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이름이 혜영이거든요. 그런데 친구 중에서, 문자 할 때나 아무튼 제 이름을 글로 적을 때 꼭! 반드시! '헤영'이라고 쓰는 거에요.
그걸 처음에 봤을 때는, '얘가 왜 혜를 헤로 썼지.. 오타인가? 실수인가..'하고 그냥 넘어갔는데, 그 다음에도 헤영, 그 다음에도 헤영 헤영 헤영 계속 헤영
그래서 하도 거슬려서 어느날 그냥 그 친구한테 물어봤어요.
"야, 근데 넌 왜 내 이름 쓸 때 마다 '헤영'이라고 쓰냐? '혜영'이잖아."
그러자,
"아~ '헤영'이 더 귀엽잖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귀엽습니까? 귀엽나요?
중학교 때도 일부러 귀여워보이려고 '해영'이라고 쓰는 애 때문에 엄청 짜증났는데, 아니 뭐 다른 이유도 아니고 귀여워 보인대요. 그래서 일부러 틀리게 쓰는 거라는데.
이뿐만이 아닙니다.
문자 할 때 보면 꼭 ㅆ받침을 ㅅ으로 쓰는 애들이 있어요. "밥 먹었어?"하고 물으면, "아니 아직 안 먹엇엉" 이런 식으로요.
그래서 그것도 너무 신경쓰인 나머지 어느날 제가 그냥 말했습니다. "야 근데 너 ㅅ받침 너무 거슬리니까 똑바로 써라" (무지 친한 친구라서 그냥 대놓고 말한거에요) 그러니까 그 친구도, "엥.. ㅅ받침이 더 귀여워 보이잖아." 라는 겁니다.
귀엽나요?
솔직히 맞춤법은, 모르고 틀리는 사람은 물론 그것도 잘못 된 거지만, 그래도 모른 상태에서 틀린 거니까 이해하려면 할 수는 있잖아요. 그런데 자기가 쓰는 말이 틀리다는 걸 알면서도, 그것도 '귀여워 보이려고' 일부러 맞춤법을 틀린다는 게 말이 되나요?
그리고 정말 이런 게 귀여워 보이는 거에요? 전 도저히 이해 할 수가 없어요. 제 눈으로 보기엔 귀엽기는 개뿔 개념이 없어보여요.
물론 저도 일부러 맞춤법을 틀릴 때가 있긴 해요. 예를 들면 '맨날'->'만날', '~하길 바래'->'~하길 바라' 등은 올바르게 썼더니 상대방에서 너무 어색해하고 '이게 뭐야!'라는 식의 반응이어서 때에 따라 일부러 틀리게 쓴 적은 있긴 하지만, 그래도 가장 기본적인 걸 귀여워 보이려고 틀린다는 건 너무 심하잖아요.