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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 키운 한국, 일본과 이게 다르다
게시물ID : sisa_41028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百年戰爭
추천 : 4
조회수 : 34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6/30 21:08:47
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80156

[서평] <거리로 나온 넷우익>이 한국사회에 던지는 질문


재특회. 일본의 신흥 우익 운동단체인 '재일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 모임'의 줄임말이다. 이들은 일본에 살고 있는 한국, 또는 조선 국적의 '재일 코리안'들이 일본인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공격적인 거리시위에 나서고 있다. 이들의 시위에는 "바퀴벌레 조선인", "조선인을 죽여라!", "조선인 매춘부를 내쫓아라", "너희 나라로 꺼져라" 등과 같은 욕설이 다반사로 터져 나온다. 이른바 '행동하는 우익'이다.

일본의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인 야스다 고이치가 1년 반 동안 이들을 밀착 취재한 결과를 책으로 펴냈다. 우리나라에서는 <거리로 나온 넷우익>(후마니타스)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이 책에서 야스다가 그려낸 재특회의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다. 재일 코리안을 모든 문제의 근원으로 내세우며 적으로 몰고, 이를 비판하는 이들에게도 "너도 조선인이지?", "까불지 마! 일본에서 나가!", "죽여" 등등의 욕설을 내뱉는다.

재일 코리안이 밀집되어 있는 동네에 몰려가 시위를 펼치면서 욕설을 내뱉는 재특회의 활동은 2009년 12월, 우리로 치면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해당하는 교토 조선 제1초급학교에 들이닥치고 2010년에는 도쿠시마 현 교직원 조합 사무실에 난입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우리에서는 최근 배우 김태희에 대한 반대시위를 주도한 단체로 알려져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미래'가 재특회 만들어

책 제목인 <거리로 나온 넷우익>이라는 말이 알려주듯, 야스다는 인터넷 공간에서 자라나고 확산된 우익이 어떻게 인터넷의 경계를 넘어 직접행동으로 이어졌는지를 끈질기게 추적하고 있다. 야스다의 분석에 따르면 그들의 주장은 기본적인 사실관계도 무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논리적 비약도 심각한 수준이다. 그러나 그들은 인터넷 공간의 특성상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믿으며, 주장하고픈 것만을 주장한다.

야스다는 수많은 재특회 활동가를 인터뷰하면서 이런 현상의 밑바탕에는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있음을 밝혀내고 있다. 개인적으로 만나보면 하나같이 소박한 청년들이거나 좋은 아버지인 이들이 재특회를 통해 무시무시한 인종적 편견과 배외주의를 거리낌 없이 내뱉는 열혈 우익으로 거듭나는 배경에는 미래에 대한 약속이 파기된 일본 사회의 고용유연화가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처럼 일본 역시 1990년대 중반 이후에는 학교 졸업 후 평범하게 취직하면 30대까지는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언젠가는 교외의 작은 전원주택을 살 수 있고, 정년이 되면 손주들에게 용돈이라도 줄 수 있는 미래가 한정된 계층에게만 주어지게 됐다. 계약직이나 하청이 늘어가지만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는 사회, 그렇게 확대된 빈부격차와 분열 속에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사람들이 양산됐다.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나서고, 그들 중 일부가 '일본인'이라는 불변의 소속감을 가지면서 잃어버린 일본을 찾기 위해 새로운 적을 만든다. 이 때 국가를 모욕하는 사람들인 좌익과 외국인, 언론, 공무원은 명확한 모습을 갖춘 적으로 등장한다. 인생과 일, 공부와 인간관계에서 축적된 피해의식과 억울함은 만들어진 적에 대한 맹목적인 분노로 격렬하게 표출된다.

누구에게나 이런 마음이 있기 때문에 재특회를 만든 것은 결국 우리 마음에 도사리고 있는 증오다. 야스다는 좌익 운동의 언저리에 머물던 자신의 지난 시절을 떠올리며 재특회에서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봤다고 고백한다. 그리고는 다음과 같이 결론 맺는다.

