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대열이 보아라!
게시물ID : military_4099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계란§
추천 : 14
조회수 : 1070회
댓글수 : 32개
등록시간 : 2014/04/07 01:12:37
대열아 잘 있냐? 나야. 네가 국민학교 6학년 때 전학 와서 젤 먼저 친해진 그 친구.
 
동네 오락실을 같이 누비던 그 친구. 일요일마다 목욕탕 같이가던, 목욕 하고 나면 포카리, 계란이 최고라면서 나눠먹던 그 친구.
 
치열하고 가끔은 위험했던 유년기를 같이 보낸 그 친구다.
 
이름을 말 안해서 모르겠나? 그럼 지난글을 눌러보던지. ㅋㅋㅋ 이 사이트에 내 신상이 굉장히 많이 있거든...
 
인터넷은 아직 할 줄 아냐? 지금은 많이 복잡해졌는데 ㅋㅋㅋㅋㅋ

사실 여기서 너를 다시 찾게 되었다. 회사에서 존나 울면서 글을 읽었지 뭐야. 너 이새끼 군생활 참 잘했더라......
 
거긴 어떠냐... 할말이 많았는데 가슴이 벅차다 갑자기. 그간 바빠서 정신 없었는데 오늘 참 니 생각이 많이 난다.
 
 
나 오늘, 임신해서 짱짱배인 우리 와이프 데리고 장인어른 가게 가서 고기도 얻어먹고 놀다 왔다.
 
지금 와이프는 자고.. 우리집 개도 자고... 나만 잠이 안와서 아직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네.
 
나 결혼도 했고 ㅋㅋㅋ 이제 다음달이면 새멤버도 영입한다. 아들이고~ 이름을 뭘로 지을지 요새 계속 고민중이야.

네가 봤었다면 좋은여자라고, 잘 살라고 해주었을까? 궁금하네...
 

거참.. 이번해 이번달이 전역한지 딱 10주년이더라? 내가 너보다 12일 늦게 입대했잖아.
 
그땐 동반입대도 없었는데.. 그런게 있었다면 우리 같이 입대했을까? 그랬다면...... 미래가 조금은 바뀌었을까...
 
너도 들어서 알지? 우리 엄마, 나 입대하고.. 너희 어머니한테 가서는 우리아들 보고 싶다고 울고 그러셨던거.
 
 
그거 생각나냐.. 중학교땐가 우리 학원 마치고 학원전화기로 네가 집에 전화걸어서 너희 어머니한테
 
"엄마 나 학원 끝났어. 집에 가면 맛있는거 해줘~" 하고 몇마디 대화 후 끊고 나중에 알고보니 너, 너희집이 아니고 우리집에 전화걸어서
 
우리 엄마랑 통화한거였지. 우리 엄마도 잠결에 받으셔서 내가 전화한줄 알고 '우리 아들이 이렇게 사근사근하지않은데...' 하면서도
 
나인줄 아셨단다. ㅋㅋㅋ 지금 생각해보면 너랑 나랑 집전화번호도 서로 헷갈릴 정도였구나 싶다. 나도 외아들이고 너도 외아들이었고..
 
 
우리 미술전공도 같이 했었잖아.. 지금 네가 내 곁에 있었다면 너도 나처럼 디자이너를 하고 있었을까.. 아니면 화가가 되었을까...
 
한국에선 미술은 안돼~~ 이런 푸념이나 하면서 같이 술한잔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네.
 
 
말년 휴가때에서야 너의 소식을 접했고 너희 집에서.. 너희 어머니 눈물에 난... 그래 솔직히 말하면 그때 그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웃기지?
 
실감도 나지 않았어. 그냥 무덤덤하게 있었다. 너희 어머니 앞에서 '무슨 얘길 해야 되는지 모르겠다.' 딱 그생각만 하고 있었어.
 
그러고 있다가 휴가 복귀날 TMO 타고 부대로 가는중에 갑자기 눈물이 왈칵 나더라. 병신처럼 울었다 그때. 그제서야 실감이 됐었나봐.
 
 
아, 그리고 너. 우리 병장달던 11월에 내 꿈속에 나왔었지? 깔깔이 입고.
 
"너 이새끼 병장달더니 겉에다 깔깔이도 입는구나~" 했었잖아 내가 ㅋㅋㅋ
 
네가 그날 꿈속 px에서 그렇게나 나한테 먹을걸 사주더니만. 끝까지 말한마디 안하고 나 혼자 먹는거 지켜만 보고 갔잖아.
 
