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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여자들은 건강을 희생하면서까지 외면을 강요 당하는 걸까...
게시물ID : humorbest_40999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커피Ω
추천 : 114
조회수 : 14970회
댓글수 : 1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1/11/24 13:57:30
원본글 작성시간 : 2011/11/24 00:09:03
코드명까지 병원이네...

편하게 쓸게요.

약먹고 겨우 잠든 여동생을 보니 맘이 좋지 않네요.


제 여동생은 일찍이 자신이 책상과 친하지 않다는 것을 아는 아이였습니다.

저랑은 정 반대의 아이입니다.

저는 집에서 가만히 책 읽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조용한 아이였고,

여동생은 활기차고, 사교성이 좋고, 움직이는 거라면 노는거든, 운동이든 쇼핑이든 정말 다 좋아하는 앱니다.


가족이 아닌 사람이 보기엔 제 여동생이 그냥 '공부 안하는 애'라고 보일 수도 있겠지만

책상에 앉아하는 공부를 좋아하지 않는것 뿐이지

의상이나 음식 만드는 거(과자, 케익 쪽)에 관심이 굉장히 많고, 공부도 많이 했습니다.

그 와중에 운동도 정말 열심히 했구요.


자신의 목표가 있기에, 고등학교도 자신이 가고 싶은 특성화 된 학교에 갔고

일반 고등학생들 입시 준비 할 때 자기 꿈을 위해 실천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20살 되던 해엔 일본에 워킹 갔다가 확실하게 커피를 하고 싶어져서

귀국 후 알바부터 시작해서 커피를 배우면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30살 이전에 자기 카페 갖고 싶다고, 카페 알바로는 돈 적다고 콜센터랑 투잡 뛰고

하루에 3시간씩 자고 그랬습니다.

그리고 다시 일본에 건너가서 2년 정도 배우며 일을 하고,


지금은 모 카페 매장 메니져를 하고 있습니다.

자기 동년배이 모으기 힘든 돈을 억척같이 모으고,

그렇다고 일만 죽어라?

운동도 열심히 했습니다. 워낙 옷에 관심 많고 매장에서 일하는 애라

자기 몸 항상 가꾸는 애입니다. 사치하고 그런 것이 아니라

보기 좋은 몸을 항상 유지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열심히 사는 애인데,

주변에서는, 이 아이를 아는 사람도 잘 모르는 사람도

여동생의 외모를 왜 그렇게 질타하고 지적하는 걸까요??


제 동생이라서가 아니라 정말 예쁜애입니다.

연예인 누구 닮았다?라고 하긴 좀 그렇지만

애가 워낙 늘씬하고 몸이 좋다보니 중고등학교 다닐 때 연예인 시키라는 소리도 많이 들을 정도로

예쁜애입니다. 이 점도 저랑 정 반대네요.

여동생과 생판 다른, 공대에 있어도 그냥 사람 취급 받는 저라 여동생 심정 십분 이해합니다.

하지만 정말 사람들 잔인합니다.

저는 정말 남자들 기준으로 "뚱뚱'한 거 맞습니다. 저도 인정하구요.

제 BMI 지수는 24입니다.

공부만 해봤고 취직을 해서도 직장에서 반경 30미터를 벗어나지 않는 사무직으로

운동도 거의 없이 30년을 산 저는 뚱뚱하다. 노력도 안한다. 안가꾼다. 이런 소리 들어도 됩니다.


근데 제 여동생은 아니거든요.

좋아서든, 몸매 관리 차원에서든 태어나서 운동 안 한 날이 더 적을 정도의 아이입니다.

여러분, 여자가 165센치에 몇 킬로 나가야 맞다고 생각하세요?

제 여동생 그 키에 50 전후였습니다.

그렇다고 얘 몸이 일반 여자들처럼 살로 된 것도 아니고, 거의 근육에 체지방량 남들보다 현저히 낮았습니다.

종합 스포츠센터에서 헬스, 요가, 수영, 스쿼시 일주일 내내 열심히 하니까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여동생 외모에 불만이 많더군요.

매장직이기 때문에 화장을 아예 안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식품쪽이라 진하게도 못 합니다. 하지만 주변에서 늘 듣는 소리는

- 왜 대충 문대? 왜 그렇게 사람이 게을러?

