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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보기 참 참좋은데... 뭐라 말할수도 없고...
게시물ID : bestofbest_4136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승연을구하라
추천 : 241
조회수 : 36151회
댓글수 : 6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0/10/12 13:25:17
원본글 작성시간 : 2010/10/12 01:19:45
초등학교 1학년 가을, 어머니가 다른 남자와 눈이 맞아 집을 나갔다. 나는 그 후 아버지가 해준 밥을 먹으며 자랐다. 당시 나는 아버지가 서툰 솜씨로 만든 음식과 갑자기 어머니가 사라진 슬픔이 겹쳐 식사 시간때마다 발작을 하듯 울거나 아우성치곤 했다. 심할 때는 접시 위의 계란 말이를 아버지에게 내던진 적도 있다. 다음 해, 초등학교 2학년 봄소풍 도시락도 아버지가 만들어 주었다. 나는 그게 싫어 도시락을 한입도 먹지 않고 가져갔던 과자만으로 배를 채웠다. 도시락의 내용물은 오는 길에 버렸다. 집에 돌아와 빈 도시락 상자를 아버지에게 건넸다. 아버지는 내가 전부 먹은 거라 생각했는지 눈물을 글썽거리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전부 먹은 거야? 굉장하네! 고마워.] 아버지는 정말 기뻐하는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나는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다. 헌데 그 후 가정 방문 때 담임 선생님이 내가 소풍때 도시락을 버렸던 걸 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버지는 큰 충격을 받은 듯 했다. 하지만 선생님이 돌아간 뒤에도 나에게 고함을 치지도 않고 그냥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이에 죄악감을 느낀 나는 아버지와 같이 있는 게 거북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잠이 잘 오지 않았다. 그래서 아버지에게 사과할 생각으로 아버지 있은 곳으로 갔다. 부엌에 불이 켜져 있기에 설거지라도 하고 있나 싶어 들여다보니  아버지는 너무 많이 읽어 너덜거리는 요리책과 내가 소풍때 들고간 도시락 상자를 보며 울고 있었다. 나는 그제서야 내가 얼마나 터무니 없는 짓을 한 건지 알게 되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보는 아버지의 우는 모습에 잔뜩 놀란 나는 아버지한테 사과하는 것도 할 수 없었다. 나는 결국 잠자리로 돌아와 마음속으로 아버지에게 몇번이나 사과하며 울었다. 다음날 아침, 나는 아버지에게 도시락과 그간 있었던 일을 사과했다. 아버지는 또 다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그 이후로 나는 아버지가 만든 밥을 남기지 않았다. 그러다 아버지가 작년에 돌아가셨다. 병원에서 숨을 거두시기 전 나는 슬픔과 외로움에 미쳐 울며, [고마워요. 고마워요. 지금까지 밥 많이 만들어 줘서 고마워요. 계란부침해줘서 고마워요., 시금치도 맛있었어요.] 그리 소리치는 나를 보며 아버지는 이제 소리도 낼 수 없는 몸이었지만.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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