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조현호 기자] 경기도 파주와 백령도, 강원도 삼척에서 발견된 무인기에 대해 국방부가 20일 가까이 조사한 결과 북한 소행인 것으로 확실시된다고 중간 결론을 냈다.
그러나 무인기를 분해한 결과 삼성 제작 반도체와 국내 기업의 부품이 발견되는가 하면, 일제 카메라(캐논, 니콘) 일련번호는 아직 조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소행임을 입증하는 직접적인 증거는 내놓지 못한 것이다.
국방부는 11일 오후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촬영된 사진 판독결과, 파주에서 발견된 소형 무인기는 1번 국도상 북→남→북 방향으로, 백령도에서 발견된 소형 무인기는 소청도→대청도 방향으로 다수의 군사시설이 포함된 상공을 이동하면서 촬영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연료통 크기와 엔진 배기량, 촬영된 사진을 감안시 항속거리가 최저 180여km에서 최고 300여km 정도이며, 당시 기상조건과 왕복거리 등을 고려해 볼 때 중국ㆍ일본 등 주변국에서의 발진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또한 국방부는 무인기의 위장도색 색상과 패턴이 북한의 지난 2012년 김일성 생일 사열식 방송(지난 2012년 4월 15일)과 2013년 김정은의 1501군부대 방문 보도사진(3월 25일)에서 공개됐던 것과 매우 유사했다고 주장했다. 국내 민간에서 운용중인 무인기의 제작방식과 제원, 도색, 세부 운영체제 등과는 다르다고도 군은 주장했다. 고가의 금형 틀을 사용(파주·백령도)하거나 전자회로 기판을 나무 판넬에 부착하는 방식(파주 무인기)은 사용하지 않는다고 군은 설명했다.
11일 무인기 중간조사결과를 발표하는 국방부.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밖에 지문감식 의뢰 결과 파주와 백령도 소형 무인기에서 국내에 등록되지 않은 지문이 각각 6점 발견됐다고 군은 제시했다.
국방부는 이런 정황근거를 볼 때 북한의 소행이 확실시 되나, 보다 명백히 규명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적 조사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무인기 내의 CPU에는 한국산 메모리 반도체 등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CPU에는 삼성의 모듈 4MB D-램 메모리가 들어있었으며, 서보모터(구동기)는 국내 하이텍RCD사 제품(필리핀서 OEM 생산)이 들어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김민석 대변인이 밝혔다.
일부 모델명이 사라진 것도 있으나 카메라 시리얼넘버(일련번호) 등은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대변인은 "조종기와 송신기에 금속명판(모델명이 적힌)이 떼어져 있었다"며 "여기엔 주파수가 적혀있어 이를 알게 되면 향후 주파수 방해를 받아 조정이 어려워 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제작시 지웠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CPU에는 한국산 부품 뿐 아니라 중국산 보드도 들어있었으며, I/O 보드는 북한이 자체 제작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무인기. 사진=국방부
파주와 백령도 무인기에 탑재된 카메라의 시리얼넘버에 대해서는 아직 조사하지 않았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그는 "카메라 시리얼 넘버는 남아있다"며 "다른 것 조사하느라 미처 조사못한 것 같다. 이제 조사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항속거리가 180㎞~300㎞까지 가능하다는 추정과 관련해 김민석 대변인은 "엔진의 소모량과 연료통의 크기와 기체의 무게(15㎏)를 감안해 계산한 것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파주 삼척에서 발견된 무인기의 연료통은 4.97ℓ(글로우연료), 백령도 무인기의 연료통은 3.4ℓ의 크기라고 김태호 공보담당 장교(중령)가 설명했다.
국방부는 "무인기에서 한국·미국·일본·중국·체코 등 여러 국가의 부품 등이 확인돼 보다 정밀하고 다각적인 분석이 요구된다"며 "국방과학연구소 UAV 사업단장을 팀장으로 분야별 전문가들이 참가하는 과학조사전담팀을 구성하여 중앙합동정보조사팀과 함께 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국방과학연구소에서 공개한 무인기의 사진에 발사체의 모습이 담겨있는 것과 관련해 이것이 북한에서 촬영된 것이냐는 질문에 김종승 국방과학연구소 UAV단장(무인항공기사업단장)은 "사진의 초점 흐린 상태에서 촬영된 것이라 발사대로 추정되지만, 북한이라고 증명할 내용은 파악되지 못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