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현대ㆍ기아차가 요구하는 납품단가 인하를 다 들어주면 직원들 임금 인상은 꿈도 못 꿉니다. 고작 몇 십 억원 이익이 났는데 그거 다 가져가면 앞으로 무슨 돈으로 제품 개발을 하라는 얘기입니까."(A협력업체 대표)
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현대ㆍ기아차 1차 협력업체들의 재무제표가 일제히 공시되면서 최근 현대ㆍ기아차 구매총괄본부가 대대적인 납품단가 인하(CRㆍCost Reduction)를 추진 중이다. 지난해 현대ㆍ기아차뿐 아니라 협력업체들도 큰 폭의 이익을 내면서 납품단가 인하 폭도 유례없이 크다.
이러한 요구는 통상 구매담당자가 협력업체 사람들을 서울 양재동 현대ㆍ기아차 본사로 불러 `구두`로 전달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 때문에 요즘 양재동 본사 1층 커피숍과 2~3층 접견실은 지방에서 올라온 협력업체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B협력업체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 중 40%에 달하는 금액을 올해 납품단가 인하로 돌려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현대ㆍ기아차의 납품단가 인하에 대해 협력업체들이 느끼는 반감은 크다. 지난달 대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동반성장협약식을 체결한 현대차그룹은 협력업체 대표들을 불러서 "무리한 납품단가 인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C협력업체 사장은 "지난해에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납품단가 인하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실무부서에서는 단가 인하를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D협력업체 상무는 "협력업체 사이에서는 올해 현대ㆍ기아차가 계획하는 납품단가 인하 작업이 끝나면 신형 쏘나타 원가가 1000만원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쏘나타 판매가격이 2000만~3000만원이므로 협력업체는 손실을 봐도 현대ㆍ기아차는 대당 2~3배의 이익을 남긴다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현대-기아차, 협력업체 납품단가 후려쳤다
기사입력 2011-06-03 03:12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달 1차 협력업체의 납품단가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2일 자동차 부품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달부터 1차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2∼5% 수준의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해 대부분 이를 관철시켰다.
이에 앞서 현대차와 기아차는 최근 3개월 동안 해외에 동반 진출한 한국 1차 협력업체의 납품단가도 비슷한 수준에서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일부 품목의 납품단가를 7∼10%(부품가격에서 재료비와 노무비 등을 뺀 공정비 기준) 낮췄으며 기아차도 3∼5% 낮췄다. 현대차는 미국 앨라배마 주에, 기아차는 미국 조지아 주에 각각 공장이 있는데 동반 진출한 협력업체는 모두 27개다.
납품단가 인하로 생긴 1차 협력업체의 부담은 그대로 2차와 3차 협력업체로 전가되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 국내 중소 부품업체들의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현대차그룹은 3월 말 대기업 중 처음으로 협력업체와 동반성장 협약식을 맺는 등 동반성장에 앞장서고 있다고 밝혀왔지만 납품단가를 낮추는 기존의 관행은 되풀이한 셈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최근 국내외 생산물량이 크게 늘면서 납품단가 인하 여력이 생겼으며 인하 요인이 있으면 협의는 항상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납품단가 인하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해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