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본인이 나온 부대 이야기를 하자면
수송사령부 예하의 3개 중대와 본부중대로 구성되어 있는 작은 대대였음. 하지만 중대별 인원이 병사와 간부를 합쳐도 40여명정도 되는, 그러니까 대대 전 인원을 합쳐도 150명이 될랑말랑하는 아주 작고 아름다운 부대. 탄약과 군 물자 호송을 전문으로 하는 부대였고, 그중 난 용산에 자대를 받아 근무하고 있었음. 아, 훈련소에서 배출될때 왼쪽팔에 호송견장을 차고 파릇파릇 배출된 이등병들을 괴롭히던게 우리였다고 말하면 이해가 빠르실수도... 나중에 이야기할 일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출장이 워낙 잦은 부대라서 일주일에 3일이상은 무조건 밖에서 보냈었고, 작전이 보통 병사 2인 1조로 이루어지기에 탈선과 방탕한 군생활의 온상지였음.... 하여튼.
우리 부대는 건물 하나를 단촐하게 쓰고 있었는데, 2작사에서 파견온 아저씨가 한명 있었음. 부사단장인지 참모장인지 운전병을 하다 온 사람이었는데, 아마 SM3로 기억되는 차와 군폰 한대를 들고 홀연히 우리 부대에 나타났음. 용산에 위치한 피복판매소에서 일하는 병사들과(이사람들도 꿀로 따지자면 만만치는 않았구나 싶음) 생활관을 같이쓰던 그 아저씨는 프리한 군생활의 극을 보여주는 사람이었음. 파견와있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일단 부대의 통제를 받지 않고 점호도 받지 않음. 아예 점호 인원에 포함도 안되어있음. 홀로 파견나와있던거라 당연히 훈련도 없음. 임무는 2작사에서 용산에 업무차 올라오는 간부를 국방부 및 모처에 수송하는것. 당연히 일이 있으면 나가고 없으면 안나감. 그냥 생활관에 누워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다 핸드폰에 통화가 걸려오면 홀연히 무선탑 운전으로 sm3를 몰고 사라짐.
그 아저씨는 워낙 심심했던지 우리가 연등을 할 때 건축잡지를 들고 내려오기 시작했고(건축학도였음), 원두커피를 갈아먹으며 새벽까지 깊고깊은 이야기를 나눴음. 가끔 굉장히 맛있는 빵집을 발견했다며 빵도 사가지고 들어오고..;; 하여튼 무언가 같은 공간에 살면서 함께 군생활을 하는 군인이지만 감히 범접할수 없는 꿀통의 클래스를 가진 사람이었음. 우리부대에서 큰 훈련이 있을때는 어휴 이 안에 있어봤자 좋을게 없다며 그냥 차몰고 나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임무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할 길이 없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외박도 그냥 우리 행정반에 가서 부대에서 외박나가래요~ 외박증좀 끊어주세요. 해서 그냥 자기가 끊어서 나감.... 업무 자체가 아침에 간부 회의장 태워다주고 저녁에 태워오는게 일이라 자유시간이 많아서 외박 자체를 별로 나가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이라 다행이라면 다행이었음.
그 아저씨가 했던말이 아직 잊혀지질 않음.
"카투사? 걔낸 차 안주잖아요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