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8년 그냥 아무일 없었던듯이 소리없이 사라지려고 부모님께도 아무한테도 얘기 못 하고 그러고 몇번을 시도해봐도 나같은 병신은 죽지도 못한다는걸 깨닫고 펑펑 울면서 나좀 정신병원에 처넣어 달라고, 엄마 아빠 앞에서 대성통곡하면서 8년만에 곪아터진 상처 터트리고 그래도 자식 포기하는 부모는 없다고, 이런 천하의 불효막심한 새끼 어떻게든 살려보겠다고 심리상담, 정신과, 약도 먹어가면서 어찌어찌 여섯 달이란 시간 동안 마음 추스르고 좀 제대로 살려면 일단 졸업장은 있어야 되니까, 그래서 일단 돌아왔는데 근데 막상 제대로 뛰어드니 조금씩 힘들어진다. 별것 아닌 과제들도 간신히 마감만 맞추는 주제에 그것도 힘들다고 징징댄다. 난 왜 이렇게 못났을까. 왜 이리 약해 빠졌을까. 이래가지고서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미래는 여전히 두렵기만 한데 더이상은 자살을 도피처로 삼을 수도 없다.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까. 참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