하루 10시간이고 12시간이고 서있는데 굽을 조금이라도 낮은 걸 신고 매장에 가거나 친구를 만나면

- 구두만큼 자기를 표현하는 건 없는데 신발이 그게 뭐야?

여동생 원래 안경 썼습니다. 사람들이 하도 안경 꼴보기 싫다. 안예쁘다 해서 라식까지 했습니다.

물론 부모님과 저는 반대했지만, 여동생은 자신이 서비스직이기 때문에 이정도는 감수한다고 해야했죠.


후우...

그래요. 그냥 가볍게 생각하면,

우리나라 여자들은 대부분 불편해도 예뻐보이려고 다들 이만큼 참고 살겠죠?

근데...

하...

여동생하고 친한 남자애들 몇이 있습니다.

20살 알바부터 같이하고 한명은 2년 정도 다른 매장에서도 같이 일하고,

그 남자애들 말고, 다른 여자애들하고 몇 친한 무리가 있습니다.

여튼 발단은 그 중 남자애 둘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동생이 종합검진 받은 걸 약속 자리에서 먼저 도착한 그 두명에게

'나 짱 건강하지롱~' 이정도로 보여준 것 같은데

남자애들이 질겁을 했댑니다.


- 야 너 무슨 여자가 50킬로나 나가?

- 보기보다 뚱뚱했네

- 원래도 날씬한 건 아니잖아

- 너 살 좀 빼라

- 50키로 넘으면 여자 아니잖아. 그냥 사람이잖아ㅋㅋㅋㅋㅋㅋㅋ

- 여자가 부지런해야 살이 안찌지


이런 말들이 오간 것 같더라구요...

저말이 다 인지 더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여동생 신변에 이상이 있는 것 같아서 대화도 해보고

정신과 상담도 같이 받으며 알게 된 이유는 저거였습니다.


후...

그런 정신빠진 양아치들 말은 무시하지...싶지만

동생은 그게 아니었나봅니다.

그게 트라우마가 된 것 같아요.

스트레스 받고 그런애가 아닌데, 남들한테 그런 소릴 처음 들은건지

굉장히 충격이었나봅니다. 자기 관리를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50이란 숫자가 어떤지 모르겠지만

여동생 정말 늘씬합니다. 몸매 보기 좋아요.

가슴이 없는 것도 아니고, 저는 꿈도 못꾸는 스키니도 당당하게 입고

생각해보세요. 출렁이는 물살이 아니라 다부진 근육으로 50킬로가 뚱뚱합니까?


자신에 대해 '아는' 사람들도 그렇게 말하는데

남들은 더 할거라는 생각을 했나봅니다.

그날부터 45라는 숫자에 강박증이 생긴 것 같습니다.

지난 봄부터인가 냉장고에 더 줄인 식단과 목표 체중이 붙어 있더군요.


저는 그때까지만 해도

여동생이 2~3킬로 쪄서 유니폼이 부해져서 살짝 다이어트 하는 건 줄 알았습니다.

45라는 숫자는 여느 여자들이나 그렇듯 이상적 숫자를 붙인 줄 알았구요.

제 눈엔 그때도 한 없이 예쁜 아이였지만,

저보다 자신에게 엄한 아이니까 그러려니 했습니다.


근데... 하...... 눈물이 나네요.

그게 아니었습니다.

평소 먹던 것을 점점 줄이던 여동생은

끼니 횟수를 줄이더니

어느 날 부터인가 밥을 잘 안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좋아하던 디저트들, 과자나 케잌, 초콜릿 같은 것들

공부 때문에라도 먹었는데 그것도 먹지 않고,

어느 순간부터는 그런 디저트들 맛을 볼 일이 생기면 딱 한입만 씹고 맛 본 후 뱉더라구요...


제가 본게 그렇게 시작한지 얼마나 된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부터 안되겠다 싶어서 병원가잔 말을 했지만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잠을 더 줄이고 운동에 더 힘썼습니다.

카페 매니져 일... 일 자체도 굉장히 고됩니다.

