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두산엔진서 선박엔진 케이스 딲으면서 평화로이 알바 하던 무덥던 여름.
중공업 쪽은 조회후에 안전구호를 외치면서 하루를 시작하는데 그 구호가 타워크레인 작업자면 "타워 크레인 좋아! 타워 크레인 좋아! 타워 크레인 좋아!" 이렇게 세번 아주 전투적으로 외치고 작업을 시작했다.
물론 대부분의 공장은 약식으로 "안전제일! 좋아!!! 좋아!!! 좋아!!!" 이딴식으로 대충 외치고 끝나는데 그 날은 본사인지 노동부인지 안전점검인지 와서 공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었고 여기서 대참사가 일어난다.
아침조회 구호도 FM대로 빡시고 전투적으로 외쳐야해서 같이 일하던 형들은 "타워 크레인! 좋아!!!" "지게차! 좋아!!!" 이렇게들 외쳤는데 내 차례가 다가 올수록 난 일개 알바에 그냥 뭐 변변한 작업장비도 없이 쇠나 닦는 일인데 너무 당황스러워 발작적으로 외쳤다.
"걸레! 좋아!!! 걸레! 좋아!!! 걸레! 좋아!!!"
이 일로 우리 작업장은 초토화 됐고 소장님은 정신을 차리자마자 너무 웃어서 당기는 배를 움켜잡고 이 기쁜 소식을 다른 작업장에 자랑하러 가셨다.
난 그때 부터 한동안 걸레 혹은 보루라고 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