"그들의 저변에는 복잡하게 뒤엉킨 증오의 지하 수맥이 펼쳐져 있다. 아마도 그들에게는 '차별'이라는 자각조차 없을 것이다. 자신이 져야 할 책임을 타자에게 조금 전가하고 있을 뿐이다. 그것이 편하고,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을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이 두렵다. 내 안에도 그 씨앗이 없다고는 할 수 없으니까."

일본의 재특회는 한국의 일베?

야 스다의 설명처럼, 우리 안에 도사리고 있는 다양한 불만과 소외, 도저히 출구를 찾을 수 없는 상황에서 나오는 절망감은 언제든 누군가를 향한 분노의 광기로 터져 나올 수 있는 잠재력이다. 물론 이런 모습이 우익운동에서만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좌파 운동 내에서도 재특회에서 본 것 같은 위태위태한 광기와 분노, 극단적인 이분법이 발견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최근 문제가 된 한국 우익들의 광기도 사회구조적 배경 탓으로 돌릴 수 있을까? 흔히 '한국의 재특회'로 거론되는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의 모습은 재특회와 '표면적으로는' 매우 흡사하다.

그러나 일본의 신흥 우익운동이 사회적 약자를 사회적 특권세력으로 둔갑시키면서 기존 우익운동을 포함해 모든 것을 쳐부수려는 일종의 변혁적인 성격을 드러낸다면, 한국의 우익은 권력에 의해 은밀하게 양성되고 이들의 권력 유지를 위해 기여하는 친위대적 성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한국 우익운동이 권력에 의해 길러진 운동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에서 진보·개혁적 성격이 압도적이었던 시민사회와 인터넷 공간에 우익운동이 본격 진입한 것은 2002년 대선을 전후해서다. 인터넷 공간, 특히 젊은 층에 보수의 거점을 만들지 못해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패배했다고 자평한 한국의 보수정치세력은 시민사회의 공간에 보수적 목소리를 조직화 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2002년 8월경 언론사 세무조사 반대를 표방하고 등장한 '시민과 함께하는 대학생연대(시대연대)'를 필두로, '보수학생연합', '청년우파연합', '미래한국연구회', '반한총련' 등 보수, 우파를 자처하는 대학생단체가 출현했고, 20~30대가 주를 이루는 온오프라인 모임으로 '촛불시위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모임', '자유를 지키는 사람들의 모임', '민주참여네티즌연대', 'MBC시청거부운동시민연합', '주권찾기시민모임' 등이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특히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2003년부터는 본격적인 우익운동 조직화가 시도됐다. 우익단체의 연대조직이라 할 수 있는 '반핵반김국민운동본부' 주최의 2003년 3월 1일 국민대회에 약 10만명의 인원이 참여한 것을 필두로 4·19, 6·15, 6·25, 8·15 등의 기념일에 보수교회조직과 재향군인회 등의 조직을 기반으로 한 대규모 인원 동원이 연례화 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이른바 권력을 가진 우익의 조직화된 네트워크가 뒷받침 됐다. 당시 <신동아> 보도에 따르면 2003년 6월 25일 국민대회 때에는 삼성그룹과 경제단체들이 각각 1억 원씩을 지원했고, 2003년 8월 29일 북핵저지시민연대 등이 개최한 '북한 기자 테러만행 규탄대회'에 앞서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들이 광고비의 3분의 1만 받고 이들의 신문광고를 실어줬다. 이런 '보수세력의 운동권화' 과정에 보수정당 정치인들이 참석해 참여자들을 독려한 것은 물론이다.

