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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파트는 겨울만 되면 장애인들이 사라진다.
게시물ID : car_4095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안식처
추천 : 13
조회수 : 1692회
댓글수 : 24개
등록시간 : 2014/02/10 01:27:28

우리 아파트 같은동엔 유일하게 휠체어를 타고 다니시는 분이 있다. 

어느 여름 밤 집에 들어가는 길에 그 분의 차가 동으로 들어가는 진입로에 세워져 있는걸 봤다. 

아파트 단지가 엄청나게 크고, 지하주차장 면적도 엄청나다. 주차공간이 부족할 일이 없는 아파트다.

동 바로 앞에 주차구역은 전부 장애인 주차구역이고  최소 6대는 넉넉하게 주차할 수 있다. 

절대 그렇게 주차할 이유가 없는데? 하고 봤더니 장애인 주차구역이 꽉 차 있었다. 

정말 황당했다. 진짜 필요한 장애인은 딱 한분인데, 도대체 저 차들은 무엇인가. 

불법주차 차량보다 장애인 스티커를 부착한 차량들이 대다수였다. 

이렇게 장애인들이 많았나?  아프신분이 많으가보다 싶었다.

근데 그분들이 겨울이 되니 사라졌다. 

겨울에서도 특히 추운 날, 눈오는 날엔 장애인 주차구역에 빼곡하던 차량들은 한대를 제외하고는 모두 사라진다.

겨울이 오면 아프던 몸이 싹 낫는가 보다.

아니, 원래 아픈곳은 몸이 아니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쩐지 볼 때 마다 멀쩡하신 분이 장애인 스티커를 부착하고 주차하길래 의문이 들었는데,

겨울이 오고 폭설이 내릴때 보아하니 내 가설이 맞는 것 같았다. 

아니면 겨울이 와서 추우니까 가족중에 아프신분을 따뜻한 지방으로 모셨나보다. 

아니면 겨울이 와서 차가 추워 하니까 따뜻한 땅속으로 모시고 

자신은 조금은 불편하지만 엘리베이터를 타기위한 계단 10개쯤은 차를 위해 오를 수 있는 분인가보다. 

10년 넘게 살면서 매년 겪는 일이지만 정말 겨울만 되면 참 씁쓸하다.

다양하게 신체가 불편하신 분들이 많다는건 알지만, 장애인 주차구역은 정말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만 사용하게 좀 나뒀으면 좋겠다.

본인의 양심에 맡길 일이지만 답답하다. 지하주차장에서 건물까지 몇 십미터 더 걷는게 그렇게 어려운일이 아닌 사람들이 장애인 주차장을 이용한다.

왜 어렵지 않은지는 겨울이 되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지하주차장은 엘리베이터와 가까운부분 부터 차량이 주차되기 때문에 늦게 주차하면 굉장히 멀리 주차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장애인 주차구역엔 단 한 대의 차량도 보이지 않는다. 아니, 지상주차장엔 아예 차량들이 사라진다.

엄청난 폭설이 내린날 

장애인 주차구역위에 주차된 단 한대의 차량

그 위에 쌓인 눈을 보면서 어쩌면 그분에게는 차라리 겨울이 더 좋은 계절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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