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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삭스...'빈곤의 종말'을 읽고..
게시물ID : readers_76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If
추천 : 10
조회수 : 109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07/10/02 23:26:32
  글이 길더라도 끝까지 잘 읽어봐 주시길 바래요. 중요하고도 좋은 내용들이 많은 책이었거든요^^;

  빈곤의 종말...제가 처음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저 딱딱한 경제서적 비슷한 거겠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두꺼운 분량의 책과, 왠지 딱딱해 보이는 제목부터 말이죠. 

  읽어본 결과 다소 딱딱한 부분도 있지만 이 책에는 희망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제프리 삭스는 전 세계의 빈곤을 없앨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살고 있었습니다. 
단순히 추상적인 꿈이 아닌 숫자와 그래프, 그리고 전문 지식으로 그 꿈의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다음은 1948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세계인권선언의 구절 중 일부분을 발췌해놓은 내용입니다.

  <모든 사람은 의식주와 의료 및 필수적인 사회적 서비스를 포함하여 자신과 가족의 건강과 복지를 유지하기에 충분한 생활수준을 누릴 권리를 갖는다. 
  또한 모든 사람은 실업·질병·장애·배우자 사망·노령 등의 경우는 물론이고 기타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 생계 수단이 없을 경우에 안전을 보장 받을 권리를 갖는다. 
  모든 사람은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갖는다. 교육은 최소한 초등 및 기초단계에서는 무상이어야 한다. 초등교육은 의무적이어야 한다. 기술교육과 직업교육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하고, 수준이 더 높은 교육은 실력에 근거하여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 
  모든 사람은 이 선언에 규정된 권리와 자유를 충분히 실현시켜 줄 사회적·국제적 질서를 누릴 권리가 있다.>

  이 글을 읽어보시고 어떤 느낌이 드십니까? 
  오늘날 우리가 병원에만 가면 쉽게 구할 수 있는 약이 없어 예방할 수 있고 치료할 수도 있는 질병들로 날마다 수만 명의 아프리카 사람들이 죽어가는 현실이 오늘날 존재하고 있습니다. 알고 계십니까?

 이런 사실 만으로도 인류는 모두 평등하다는 사상이 웃음거리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생명에 대해 품고 있는 경건함을 조롱하게 만들고, 또한 인류 역사가 낳은 위대한 사상을 존중하고 따르며 지키겠다고 약속한 점에 대해서 의문을 품게 하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절대적이고 바보 같은(정말 바보같은) 빈곤을 추방할 수 있는 첫 세대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잘못된 무역과 악성 부채 그리고 복잡하게 뒤엉킨 불운한 실타래를 풀 수 있는 첫 세대이며, 너무나 오랫동안 너무나 잘못되어 온, 세계의 힘 있는 곳과 힘없는 곳 사이의 뒤틀린 관계를 바로잡을 수 있는 첫 세대가 바로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들라는 것입니다. 

  이 책의 초반부를 살펴보면 빈곤에 처한 사람들의 현실에 대해 나옵니다. 특히 12살임에도 오랜 영양 부족으로 발육이 정지되어 7,8살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장래 희망이 교사이며 교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할 것이라고 말하는 부분은 너무나도 안타까웠습니다. 왜냐하면 그 여자아이가 중등학교와 대학에 진학할 수 있을 때까지 생존하기가 너무나도 어려울 것이란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인간이 모두 평등하다면 왜 이 어린아이의 소망은 부국의 아이들의 소망보다 그토록이나 이루어지기 힘든 걸까요? 그 어린 소녀의 희망이 너무나도 거창한 소망이라도 되는 것인가요? 
세계인권선언에 규정된 규정들은 다 무엇이란 말인가요? 거기에 명시된 마땅히 누려야 될 권리들을 
그들은 왜 누릴 수 없단 걸까요?