그 일을 하면서 하루 2시간 자면서 운동까지 하고...

밥도 거의 안먹었다고 생각해보세요.


결국 사단이 났습니다.

여름엔 그렇게까지 상태가 심한 줄 모르고, 더위타서 애가 비실대나 라고만 생각했는데

애가 얼굴이 더 창백해지고, 수척해지고 앙상해져갔습니다.

밥을 먹기라고 하면 토하고,

거식증 증세가 나오고, 잠을 자면 못 일어나더군요...

당연히 수면이 부족했겠죠. 그래서 운동 갈 시간까지 푹 재우면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고, 다음날 잠을 안자면서 까지 운동했습니다.

저래서 일은 하나 싶었는데


결국 과로와 영양실조로 쓰러졌습니다.

쓰러져서 병원에 갔을 때 몸무게가 41킬로였습니다.

수분마저도 엄청 빠져나가 있는 상태라고...

밥도 먹지 않는데 직업상 커피를 마셔댔으니 몸미 버텼겠나요???

여동생이 쓰러질 때 까지 서로 일하니까 바빠서란 이유로

전보다 살이 빠졌네? 정도로 넘긴 제가 너무 미워서 눈물만 펑펑 흘렸습니다.

여동생이 병원에서 정신차리고 제일 먼저 한 말이

- 링거 맞으면 살쪄. 빼줘...

였습니다.


직장에 사표까지 내고 여동생 보살피고있습니다.

여동생도 지금은 휴직상태구요.


제가 대학다닐 때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혼자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정신과 치료라는게 혼자서 정말 힘들고

여동생은 정말 누군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걸 가르쳐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부모님께도 당분간 가게 조금 일찍 닫고 여동생과 있자고 말했습니다.


여동생은 그 동안 식욕 줄이기 위해

제대로 처방되지 않은 약을 아는 언니 통해서 받아 먹고

근육만 있는 애라 해도 소용이 없었을텐데 지방 분해 주사도 맞고

잠을 줄이기 위해 수험생들 먹는 잠 안온다는 약까지 구해 먹었다고 했습니다.


정말... 여동생 얘길 들을 때 마다 우울증 걸렸을 때 보다 더 많이 운 것 같습니다.

그리고 왜 내 동생이 이럴 때 까지 난 여동생이 마르는 걸 보통 여자 마르는 거라고 여겼는지

제 자신이 너무 나빠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여동생의 치료는 진행형입니다.

아직도 식사를 거부하거나 먹은 걸 거의 그대로 개워냅니다.

가족들 눈이 뜸하면 거르구요...

너무 강요하는 것도 좋지 않아 자유롭게 두고 있지만...

너무나 마음이 아픕니다.


오늘 고게에 다른 글을 보면서나

네이버 블로그 포스팅 중 '스튜어디스 몸무게' 게시물에 대해

- 내 여친도 스튜어디스 몸무게로

라는 코멘트를 보고 좀 어이가 없어서 새벽에 적어봤습니다.


예전부터 느껴왔고, 여동생을 통해 더 절실히 느끼고 있지만

왜 여성들은 [건강을 해치면서 까지] 아름다움을 강요 받아야 하고

아름 답기 위해 이정도는 포기한다는 CF가 있을 정도로

사회적으로 그게 당연하고 그렇지 않은 여성이 게른 여성이 되는지,

왜 그런 기준이 더 엄격해져서,

TV 연예인이 기준이 되서,

여동생같이 예쁜 아이까지 외모로 시달려야 하는지...

너무 갑갑하네요...


여성의 외모로 남들에게 엄격한 사람들...

자기 자신은 얼마나 잘 관리하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얼마나 잘나고, 자신을 잘 관리해서 남을 그리도 엄격히 평가들을 하는지


ps . 여동생한테 그 말을 한 두 당사자는

그냥 지나가는 얘기였고, 여자는 원래 그렇지 않느냐며

다들 그러고 사는데 뭐가 유별나냐고

자기이 뭘 잘못했는지, 왜 자신들의 발언이 잘 못 됐는지 모르더군요.

여동생한데도 그 쓰레기들과는 다시 상종하지 말라고 했고,

그새끼들한테도 여동생한테 연락도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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