그 꿈을 꾼 시기는 이미 네가 사고가 나서 하늘에 있었을 때였다는걸, 나는 말년휴가때에서야 소식을 접하고 알았지..
 
이미 하늘에 갔어야 할 네가 우리 부대는 왜 왔니... 가기전에 나 진급 축하 해주러 온거였어?

먼길 가야될 새끼가 뭐하러 그렇게 멀리까지 들렀냐.........
 
 

전역하고는..나 너희 어머니께 인사도 못드렸어. 무사히 전역한 내 앞에서.. 너희 어머니 네 생각에 눈물 또 흘리시면 나는 어떡하나 싶었어.
 
자식새끼는 가슴에 묻는다는데...
 
그땐 뭐랄까... 내가 나타나서 너희 부모님 마음 또 흔들어 놓고 싶지가 않았어. 차라리 세월이 흘러 그냥 잊고 편히 사시길 바랬었거든.
 
근데 그게 아니었는지.. 네가 있던 그 자리, 네가 지내던 그 동네가 너희 부모님을 그렇게 괴롭혔던건지 결국 갑자기 어느날 홀연히 이사를 가셔서
 
나는 오늘까지도 너희 부모님을 뵙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뵐 수 있다면 너만큼 내가 잘하진 못하지만 아들처럼 잘해드리고 싶다.
 
난 여기에 글을 쓰면서도 혹시나 오유를 할지도 모르는 네 여동생한테라도 연락이 닿기를 기대 하고 있어.
 
왜냐면 너의 기념비를 세워준 그 부대에서는 너희 부모님 주소라던지 그런 정보를 이젠 더 이상 얻을수가 없었거든.
 
하지만 오랜시간 함께 해온 이 사이트가 작년에 네 기념비라도 찾을 수 있게끔 큰 선물을 줬었기에 여기에서 한발 더

네가 어디에 잠들어 있는지 정도는 알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또 한번 걸어본다.
 
 
 
벌써 11년이 됐어. 당시 너의 기억과는 세상이 정말 많이 바뀌었고.. 그래, 지금쯤엔 너의 꿈이 바뀌었었을 수도 있겠다.
 
가끔 세상이 힘들게 다가올 때마다 네 생각 참 많이 한다. 등록금에 치여 다 때려치우고 싶을때에도...
 
혹시나 지금 나를 지켜보고 있는데.. 네가 하고 싶었던 그 일들을 내가 포기 해버리면 얼마나 한심하게 볼까...
 
대학을 군입대 휴학 후 결국 끝내 복학도 하지못하고 간 너는 나를 얼마나 부러워 할까..
 
그때마다 정신이 번쩍 들더라. 열심히 살아야지. 돈이 안되어도 내 꿈, 끝까지 가져갈거고.. 네가 샀다고 자랑하던 그 책.. 인체 드로잉, 해부도였지?
 
주인 잃은 그 책.. 주인 잃은 그 꿈을.. 내가 열심히 살아서 보란듯이.. 네가 대리만족이라도 하게끔 독하게 열심히 살거야. 꼭 지켜봐주고..
 
혹시 안 바쁘면~ 나 병장 진급했던 그 때처럼 오늘 꿈에 한번 와줄래? ㅋㅋㅋ 같이 담배라도 한대 피우게..
 
 

-영원히 23살의 군인으로 남은 내 친구에게.
 
20130803_095018.jpg
20130803_094946.jpg
20130803_095011.jpg

 
 
 

원문 http://todayhumor.com/?bestofbest_118135 에서 친구를 찾게 된 글쓴이입니다.
 
작년에 우여곡절 끝에 부대를 찾아 친구녀석을 보러 부대에 다녀왔지만 이제야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당시 경비단장님께서 정말 자리 좋은 곳에 기념비를 세워 주셨더군요... 바다가 보이는..
 
이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산 속 깊숙이 있는 기념비를 찾게끔 도와주신 현재의 중대장님께도...
 
사실 글을 쓰지 않으려 했었는데..
 
감사하고 또 감사한 감정의폭풍님에게 소식을 전해드리고도 싶었고 (닉언은 죄송합니다...)
 
바쁜 일상의 와중에 오늘따라 그 친구가 유난히 생각나서일까요? 사람은 정말 참 간사한것 같네요..
 
하지만 친구놈에게 제 소식을 전하고도 싶었구요...
 
사실 주저리 주저리 이렇게 제 친구 얘기를 할만한 곳도.. 딱히 마땅치 않기도 했구요.
 
밀게에서 일어났던 일이라 여기에 써 보았는데 게시판이 안지켜져 불편하셨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오유. 제 친구를 찾게 해 주어서 다시한번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십시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