  이처럼 인류의 10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너무나 가난하고 몸이 아프며 배가 고파 경제발전 사다리의 첫 계단에 한 발조차 올려놓을 수 없다고 합니다. 경제발전의 가장 어려운 부분은 사다리에 첫발을 올려놓는 일이라고 합니다. 
  빈곤한 사람들 역시 스스로 실제적 해결책을 찾는 데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들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고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죠.
  이 책에서는 빈국들이 직면한 거의 모든 문제에 실제적인 해답이 존재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나쁜 정책은 정정될 수 있으며, 식민지 시대는 종결되었고, 지리적 장벽도 새로운 기술들로 극복될 수 있는 것입니다.
 
  빈국들이 직면한 모든 문제가 국내적 원인에서만 발생하지 않는 것처럼 모든 해답이 훌륭한 통치구조·긴축·시장개혁의 확대에만 있는 것도 아닌 것입니다.
  이 책에서 말하듯이 진정한 해결책을 얻으려면 더 강도 높은 부채탕감, 개발지원 확대, 부국들과의 교역 확대 같은 것들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빈국들은 그들만의 힘만으로 빈곤에서 벗어나기는 너무나도 힘든 것입니다. 
  이 책에서 잠시 말라리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말라리아와 빈곤의 예를 들어보자면 그 둘을 서로 얽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말라리아가 빈곤을 발생시키기도 하고, 빈곤이 말라리아를 악화시키기도 하는 것입니다.
  결국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만약 국제적 도움으로 질병 예방과 치료를 위한 모든 현대적 수단을 접할 수 있다면 어떤 아이들도 죽을 이유가 없고, 또 죽지도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적인 도움이 필요한 것이죠.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있는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충고가 아닌 실질적인 도움의 손길입니다.

  그렇지만 세계 공동체의 질병에 대한 대처는 미비한 상태라고 합니다. 
  그들은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대중을 상대로는 위선적인 제스처를 동원하면서 실제 IMF지도부와 직원들은 공중보건에 대해 아는 내용이 별로 없고, 자신이 관리하는 나라들에서 보건 지출비용에 대해서는 무신경하다고 하니 놀랄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들의 행동에 따라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이 오가는 판에 직무태만은 
곧 살인방조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2015년까지 세계 기아 인구의 비율을 반으로 줄이겠다는 밀레니엄발전목표는 과연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일까요?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은 네 가지 자유를 옹호한다는 점을 내새워 미국을 세계대전으로 이끌었습니다. 공포에서 벗어날 자유, 언론의 자유, 신앙의 자유, 그리고 결핍에서 벗어날 자유가 바로 그것들이었습니다. 얼마나 감동적인 말들입니까. 실제 우리들은 빈곤에서 승리한 몇 가지 사례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시아의 녹색혁명이나 천연두 퇴치, 아동 생존 캠페인, 세계 백신 및 예방접종 캠페인 등이 그것이죠. 

  일단 이 책에서 목표로 하는 것은 극단적 빈곤을 끝내자는 것입니다. 세계의 소득을 공평하게 나누자거나 부유한 사람과 가난한 사람 사이의 소득 격차를 줄이자고 하는 거창한 목표까지도 아닙니다. 
 
  이 목표를 달성하는데 필요한 것은 선진국 국민 총생산의 0.7퍼센트. 결코 크다고 할 수 없는 액수였습니다. 이 책에서는 또 흥미로운 계산법을 보여주고 있는데, 기부원조를 0.7퍼센트 수준으로 늘린다는 것은 미국의 1인당 GNP가 연간 약 1.9퍼센트 상승하는 것과 비교해보면 GNP의 1년치 성장의 3분의 1이 채 안되는 양이라는 것입니다. 
  즉 소비 수준의 상승을 4월 정도만 늦추는 것으로 세계 10억 명의 빈민들은 실망과 질병과 쇠퇴의 하강곡선이 아니라 희망과 건강 그리고 나날이 발전하는 경제적 미래를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놀랍지 않습니까? 고작 그 정도의 배려만으로도 10억명의 생명에게 희망의 미래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인류는 이미 노예제도를 종말시켰고, 식민주의도 종말 시킨 승리의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마틴 루터 킹의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연설은 감명 깊었습니다. 잠시 그 연설 내용을 발췌해서 옮겨 보겠습니다. 내용이 자꾸 길어지더라도 이해해 주세요^^;;;

