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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스포)순수의시대 후기
게시물ID : movie_4129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지난주의유머
추천 : 11
조회수 : 3495회
댓글수 : 64개
등록시간 : 2015/03/09 12:51:15
아는 사람이 순수의 시대를 보자고 했다. 무슨 영화냐니깐 "사극이인데 신하균이랑 장혁 나오고...19금이야.."
19금이라 말끝을 흐렸는데 이를 간과한 것이 큰 비극이었다. 사실.19금은 대부분 둘 중 하나이다. 잔인하거나 야하거나 둘다이거나. 

내용을 대강 들어보니 조선 건국 초기에 있던 이야기란다. 정도전, 왕자의 난 등등 국사시간에 꾸벅꾸벅 졸며 배운 파편으로 남은 배경지식을 가지고 영화관에 들어갔다. 일요일 저녁이었는데도 남은 자리가 상당히 많았다. 19금 영화니까 그러겠지, 멀티플렉스가 아니라 개인 영화관이어서 그러겠지, 하고 대수롭지않게 넘어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하인리히의 법칙은 옳았다. 대형 참사가 일어나기 전, 많은 사소한 징조가 있다는 그의 법칙은 어김없이 영화관에서도 일어났다. 왜 나는 인터넷에 그 영화를 검색하지 않았나, 같이 보자는 사람이 말끝을 흐린 걸 왜 놓쳤을까, 왜 영화관이 텅텅 비었을까, 언제나 대형 참사의 경고는.내려진다. 다만 사람이 무시할뿐이다.

누구에게나 첫경험은 소중하다.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영화관에서 보는 19금 영화가 이따위라니. 내 첫경험이 이렇게 능멸당할 줄이야. 영화에서 천민 아녀자들을 희롱하는 부마 일당같은 영화이다.

우선 스토리를 보자. 천민인 기녀 가희는 우연히 신하균(김민재였나 김재민이었나)에게  구출되고, 그를 사랑하게 된다. 못된 장군이 그녀를 희롱하자 물에 몸을 던져 자진함에도 우연히 다시 신하균에게 구출된다. 그렇게 '우연히' 신하균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데, 가희는 신하균의 아들이자 부마(=공주의 남편)에게 큰 원한이 있다. 그래서 부마를 조지기 위해 장혁과 손을 잡아 신하균 및 그의 세럭을 엿먹이려 한다. 차라리.아내의 유혹처럼 가희가 눈에 점 찍고 신하균에게 대쉬하고 유혹하는 게 더 스토리에 개연성이 있어보인다.

사실 스토리가 막장이어도 흥행하는 드라마, 영화가 있으니 캐릭터를 보자. 사실 캐릭터만 보자면, 귀여니 인소 혹은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보는 것 같다. 캐릭터 하나하나를 뜯어보면 남자의 로망 혹은 여자의 로망을 퍼부어서 범벅한 것이다. 남자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사랑, 웃음팔며 몸파는 일을 하면서도 한 남자에게만 정조를 지키는 기녀,  어느일보다도 내 여자를 우선시 하고 지키려는 남자, 1:다수로 맞짱을 떠서 내 여자를 끝까지 지키는 남자.. 사실 기녀 부분만 제외하고 시대를 바꾸면 훌륭한 일진물이 탄생한다. 일진짱인 김재민은 엄마를 잃은 상처를 가슴에 묻고 사는데, 어느날 평범한 중학생 김가희(가칭)에게서 어머니의 따스함을 느낀다. 그런데 고등학교 일진짱이 그에게 다른 중학교 일진을 쓰러뜨리라 하는데 알고보니 가희는 그 일진과 손을 잡고 김재민 학교의.일진을 몰락시키려 한다...

뭐 이런 할리퀸 느낌, 로망 및 판타지로 범벅된 캐릭터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이러한 클리셰 덩어리도 원하는 수요가 있으니까. 귀여니, 트와일라잇 소설도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했고 영화화까지 됐으니까. 문제는 이게 19금이라는 거다. 관객 대상이 성인이라 이거다. 적어도 저런 판타지 범벅이 먹혀들 나이는 지났다 이거다. 10대 사춘기 소녀감성으로 영화를 감상하기엔 유혈씬과 정사씬이 난무하다. 어쩌면 차라리 잔인한 장면 및 정사씬을 편집하고 12세 관람가로 낮춘다면 귀여니 영화 보는 느낌으로 볼 여지는 있지 않을까 하다. 

사족을 덧붙여보자. 장혁의 능글능글하지만 독을 품은 연기는 좋았다. 그런데 왜 자꾸 추노가 떠오르는 걸까. 가족 잃은 슬픔을 품은 무인(송태하/김재민)이 천민 출신 여인(언년이/가희)과 사랑에 빠지고, 여인은 무능한 민폐이고 장혁이 둘을 잡으려 하고...나루터에서 도망가는 그들에게 화살을 쏘는 장면에 ost로 임재범의 '낙인'이 깔리고 화면이 흑백처리 된다면.'아 추노 4화 끝났구나'하고 납득했을 것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귀여니 플롯에 사극+유혈낭자+정사를 끼얹은 영화. 지금도 10대의 순수함이 남아있아 귀여니 소설을.좋아하거나, 그 때의 추억을 회상하고 싶은 분에게는 어쩌면 좋은 영화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제목 '순수'의 시대에서 순수가 의미하는 건 (감독이 희망하는) 관객이 아닐까. 낙엽만 굴러가도 꺄르르 웃고 귀여니 소설을 감명깊게 읽던 '순수'한 마음을 감독이 원한게 아니었을까..

 그래, 차라리 이렇게 생각하자. 귀여니 영화를 보는데 액션씬과 정사씬까지 덤으로 달려있다! 귀여니 소설에서는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액션과 러브씬을 볼 수 있다! 게다가 어머나 세상에 조선시대여서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다! 그냥.xx중학교 고등학교 일찐이 아니라 장군이다! 한마디로 국가 기구 단위로 귀여니를 찍는거다! 어머나 세상에!










 ..씨발 내 돈 시간..내 첫 19영화가 이따위라니.
일요일 저녁에게 정말 미안하다아아아아아아아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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