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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뷴] 21호-책 더하기 '모에하는 오타쿠들'
게시물ID : animation_41062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시험안끝났다
추천 : 5
조회수 : 48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2/22 16:39:05
오타쿠로서 이런저런 생각을 적어봤습니다. 여기저기에 스스로 덕밍아웃 하는 것도 즐거운 경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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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신문 〈달팽이 트리뷴〉 21호 - 책 더하기 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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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에하는 오타쿠들 ::

책 《아름다움의 구원》 더하기 애니메이션 〈A채널〉


  나는 오타쿠다. 오타쿠란 무엇인가? 오타쿠라는 말은 ‘오덕, 오덕후, 덕후’로 변형되어 여러 분야에서 사용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책 덕후”, 군 관련 지식을 좋아하는 사람을 “밀리터리 덕후”, 아이돌 가수를 좋아하는 사람을 “아이돌 덕후”라고 부르는 등 특히 ‘마니아’라는 의미로 광범위하게 쓰인다. 하지만 나는 오타쿠를 곧이곧대로 마니아로 치환할 수 있는가에 의문을 품었다. 이러한 의문은 스스로 오타쿠라고 자부하는 나 자신에 대한 일종의 자부심이자, 한편으론 ‘오덕스러움’이라는 말이 주로 안 좋은 의미로 쓰이는 것에 대한 의문에서 탄생한 것이다. 굳이 오타쿠를 마니아라는 의미로 쓸 것이었다면, 왜 많은 사람들은 오덕스러운 것과 그렇지 않을 것을 구분하였는가? 그리고 왜 그 오덕스러움이 안 좋은 의미로 사용되었는가? ‘진정한’ 오타쿠란 무엇인가?


  나는 오타쿠를 ‘모에하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2000년대 이후 오타쿠를 이해하기 위해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모에’다. 모에란 가상의 캐릭터에 대한 동경, 집착, 애정이다. ‘모에하다’라는 말은 그 캐릭터가 ‘사랑스럽다’라는, 혹은 그 캐릭터를 (오타쿠가) ‘사랑하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나는 독일 철학서 『아름다움의 구원』(한병철, 문학과지성사)과 일본 애니메이션 〈A채널〉을 통해 이 ‘모에’에 대하여 사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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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채널〉은 정말 모에에에 한 애니메이션이다.

(출처 : 〈A채널〉 1화)


  우선 『아름다움의 구원』은 현대 사회에서 우리들의 의식을 잠식하고 있는 “아름다움”에 대한 관념을 이야기한다. 오늘날 아름다운 것은 “매끄러운” 것이다. “우리는 왜 매끄러움을 아름답다고 느끼는가? 매끄러움은 미적 효과의 차원을 넘어서서 하나의 사회 전반적인 명령을 반영한다. 다시 말해 오늘날의 긍정사회를 체현하는 것이다. 매끄러운 것은 상처를 입히지 않는다. 어떤 저항도 하지 않는다. 그것은 좋아요(Like)를 추구한다.” 이러한 매끄러움은 우리에게 만족감을 준다. 그것은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를 부정하지 않는다.


  〈A채널〉은 같은 이름의 4컷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으로 2011년 방영되었다. 내용은 4명의 여고생의 일상을 다룬다. 학교에 다니고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고 즐거운 방학을 보내는 등 그들의 평범한 일상에는 특기할만한 것이 없다. 여타 유명한 일본 애니메이션처럼 달을 여행하는 미소녀 전사라든가 사람이 조종하는 인간형태 전투 로봇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이 작품이 표현하는 것은 오직 하나, 그 4명의 여고생들의 모에한(귀엽고 사랑스러운) 일상이다. 시청자는 그 모에한 캐릭터를 보며 애정을 느끼고 만족감을 느끼면 된다. 그런 의미에서 〈A채널〉은 지극히 ‘오타쿠 취향’ 애니메이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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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프쿤스의 조형물

(출처 : Francis Dzikowski photography)


  나는 『아름다움의 구원』에서의 ‘매끄러움의 미학’과 〈A채널〉에서의 ‘모에’의 연관성에 주목했다. 둘을 연관지어 생각하게 된 계기는 〈A채널〉의 주인공 ‘모모키 룬’의 반들반들한 이마였다. 룬의 이마는 정말 모에했다. 『아름다움의 구원』은 매끄러운 조형의 예시로 미국의 현대미술가 ‘제프 쿤스’의 작품을 언급한다. 나는 룬의 이마와 제프 쿤스의 조형물에서 비슷한 감각을 느낀다. “그의 매끄러운 조형물들 앞에 서면 그것을 만지고 싶다는 “촉각 강박”이 생겨나고, 심지어 그것을 핥고 싶은 욕망까지 일어난다. 그의 예술에는 거리를 두게 하는 부정성이 빠져 있다. 오로지 매끄러움의 긍정성만이 촉각 강제를 불러일으킨다. 이 긍정성은 관찰자를 거리 없애기로, 터치(touch)로 이끈다.” 룬의 이마와 같이 모에한 표현물은 제프 쿤스의 조형물이 그렇듯 촉각 강제를 불러일으킨다. 이 촉각 강박에 대해 ‘핥다’라는 표현을 쓴 것은 아주 인상적이다. 왜냐하면, 모에를 즐기는 오타쿠들 사이에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가상의 캐릭터에 대해서 “핥다”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기 때문이다. 오타쿠들 사이에서는, 이를테면 룬에 대해 모에한 감정을 느낄 때, “룬 이마 핥고 싶다”라고 표현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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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할짝할짝 하자고!!!!!!!!

(출처 : 〈니세모노가타리〉 1화)


  룬의 이마뿐만 아니라 〈A채널〉에 나오는 모든 캐릭터의 몸은 제프 쿤스의 조형물처럼 매끄러운 표면을 갖고 있다. “제프 쿤스의 조형물들은 거의 거울처럼 매끄러워서 관찰자는 자신의 모습이 반사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매끄러운 것을 눈앞에 두었을 때 우리가 바라보게 되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이는 ‘모에’에 대해서 또한 마찬가지이다. 오타쿠들이 모에를 바라보며 얻게 되는 만족감의 근원은 열렬한 ‘자기애’에 있다. 제프 쿤스의 예술의 모토는 다음과 같다. “너 자신과 너 자신의 역사를 신뢰하는 방법을 배워라. 나는 내 작품들을 관찰하는 사람에게도 이런 방법을 전달해주고자 한다. 그는 그 자신의 삶에 애착을 느껴야 한다.” 오타쿠들이 가상의 캐릭터에 강한 애정을 갖는 데에는 자신의 삶에 대한 애착이 반영되어있다. 몇몇 열광적인 오타쿠들은 자신의 최애캐(最愛character,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와 “결혼을 하겠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실재하지 않는 그 최애캐와의 결혼은 사실 불가능하다. 그런 오타쿠들이 결혼식을 올린다든지, 심지어는 혼인 신고서를 작성하는 등의 행동을 남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애정을 과시하는 행위이다. 그들은 자기 자신과 결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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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트리뷴은 아래에 나오는 장소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포항: 달팽이책방, 포항공대(도서관), 카페 티타(양덕동), 카페 올모스트(양덕동), 카페 1944 (시내)
*경주: 커피 플레이스(봉황대 점)
*대구: 카페 커피는 책이랑(수성동), 2층책방(대신동), 더 폴락(북성로)
*통영: 봄날의 책방
*광주: 북카페 숨 
*속초: 동아서점
*서울: 헬로 인디북스(연남동), 책방 만일(망원동), 이음 책방(대학로)
출처 http://blog.naver.com/mlnookang/220940027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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