<<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우리 공화국의 설계자들은 헌법과 독립선언에 멋진 말들을 써넣으면서 모든 미국인이 상속하게 될 약속어음에 서명을 했습니다. 그 약속어음이란 모든 인간에게 삶과 자유, 행복 추구라는 양도할수 없는 권리를 보장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미국은 시민들의 피부색에 관한 한 이 약속어음에서 정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게 명백합니다. 미국은 신성한 의무를 존중하지 않고, 흑인들에게 부도수표를 주었습니다. 이 부도수표는 ‘잔고 부족’이라는 포시가 찍힌 채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정의의 은행이 파산했다고는 믿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 나라가 가진 거대한 기회의 금고에 잔고가 부족하다는 것을 믿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수표를 현금으로 바꾸러 왔습니다. 청구하는 즉시 우리에게 풍성한 자유와 확고한 정의를 건네 줄 그 수표를 말입니다. >>

  이 책에서는 지금 우리의 상황 역시 그 때와 마찬가지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국제적 정의의 은행은 파산하지 않았으며, 세계의 가난한 사람들은 잔고 부족이라고 찍힌 부도수표를 받을 수 없습니다. 더구나 자금이 풍부하다는 게 너무나 명백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한 쪽에서는 쌀이 썩어나도록 쌓아놓고 있는데 한쪽에서는 굶어죽는 사람들이 널려 있단 말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전에 읽었던 디아스포라 기행의 서문에 있던 다음의 글귀가 떠올랐습니다. 
<아무래도 내가 있는 곳은 최후의 변경이며 나는 최후의 하늘을 보고 있는가 봅니다. 그 앞에는 아무것도 없고 우리의 운명이 멸망해가는 것임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우리들은 ‘여기서부터 어디로 가는 것일까’묻습니다. 우리는 다른 의사의 진단을 받고 싶습니다. ‘너희들은 죽었다’는 말만으로는 납득할 수 없습니다. 우리들은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것입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너희에게는 희망이 없다’라는 말이 아닌 도움의 손길일 것입니다. 
  어찌보면 이 책의 저자인 제프리 삭스는 너무 낙관적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낙관주의를 단지 희망사항에 그치질 않고 구체적인 방법과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는 것입니다. 

  '빈곤의 종말'은 기적을 위한 바램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작가는 예전 노예해방이 성공했듯, 식민주의가 종말 했듯이, 간디의 비폭력운동이 성공했듯이 다시 한 번 기적을 바라고 있고 그 기적이 현실화 되리라 철썩 같이 믿고 있습니다. 

  저 역시 그 기적이 현실이 되리라 믿습니다. 빈곤의 종말은 우리 세대에 주어진 위대한 기회입니다. 
  이 책의 첫 글에서 보노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역사가 우리를 심판하겠지만, 역사에 기록될 내용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 우리는 우리 세대가 과연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고 말할 수 없다. 또한 우리 세대가 그 것을 할 여유가 없었다고 말할 수 없다. 그것은 이제 우리에게 달려 있다. 우리 세대가 힘을 모아 인류 역사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나갈 수도 있다.' 

이 책의 마지막 문단에 우리가 나가야 할 길이 잘 드러나 있었습니다.  
<미래가 우리 세대에게 이렇게 말하게 하자. 즉 우리가 희망이라는 강력한 조류를 내보냈다고, 우리가 세계를 치유하기 위해 뜻을 모아 함께 일했다고 말이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 글이 너무 주저리주저리 길었나요? 
책이 두꺼워서 여기까지 요약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드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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