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여자로 태어난게 싫다
그렇다고 내가 성정체성에 문제가 있다는건 아니다.
그저 내가 여자로 태어남으로서 내게 주어지는 약자와 주체가 되지못하는 입장이 한탄스럽다
난 여성스러운거와 거리가 멀었다.
천방지축에 집안일은 싫어하고 바지런한거와는 거리가멀었다.
사춘기때 내 친구들이 거울보고 남자이야기에 열을 올릴때 나는 힙합 바지를 끌고다니며 머리도 빗지 않고 다녔다.
심지어 걸음조차 팔자걸음이었다.
그럼 언제나 이어지는 어른들의 잔소리.
너는 여자가 왜그러니. 왜그렇게 안꾸미니. 그러다 어떻게 시집갈려고 그러니.
넌 여자애가 왜이렇게 조신하지 못하니. 칠칠치 못하게.
그리고 친구들의 소리없는 잔소리.
그러고나서 대학에 갔다. 대학가기전에 12키로를 뺐다. 뚱뚱하다고 구박하는 부모님이나 은근히 무시하는 친구들의 반응이 싫어서였다.대학간김에 빼야겠다고생각했다. 빼고나니 외모에 욕심이 생겨 화장을 하고 옷과 구두를 샀다.
그러니 갑자기 달라지는 주변반응. 덩달아서 원래 내성적이고 사교적이지 못했던 성격도 조금은 바뀌었다.
전에 없던 남자들의 배려도 눈에 조금씩 띄였다.
내가 '여자'라는 인식이 생겼다.
그러면서 내가 그전에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여자라서......의 문제.
준비되지않은 상태에서 대상화된다는건 생각보다 힘들고 무서운 일이었다.
난 계속 여중과 여고에 가까운 학교에 다녀서 남자를 대할 일이없었다. 여자라서 차별받은 일도 없었고 남자들과 어울려본적도 없었다.
그런 상태에서 난 서서히 여자로서, 여자라서 채워지는 족쇄를 알아챘다.
여자라서, 조금만 과격한 태도를 취하거나 개탄하면 꼴페라는 욕을 먹었다.
여자라서, 조금만 비싼걸 누리면 된장녀라는 타이틀이 따라오지않을까 생각해본다.
여자라서, 공식적인 자리에 꾸미고 다니지 않으면 인간취급 받지못할까 걱정한다.
여자라서, 밤늦게 다니면 험한일을 당할뻔했다.
여자라서, 남자들은 신경도 쓰지않는 '조신'과 '정숙'이 따라붙는다.
여자라서, 공공도덕도 지키지 않는 쓰레기들이 무서워 주위도 주지 못하고 조용히 해야했다.
여자라서, 같은 여자인 엄마는 돈 많이 못 벌거면 이쁘게 해서 시집이나 가라고 하신다.
그때마다 내가 남자였음 얼마나 좋았을까 라는 생각이든다.
물론 남자라고 편한거 아니라는거 안다.
군대도 가야되고, 여전히 경제적 부담이 더 많이 지워지며, 남자댜워야된다는 압박에 시달려야 된다는걸 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들이 여전히 주류를 차지하는 주체자이며 사회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강자이다.
단순히 힘없다는 것만으로도 화가 날때가 얼마나 많던지....
여자라서 이래야된다, 라는 고정관념 뿐만아니라 아직도 사회저변에 깔린 문제도 화난다.
여전히 이해없는 졸속한 성범죄, 성매매관련법(성매매를 지지하는게 아니라 성매매여성을 어떻게 빼오냐의 문제..), 그저 유교적 가치관에만 입각한 낙태논란, 임신여성에 대한 배려없는 헛바람만 들었지 실속없는 정부정책, 여전히 가부장적인 한국문화...
남자도 힘들다고 하나 차라리 남자가 되고싶다.
그들은 압박과 부담을 대가로 권력을 얻는다. 그러나 여자는 압박과 부담아래 권력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