한시간정도..
빡치는데 친척집으로 돌아가서 기다렸어요. 뭔일이 생겼나보다..
생각하기로 했죠. 근데 한시간이 지나도 안와요.
주선자가 전화해서 화내는 소리 들리더라고요.
정확히 소개남 약속시간 두시간 반 지난 세시반에 약속장소
도착했어요.
그때 소개팅 안한다고 했어야했는데 친척얼굴봐서 나갔죠.
근데 소개남이 위아래 등산복에 검은 근육패딩 입고
나왔더라고요.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분해서 눈물 날 것 같아요.. 화도 나고..
하... ㅜㅜ 등산복에 근육패딩......
어쨌든 만났는데 저한테 밥 먹었냐는거에요. 안먹었음 밥 먹쟤요.
메뉴는 제가 고르래요.
보통 소개팅 하면 깔끔하게 먹을 수 있는 파스타가 맞지만
저 너무 기분 나빠서 비빔밥 먹는다고 했어요.
비빔밥 먹으면서 제가 물어봤죠. 왜 늦었냐고;;; 그랬더니
하는 대답이 결혼식 다녀와서 늦었다고 하는거에요 아니 장난?
결혼식가는데 등산복에 패딩입고 가는 인간이 어딨어요 ??
어처구니가 없어서 ....
밥을 다 먹고 저는 집에가려고 준비하는데 영화를 보자는거..
근데 그때 진짜 볼게 없었거든요 그때 상영중인 영화가
님아 그강을 건너지마오?? 랑 인터스텔라 나왔을때..
그 소개남이 인터스텔라 보자는거에요 ㅡㅡ 근데 그때 막
인터스텔라는 공대나 물리학과생도 어렵다 하고 러닝타임도
길고.. 저는 별로 안땡겨서 소개남한테 호불호도 많이 갈리고
공대생도 어렵다는 영화고 러닝타임도 길다.. 별로다.. 했더니
자기는 꼭 이거 봐야된다고 보겠다고 보자는 거예요.
그때 알았죠.... 참... 고집이 고래심줄이구나....
에휴 그래서 또 같이 인터스텔라를 봤죠. 전 한 30분 보니 너무
졸리더라구요. 근데 첫 만남에 졸면 안되니까 전 허벅지
꼬집으면서 졸음 막 참고있었거든요. 옆에 앉은 소개남은 영화
잘 보고있을까 해서 봤는데 그분은 아예 대놓고 자고있더라구요.
너무 기가찼어요.
영화가 끝났거든요. 소개남이 자기는 영화가 뭔 얘긴지
모르겠다고 저보고 영화 이해 가냐고 묻는거예요.
(ㅠㅠ 그니까 내가 그거 별로 라고 했잖아..... )
어쨌든 영화 보고 나서 “전 이만 가볼게요..”하고 가려고했어요.
근데 커피 마시자구 잡는거에요. 인간이..
그래서 거절 못하고 또 갔어요. ㅠㅠ 그래서 커피 마시면서
호구조사 실컷 당하고 소개팅이 끝낫어요..
소개팅 아니구 호구조사요.....
아니 뭐 어디 가는것도 걷는 속도 맞춰서 걸어야지 지 혼자
휘적휘적 걸어가고 진짜 개짜증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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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친척분이 낮에 소개남한테 전화했을때, 제가 xx지방
지리를 모르기때문에 차로 집까지 데려다 주고 가라고 하는
소리를 들었거든요..
그런데 헤어질때 제가 그냥 지하철까지만 데려다 달라고
거기서 제가 집까지 찾아가겠다고 했어요.
아니 그렇다해도 친척분이 집까지 데려다주라거 신신당부
해서 전 집까지 데려다 줄줄 알았는데
진짜 딱 지하철까지 데려다주더라고요...
제가 소개남한테 .. 지하철역까지 데려다 주셔서 감사하다.
소개남은 집까지 어떻게 돌아갈 생각이냐? 물으니 자기는
자가용 있다고 그거 타고 간대요..
그래서 전 아 알았다고.. 하면서 지하철 타고 가고 친척집 찾아
가느라 헤맸죠. 헤매다가 길 못찾아서 친척한테 전화하니까
소개남이 안데려다 주더나????? 하더라고요.
진짜 설움폭발...
아니 근데 소개남이 헤어지면서 다음에 만나면 자기가 치킨
산다고 또 만나자 하더라구요.. 그 뒤로 안봤지만.
(웃긴게 식사비 영화비 카페는 또 자기가 다 계산함..;;;;;)
-
어쨌든 집에 도착해서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제가 꼽은 최악의 소개팅은 이 분과의 만남이었어요.
근데 그 소개남분 작년에 결혼하셨더라고요.
와이프도 키크고 이쁨.
그거 보고 아 세상에는 제 짝이 있긴 한가보다.. 했네요.
그 후에 자잘한 차악의 소개팅은 뭐 다단계랑
소개 자리에 엄마 데려오겠다는 마마보이 정도가 있었네요..
네.. 여기까지 입니다. 여기까지 보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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