그동안 관변단체나 보수정당조직의 말단에 자리를 잡고 있던 극우세력이 이제 시민사회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들어앉아 목소리를 내는 현상은 두 번의 대선 패배가 그들에게 가져다 준 선물이자, 그들이 그토록 저주해 마지않았던 민주화의 효과였다. 민주화 운동의 반대편에 섰던 이들이 민주정부 하에서 그 열매를 가장 마음껏 향유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새로운 도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기존의 보수정치·보수운동을 비판하고 새로운 우익운동을 주창하면서 2004년 11월 출범한 뉴라이트(New Right)운동은 한국사회의 좌경화 원인을 엉성한 반공논리로 극단적인 활동을 펼쳐온 극우세력에게 돌리고, 극우진영을 '극복해야할 대상'으로 규정하는 등 기존의 우익과 차별화된 주장을 펼쳐 많은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건전한 보수운동으로 발전되기보다 정계진출의 발판역할을 하는 데 머물렀고, 친이계(신우파), 친박계(구우파)의 권력다툼에 동원되는 것으로 귀결되었을 뿐이다.

인터넷에 진출한 행동우익

우익세력의 '사이버 행동전' 역시 이런 맥락에서 착수됐다. 극우세력들이 거리로 나섰던 것과 마찬가지로, 규모조차 파악이 되지 않는 보수의 '사이버 전사대'들은 권력의 의도에 따라 인터넷에 똬리를 틀었다. 일본 넷우익이 인터넷에서 거리로 나선 것과는 반대로, 한국의 우익은 거리에서 인터넷으로 들어선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사이버 공간으로의 진입' 초기에는 자발성보다 '조직된 동원'의 성격이 강했다.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한나라당 댓글 알바' 논쟁이다. 2002년 대선에서 패배한 한나라당은 2003년 7월 'i-한나라 추진기획단'을 꾸리면서 사이버 공간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고, 당시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같은 해 11월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사이버 전사 1천명 양성론'을 언급하기도 했다. 얼마 뒤 2004년 1월에는 현 '일베'의 모태가 된 디시인사이드 게시판에 노 전대통령을 비난하는 욕설이 무더기로 올라왔고, 이들은 모두 한나라당 여의도 당사 아이피를 쓰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소문으로 떠돌던 '알바'의 꼬리가 잡히기도 했다.

2004년 8월에도 한나라당은 충성도 높은 네티즌 10만명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담은 '5107프로젝트(2007년 대선에서 51% 득표로 집권하겠다는 계획)'를 발표했고, 같은 해 10월에는 소위 '알리미'라고 불리는 108개조의 사이버 전사대가 조직되기도 했다. 이들의 활동은 노무현 정부의 4대 개혁입법(과거사법, 국가보안법, 언론법, 사학법)을 좌절시키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식의 사이버 전쟁은 노무현 정부 말기로 가면서 더욱 격렬해졌고, 단순히 의견을 개진하는 것을 넘어 전문적인 프로그램까지 개발해 본격적인 여론조작이 시도되기도 했다. 오늘날 문제가 되고 있는 국정원의 '댓글 공작'은 그들이 집권하기 이전부터 이미 익숙한 여론개입 방식이었던 것이다. 단지 그들이 야당의 위치에 있었을 때에는 당 차원에서 사이버 전쟁을 치렀다면, 집권 이후에는 국가 최고 정보기관이 직접 나서 착실히 '사이버 전쟁'을 진두지휘하며 국가권력을 사유화했던 것뿐이다.


'일베'는 이런 환경에서 나타났다. 일본의 재특회와 한국의 일베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면, 재특회가 사이버 공간에서 자생적으로 나타난 극우이기 때문에 국가권력은 물론 다른 우익운동과도 때로는 갈등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면, 한국의 넷우익은 정부와 국가기관, 기성 언론권력이 제공한 프레임에서 대체로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한국사회에 잠재되어 있던 불만은 '조직된' 여론 조작꾼들이 가리키는 방향에 따라 자신의 분노를 배설하는 데 머물러 있다.  

