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목사아들 돼지와 닮아가는 윈스턴입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사태 당시 처음으로 집회에 참가한 이후
응당 그러한 일이 있을 때마다 저는 홀로 시청이나 종로, 명동에 다니곤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제 주위에는 정치에 관심을 갖는 이도, 설령 관심이 있다고 해도
행동으로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고
또한 그러한 소수의 지인들조차 정작 입밖으로 꺼내는 것이 난감하고 피곤한 일인 양
무심하게 넘기는 일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집회에도 혼자 나가기를 주저하지 않았지만
우연히 눈팅 중에 모여서 함께 가자는 글을 보고 카톡으로 연락하며 서둘러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이미 서른을 넘긴...아마도 오유 모임엔 다소 어색한(?) 연령의 유저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나와주신 대부분의 회원들은 19세부터 이제 갓 스물을 넘긴 연령이 대다수더군요.
그래도 나이가 뭐가 대수겠습니까. 반갑게 인사하고 서울광장으로 이동했습니다.
가는 길엔 추위를 대비한 마스크와 물, 그리고 "꼬깔콘 고소한 맛"등을 잔뜩 싸들고 갔지요.
이미 많은 분들이 후기를 올려주셔서 집회의 내용은 생략하기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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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제부터인데요,
정말로 고맙고 멋지다는 말을 오유인 여러분들께 하고 싶었습니다.
우리들의 평소의 삶은, 어찌 보면 늘 옳거나 정의만을 위해 살지는 않을 수도 있습니다.
기부나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쉽게 손을 내밀지 못한 이도 있을 것이고
이런 저런 이유로 투표에 참여하지 못한 이도 있을 것이고
나꼼수를 들으면서도 지역구 의원실에 전화 한통 걸어 의견을 피력하지 않은 이도 있을 것이고
그러면 안된다는 걸 알지만 육두문자를 섞어가면서 인터넷에서만 분노를 표출하는 이도 있을겁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중요한 지금 이 순간에는
적어도 그 작은 손에 촛불 하나 들기 위해, 작은 목소리나마 정의의 구호를 외치기 위해
삼삼오오 모여드는 당신들이 있었습니다.
비록 행진의 대열에 섞여 물대포를 맞지 않더라도
비겁한 공권력의 횡포에 맞서기 위해 밤새 떨며 자리를 끝까지 지키지 않았더라도
겨우 두세시간의 집회에나마 스스로의 몸을 움직여 나와준 오유인들, 특히
저라면 그저 술이나 마시고 희희낙락 했을 그 무렵의 젊은 친구들이
끓는 가슴을 안고 서로서로 연락과 소식을 전하며 모여드는 것을 보고
너무나 뭉클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집회나 시위가 끝나면, 다시 한동안은 자신들의 현실로 돌아가
비교적 정치 사안과는 관계 없는 일상을 보내게 될 것입니다.
그래도 저는 오유의 젊은 여러분들이 너무나도 자랑스럽고 고맙습니다.
언젠가 운이 닿아 또 다시 정의의 깃발 아래 오유의 이름으로 서로를 만날 수 있다면
따뜻한 캔커피 하나라도 건네도록 하겠습니다.
오유 여러분, 사랑합니다.
(밀리터리 야상을 입고 나갔던, 시청앞 광장에서 둥글게 둘러앉았던 오유인 중 한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