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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덕과 군대와 드라마.
게시물ID : military_4122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Lynn♡
추천 : 4
조회수 : 40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4/11 04:43:50
부대마다 주요 시청 프로그램이 다르지만. 우리 부대와 인접 부대들은 주로 드라마 파였다.

힘들고 뭣같은 훈련을 하면서도 '오늘만 자고나면 들어가서 밀린 드라마를 몰아서 볼 수 있다!!!' 라는 생각에 모든 고통과 시련을 견뎌내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쉬는 시간마다 선 후임들과 어제 본 드라마에 대해 수다를 떠는 다소 아줌마 같은 성향을 띄었다.

12년도 후반기. '착한 남자'라는 드라마가 전국을 휩쓸었을 때 우리 부대는 여태까지 그 어떤 드라마보다도 깊이 빠져들었고, 착한 남자를 빨리 보고싶다는 강렬한 마음에 빠져 우울증 증세를 보이는 병사들도 빈번히 발생했으며, 
2주간 밖에서 숙영을 하며 훈련하는 호구기 동안에는  참다못한 병사들이 서로 착한 남자의 이후 스토리를 짜보고 직접 연기하는 등 다양한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중독성 강하게 몰아친 착한남자가 종영되자... 우리들은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급격한 멘탈 붕괴를 겪게 되었다...
평소대로라면 신작 드라마를 파며 이전 드라마의 공백을 매꾸었을 테지만
착한남자의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로 눈이 격하게 높아진 우리에게 신작 드라마는 한낱 똥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고, 
후유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착한 남자를 2번 3번 다시보며 남는 개인정비시간을 보내려 노력했으나, 그 시간도 오래 가지 않았고, 종영 2주후 우리는 썩어가는 좀비무리마냥 그저 생활관 곳곳에 널부러져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부대 전체가 무기력함에 휩싸여 있을 때. 그들이 나타나 우리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려주었다.
바로 숨덕들이었다...
그들이 은밀히 내려주는 쿸티비 좌표에는 애니가 가득 했으며,
우리는 처음에는 블리치, 나루토, 원피스 같은 다소 대중적인 애니로 시작해, 점점 농도가 짙은 괴물이야기, 소드 아트 온라인, 초전자포 같은 애니를 접하며 하루 일과, 훈련을 견뎌낼 힘을 얻었다.

덕분에 착한남자 증후군은 사라졌으나, 큰 후유증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렇다. 드라마에 그렇게 몰입하던 우리는 애니에도 크게 몰입하게 되어, 짬짬이 시간 날 때 마다 선후임간 최애캐에 대하여 논하고, 최애캐를 모욕 받으면 선후임 안가리고 물어 뜯었으며 힘든 하루 일과를 빨리 끝나고 소아온 봐야지~ 헑헑 하며 다같이 웃는. 진정한 덕후부대가 되버린 것이다...
전역을 앞둔 선임은 능력자 후임을 시켜 깔깔이에 최애캐를 새겨 넣었고, 훈련중에는 서로 다른 애니 속 캐릭터를 연기하며 놀았으며, 친한 후임과 '~쨔응' 이라며 남자 둘이 부둥켜 안고 노는 괴 현상이 일상이 될 무렵.

13년도  2월 '그 겨울, 바람이 분다' 가 우리들을 일반인으로 되돌려 놓았고,
다시 드라마만을 꾸준히 파며 아줌마 수다를 나누는 정상적인 부대로 돌아올 수 있었다.
나는 숨덕들이 수위가 낮은 애니로 애니에 대한 경계심을 낮추고 점점 수위를 높여 일반인을 명백한 덕후의 반열에 들게하는 그 능력에 감탄했고, 일반인이 덕후가 되는 데에는 3개월이면 충분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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