이런 상황은 한국에서 제대로 된 보수운동이 출현하기를 고대하는 이들에게는 비극이다. 일본의 재특회가 지나치게 저돌적이고 공격적인 욕설 등으로 다른 우익세력에게도 비판을 받는 반면, 일베로 상징되는 한국의 넷우익은 우익진영 내부의 자정기회조차 부여받지 못하고 있다. 자정 역할을 수행해야할 보수 종편 언론이 5·18 북한 개입설을 유포하고, 국가정보원은 5·18 망언을 일삼은 일베 누리꾼을 초청해 정당성을 부여해 줌은 물론 온갖 선물도 안겼다. 자정되는 것이 아니라 장려되고 있는 것이다.

야스다가 재특회의 활동을 비판하면서 소개하고 있는 신우익 조직에 대한 설명을 잠깐 들어보자.

"일수회를 비롯한 신우익 세력은 미일 안보 조약에 반대하고, 미군기지 철수를 주장하며, 근래는 국토 보호라는 관점에서 원전 반대 운동에도 힘을 쏟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도 일관되게 반대를 표명했다."

일베식 기준으로 보면 빠져나올 수 없는 '종북좌빨' 쯤 되는 단체를 야스다는 '신우익'으로 소개한다. 당연하게도 어느 나라건 보수는 그 나라의 전통과 국익을 지키기는 데 가장 우선순위를 두기 때문에 일본의 국익에 위배되는 외국군대의 비판은 당연히 우익의 몫이다. 그러나 우리의 자칭 보수, 우익세력은 어떤가?

한국의 보수, 우익은 국익의 기준을 국가 전체로 보지 않는 것 같다. 국정원 대선개입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당회담 자료를 정략적으로 불법 공개하는 그들을 보라. 제대로 된 보수, 우익이라면 진보, 좌파세력보다 이런 일에 더 분노했어야 옳다. 현실 우익세력이 국가와 민족, 전통을 수호하기보다 자신의 이권만 혈안이 되어 있을 때, 제대로 된 보수들은 자칭 보수세력에 의해 진보로, 좌파로, 종북으로 밀려난다.

한국에서 건전한 보수, 나타날 수 있을까?

한국에서 제대로 된 보수운동이 나타나기 위해서는 보수 스스로 국정원 댓글공작처럼 사이버 여론을 조작하는 행위에 대해 누구보다 앞장서서 비판했어야 옳았다. 자신들의 순수한 주장이 정보요원들에 의해 덧칠되고 왜곡되었다면 무엇보다 자존심이 상했어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일베를 비롯한 보수적 사이버 공간에서는 정치공작 당사자를 옹호하는 글들만 넘쳐난다. 심지어 윤창중과 김학의처럼 우익의 얼굴에 먹칠을 한 이들에 대해서까지 변호사를 자처한다.

이런 식으로는 보수주의 운동이나 우익운동이 제대로 발전할 수 없다. 다만 보수와 우익을 가장한 '정치공작'만 넘쳐날 뿐이다. 제대로 된 보수와 우익이 발전하고 확장되기 위해서는 이런 흐름과 단호히 단절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진보나 좌파세력의 주장에 동의하기 어려우며, 이들이 대중을 호도하고 있다고 느낀다면, 감정과 욕설의 배설이 아니라 대중을 설득하기 위한 언어와 자세로 다가서야 하지 않을까? 자신의 진정성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이런 진정성을 갉아먹고 있는 국가의 공작질에 가장 먼저 분노해야 하지 않을까?

한국 우익들, 특히 일베 누리꾼들이 재일 코리안을 '죽여라'고 외치는 일본 재특회를 본다면 무슨 생각을 할 것인가? 그들에게서 자신들의 추악한 내면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 자체도 '멋있다'고 손가락을 치켜든다면 답이 없다. 그것은 불행이다. 무엇보다 진정한 '보수'들에게 그런 치욕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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