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게시물ID : sisa_41356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궁동
추천 : 2
조회수 : 29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07/11 22:33:17
원세훈 구속, 살인범을 노상방뇨로 구속하나?
양심의 저울 잃어버린 사법부와 검찰
정주식 | 2013-07-11 17:46:17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어제 구속수감 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
갑자기 생겨난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
전두환 씨의 추징금 미납이 세간을 뜨겁게 달굴 때 마음 한구석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 있었다. 죄값을 제대로 치르지 않은 희대의 학살범이 고작 그런 잡범(?)취급을 받는 것에 대한 불편함이었다. 어제 이것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어젯밤 건설업자 황보연 씨로부터 청탁과 함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전례로 볼 때 뇌물수수 혐의가 명백히 드러난 상태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원 전 원장에 대한 구속영장발부 여부에 이목이 집중됐던 까닭은 지난달 국정원 대선개입혐의에 대해 불구속수사를 받았던 그의 전력 때문이다.
당시 원 전 원장에 대한 구속영장발부를 두고 황교안 법무부장관과 채동욱 검찰총장 사이에 수사지휘권파동을 연상케하는 갈등이 빚어졌다. 수사를 맡았던 검찰로서는 공소시효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사건의 주모자인 원 전 원장에 대한 구속수사가 반드시 필요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황교안 장관은 검찰의 영장신청을 막으며 시간끌기에 나섰고, 취임초 강한 검찰개혁의지를 천명했던 채동욱 총장은 이에 굴복타협하며 체면을 구겼다. 결국 불구속기소된 원 전 원장은 국정원의 조직적인 대선개입을 지시했다는 엄청난 혐의에 대해 두 차례 소환조사만으로 '간단히' 수사를 마쳤다.
 
<구속이 되긴 했지만..>
그랬던 검찰이 지난주 원 전 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번에는 개인비리 혐의였다. 검찰은 국정원사건의 경찰수사단계부터 원 전 원장의 개인비리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당시 국정원사건 수사로 정치권이 들썩이는 가운데 갑자기 그의 개인비리를 캐려는 검찰의 태도에서 의아함을 떨칠 수 없었다. 이것은 마치 살인범에게 노상방뇨 여죄를 캐묻는 것과 같은 괴상함이었다.  
어찌됐든 다행히(?) 수사에 성과가 있었다. 원 전 원장은 2009년부터 황보건설 황보연 대표로부터 공사 수주 인·허가 청탁과 함께 고가의 선물과 현금 등 1억6000여만원의 금품을 받아 챙기고 공기업 등에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황씨가 원 전 원장에게 제공한 명품 가방·의류, 순금 등의 금품내역인 '선물 리스트'를 찾아내고, 황씨로부터 뇌물목적의 현금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지난 5월 황보건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본격 수사에 나선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여환섭 부장검사)는 4일 원 전 원장을 소환조사한데 이어 이틀 뒤 법원에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법원은 딜레마에 빠졌다. 영장을 발부해도 문제고, 안해도 문제였다. 불과 한달 전 국정원의 선거법위반이라는 중대한 혐의에 대해 불구속수사를 받았던 원 전 원장에게 그에 비할 수 없는 가벼운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하는게 과연 맞는 것인지 고민에 빠진 것이다. 또 다시 영장을 기각한다면 박근혜 정부가 전 정권과 한몸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고, 영장을 발부한다면 대선개입혐의보다 뇌물수뢰혐의를 더 무겁게 여긴다는 비난에 직면할 상황이었다. 어제 법원은 후자쪽을 택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 불구속기소> <뇌물수수 = 구속기소>
이 엽기적인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걸까? 대한민국은 헌정을 유린한 국기문란 범죄보다 공무원의 뇌물수수를 더욱 무겁게 처벌하는 나라가 되었다. '그깟 민주주의'보다는 공무원의 청렴이 더 중요한 나라가 된 것이다.  
살아있는 권력의 심장부를 겨눠야 했던 국정원사건 수사는 애초부터 유약한 검찰이 감당하기 힘든 것이었다. 그렇다고 뚜렷한 증거들이 연일 언론에 보도되는 상황에서 원세훈 원장을 구속하지 못하는 것도 검찰로서 면이 서지 않는 일이었다. 처음부터 대선개입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 자신이(의지가) 없었던 검찰에게 원 전 원장의 개인비리수사는 일종의 '보험'이었던 셈이다. 결국 검찰과 법원은 정치적 부담이 컸던 대선개입혐의에 대해서는 불구속수사를 진행하고, 정치적 부담이 없는 개인비리혐의에 대해서는 구속수사를 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정권의 방패막이를 자처한 법무부장관과 그에 굴복-타협한 검찰이 만들어낸 기괴한 결과다.
  
    
양심의 저울 잃어버린 사법부와 검찰
지난달 원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혐의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청구 자체를 막았던 황교안 장관은 이번 개인비리혐의에 대해서는 영장청구를 막지 않았다. 법원은 “범죄 혐의가 소명이 되고,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원 전 원장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상한 일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던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그에게 갑자기 생겨난 것이다. 마법같은 일이 일어났다.
금품의 대가성을 입증할 증거가 확보된 이상 원 전 원장에게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법정에서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가 입증될 경우 원세훈 전 원장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처벌을 받게 된다. 62년 전 3.15부정선거의 주범이었던 최인규 내무부장관과 곽영주 경호실장은 사형을 선고받아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에 준하는 관권 부정선거를 주도했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한가하게도' 개인비리로 수사를 받고 있다. 
국정원장의 뇌물수수를 가벼운 범죄라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는 대한민국의 헌정을 유린한 국정원 대선개입사건 앞에서 한낱 '경범죄'일 뿐이다. 살인범이 노상방뇨를 했다. 어떤 혐의로 구속되는게 정상일까? 어린아이도 잴 줄 아는 이 간단한 무게의 차이를 이나라 사법부와 검찰은 재지 못한다. 그들은 법의 저울은 물론 양심의 저울조차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